[편집자주] 순천시 경제를 돌아보기 위해 정경호 순천언론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지난 22일 박병희 순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서호기 순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을 초대해 순천YMCA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본지는 지난 22일 순천YMCA에서 박병희 순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서호기 순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을 초대해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본지는 지난 22일 순천YMCA에서 박병희 순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서호기 순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을 초대해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시 재정자립도는 주변 도시보다 현저히 낮다. 도시 팽창으로 세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바람직한 순천시 재정 정책의 방향을 제언하신다면?

박병희 순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지방재정학회 회장 ⓒ순천광장신문
박병희 순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지방재정학회 회장 ⓒ순천광장신문

박병희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것은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 세금을 조금만 걷는다고 해서 조금만 쓰라는 것은 아니다. 행정 서비스 평등주의 원칙에 따라 부족한 예산은 정부가 지원한다.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순천시민은 세금을 조금 내고 혜택을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순천시처럼 지방세수의 재원이 빈약한 도시는 앞으로 돈을 어떻게 쓸 것이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순천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우선 고려해보자.

사실 순천처럼 국가 산단과 광양, 여수처럼 규모가 있는 도시가 인접한 경우가 드물다. 바로 순천시가 배후도시이자 쾌적한 주거 도시라는 특성을 갖게 된 이유다. 그런 면에서 정원도시는 도시 이미지로 적절하다. 여기에 교육과 서비스산업과 유통 기능까지 갖추면 최적의 주거 도시가 될 것이다.

한편 전남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서는 주민들이 참여예산 제도를 통해 재정 정책에 적극적으로 간섭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의 주민들은 국비가 많이 지원되는 지역에 불만을 가질 수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는 예산에 대해 시민들의 감시가 조금 더 작동해야 한다. 특히 순천시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비교적 높은 지원을 받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전남지역 재정자립도 (제공=행정안전부 홈페이지)
전남지역 재정자립도 (제공=행정안전부 홈페이지)

서호기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순천시민들이 서울·경기도에 비해 딱히 혜택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반 시민들은 재정자립도도 낮은 데 최근 들어 도시가 지나치게 개발되는 거 아니냐며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도시 계획정책이 주거 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다.

최근 인구추세를 보면 주변 군이나 면 단위의 소재지들은 향후 20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 나주 목포 등 전남 서부권은 점차 광주가 거점도시 기능을 하게 될 것이고 순천은 전남 동부권의 거점도시가 될 것이다.

순천이 거점도시가 되려면 태어나 행복한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출산율 저하라는 사회문제는 보육 정책이 빈약한 탓도 있다. 앞으로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낳아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또 요양병원을 충분히 세우고 영락공원 등의 종합 장사시설을 준비하는 실버정책도 필요하다.

 

■ 지자체들은 고부가가치의 신성장산업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마그네슘 공장, LH 첨단단지 조성 등 국비 지원사업 이외에도 순천시가 주력할 사업은 무엇입니까?

서호기 순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순천광장신문
서호기 순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순천광장신문

서호기 기업은 노동력 확보가 유리하고 투자 비용이 저렴한 곳을 찾는다. 지자체마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유치하고자 한다. 하지만 지역에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실제로 한국전력이 나주로 이전하면서 전남 청년들의 취업을 약속했으나 채용할 전문인력이 없었다.

이후 이낙연 도지사 취임해서 10억 원 상당의 투자를 통해 ICT 전문인력 교육과정을 만들고 6년간 운영한 결과, 해마다 수료자 95%인 30명 정도가 한전에 취직했다. 하지만 5~6년의 경력을 쌓은 후 서울로 이직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재 순천과 여수에 있는 기업체들도 우리 지역에 숙련된 전문인력이 부족해서 울산, 경남 출신들이 많다. 기업과 근로자가 순천시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

 

박병희 토지가 있고 자본이 들어오더라도 노동 인력이 없다는 것에 공감한다. 예외적으로 다음 본사의 제주도 이전 사례는 지식을 위주로 하는 사업체라 가능했다. IT업계에 근무하는 젊은이들이 제주도는 살만한 곳이라고 보고 이주했을 것이다. 좋은 선례라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의 취향과 선택을 자극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어 정주를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를 조성하면 젊은 층이 유입될 것이고 젊은 노동 인력을 찾아 사업체들이 들어올 수 있다.

그런데 순천이 살만한 생태 도시가 되기에는 의료기능이 부족하다. 요즈음 의대 유치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순천시민을 위해 의과대학이 필요하다. 과거 광양에 있던 조선대학교 병원이 철수했다. 이러한 사례를 보더라도 의과대학이 있는 대학병원이 있어야 한다. 광주와 가까운 목포와 달리 전남 동부권은 의료 사각지대이다.

주거 기능의 확장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파트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계속해서 공급되는 아파트로 신도심이 얼마 되지 않아 구도심이 되어버린다. 이렇듯 공동화를 유발하는 도시 정책 방향이 괜찮은지 짚고 가야 한다.

도시 계획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주민들의 반발이나 반대의견이 정책 결정에 작동되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다.

 

서호기 최근 10년 들어 수도권 인구 집중이 심해졌다. 경제계 요구로 수도권 진입 규제가 풀리면서 지방 도시들이 힘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구미다. 구미는 수출입 무역 규모의 전체 10%를 차지했으나, 수도권 규제 완화로 삼성전자, 엘지 디스플레이 등의 대기업들이 파주, 평택 등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이후 우수한 인력을 배출하던 경북대학교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현재는 기존 서울 하위권 대학보다도 못한 실정이다.

기업체들이 수도권으로 가는 이유는 저렴하고 우수한 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포스코, 여천산단 역시 동부육군의 70만에 육박하던 인구와 대학이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전문인력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실에서 지자체장이 대기업을 유치한다는 공약은 노동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으면 지키기 어렵다.

본지는 지난 22일 순천YMCA에서 박병희 순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서호기 순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을 초대해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본지는 지난 22일 순천YMCA에서 박병희 순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서호기 순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을 초대해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청년 일자리 등 지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순천시(지자체)가 준비해야 할 정책이나 비전을 마련한다면 무엇입니까?

박병희 순천대학교에서도 자체적으로 청년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역시 지역의 자원 중 일부라고 생각하고 대학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타지에서 입학하는 학생들의 숫자도 많다. 순천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을 순천에서 일하게 만드는 것만 해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현재 순천대학교 학생들을 시정에 직접 참여하게 하는 사업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 또한 직접 시정을 경험해봄으로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창업지원 등을 통해 이런 젊은이들을 순천에 정착하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 전라남도정을 보면 서부권 중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부권은 소외된 느낌이 드는데 같은 행정기관인 시에서 뭔가 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시민단체와 같은 민간기관에서 동부권에 대한 관심 증대를 요구해야 한다. 또 신대지구에 2청사가 생기긴 하지만 도청이 목포지역에 있다 보니 동부권 인구가 서부권으로 잘 이동하지 않으려 한다. 전남 동부와 서부의 단절이 염려된다.

 

서호기 순천시 일자리 정책은 현재 코로나에 발목 잡혀있는 창업교육센터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잘하고 있다. 전국에서 3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훌륭하다. 특히 청년 일자리 사업은 허석 순천시장이 많은 관심을 가진 분야다. 순천, 광양은 전남 지역에서 가장 일자리 사업을 잘하는 도시다. 반면에 순천시가 올린 성과에 비해 홍보가 부족하다.

현재 고용노동부나 상공회의소의 공모사업으로 예산지원도 많이 받았다. 대표적으로 율촌산단 통근버스 운영사업은 율촌 산단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제일대학교 학생들의 취업률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이런 공모사업이 올해로 종료되어 내년에 신청을 다시 하기까지 3개월간 통근버스 운영이 중단된다. 사업이 고용노동부에서 행정안전부로 이관이 되며 담당자 변경, 사업집행비 지급의 문제로 인하여 3개월간 운영되지 못해 아쉽다. 이는 도 단위의 광역행정이 간섭할 부분이나 관련 기관의 관심이 부족하다.

추진 중인 호남권 최대의 창업센터는 코로나로 답보상태다. 장천동에 창업교육센터도 지자체만의 예산이 아닌 정부 보조금으로 집행되다 보니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창업교육센터는 모든 대학이 가지고 있다. 지자체가 직영하는 것보다 대학의 창업센터들을 연결하여 네트워크를 만들고 시가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경호 순천언론협동조합 상임이사 ⓒ순천광장신문
정경호 순천언론협동조합 상임이사 ⓒ순천광장신문

■ 허석 시장의 경제 공약 이행을 평가해본다면? 생태도시에 걸맞은 예산과 재정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한편 순천의 요식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주 높고 빈곤화율도 높다고 알고 있는데요. 시가 서비스업이나 지역의 소상공인을 지원할 방안은 무엇입니까?

박병희 사실 처음에는 정원박람회 개최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쓸데없는 전시행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원박람회장이라는 공간이 생기고 순천을 전국에 홍보하고 꽤 효과가 있었다. 또 여수에서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KTX가 개통되어 관광객이 증가했다.

관광정책과 정원산업 역시 순천시가 추구해온 생태도시의 이미지와 잘 맞고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2023년에 계획된 두 번째 박람회개최도 순천시의 성장 방향과 잘 맞다.

최근 스카이큐브 문제로 포스코와 갈등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 중심의 위원회가 결성되서 일련의 결정 과정들은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보면 바람직하다. 스카이큐브는 사실 애물단지로 보일 수 있으나 한편으로 순천만 정원에서 할 수 있는 하나의 즐길 거리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순천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입장객들은 괜찮은 수준의 호텔이 부족하다고들 한다. 그렇다고 시가 관여할 게 아니라 시장(마켓)에 의해 결정될 문제다. 현재 순천지역에 호텔이 부족한 건 근처 여수에 호텔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

 

서호기 모든 개발은 이해관계가 충돌된다. 특히 도시 행정은 이해 상충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민참여 행정을 통하여 주민들이 요구사항을 실제 행정에 반영되고 있다.

기업체 역시 시에서 맞춤형 지원을 받고 있다. 행안부와 고용노동부와의 시비 매칭사업을 통해 율촌 산단 무료 통근버스사업이라든가 근로자 기숙사 지원사업 등을 통해 부족한 숙련근로자를 외부에서 데려올 수 있었다. 예전에는 시설지원이 많았으나 최근 맞춤형 지원, 직접적인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순천시가 시민과 기업체에 다가서는 자세나 형식에 그치는 지원은 과감히 중단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

소상공인 지원하는 기관은 상당히 많다. 현재 순천시에서도 최저 시급이 인상되면서 소상공인들에게 인건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또 코로나로 인한 재난지원금 지원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지원을 떠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저 시급인상과 코로나 사태, 주 52시간 근무 조건은 소상공인에게는 위기다. 많은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개선되기 힘들다. 지금은 오히려 IMF보다 더 최악이라고 한다. 종전 매출 대비 절반도 오르지 않는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위드 코로나를 선포한 도시답게 소비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시민들이 시를 믿고 소비를 증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통기한을 둔 지역 화폐를 발행하여 강제로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연말에 시에서 10만 원 상당의 순천시 상품권을 배포할 예정이다. 사용처로 대형매장은 제한하고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지만 이 역시 이해관계로 쉽지 않다. 대기업 위주의 24시간 대형 마트만 살아남았다. 물론 요식업계도 마찬가지로 골목상권은 죽어가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들만 남았다.

 

박병희 코로나로 인해 밤 문화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영업시간을 연장해도 예전처럼 돌아가기 어렵다. 사회가 점차 바뀌어 가는 과정이다. 아울러 지역경제 자본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많은 전자상거래가 이뤄진다. 지역 상가를 위해 수수료가 저렴한 배달 웹 개발도 필요하다.

 

서호기 예전에는 순천만에서 막대한 양의 토사를 판매해서 이윤을 추구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이 나서서 순천만의 생태를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결과 순천만이 갈대밭으로 변하고 흑두루미가 오기 시작하며 관광객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문제는 흑두루미가 찾아오고 갈대가 피는 11-2월을 제외하면 관광특수가 별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 순천 시내로 관광객을 끌어들일 방법도 부족했다. 그래서 동천 둑에 꽃길을 조성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화학단지 여수와 철강 도시 광양 사이에 애매한 위성도시라는 이미지를 생태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긴 했으나 결국 낙수효과는 미미하고 관광객들 눈 호강만 시키는 셈이다.

최근 개장한 순천만가든마켓이 정원산업의 플랫폼이 되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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