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순천만 갯벌이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그런데 순천시는 지난 30여 년 전부터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 훼손하려다 시민들이 끈질기게 싸워 보존한 순천만 갯벌과 습지를 행정이 이룬 성과로 독차지하려 한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지만, 시민들에게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물어볼 염사는 없는 듯하다. 등재되자마자 보도자료를 통해 통합관리체계 구축이라든지, 탄소중립·유산관광 코스 육성이라든지, 통합 세계유산센터 건립 같은 겉으로 보일 수 있는 개발이나 사업에만 눈독을 들인다.

이는 사실 지난 7월 26일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키로 하면서 나온 이야기를 되뇐 것뿐이다. 오히려 눈길이 가는 대목은 ‘유산 보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추가적 개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권고다.

하지만, 순천만 갯벌과 습지 등에는 어촌뉴딜300사업 같은 국비사업을 따내기 위해 한창이거나, 화포항 인근에 어부십리길(해상데크 설치) 같은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순천만 갯벌이 이 정도로나마 보전되기까지의 과정은 시민들이 힘을 모아 덧셈과 곱셈을 해왔던 것이리라. 하지만, 끊임없이 개발에 몰두하는 행정을 보고 있으면, 뺄셈 아니 나아가 나눗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치 앞만 보는 정치와 행정이 지금 기후위기를 낳은 것은 아닐까.

시민들이 나서서 지키고 가꿔온 갯벌이 이제는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자랑스런 가치로 되돌아왔다. 순천만을 지키지 못했다면 흑두루미를 비롯한 수많은 철새 서식지가 사라졌을 것이고, 흰발농게를 비롯한 저서생물, 칠면초를 비롯한 염생식물을 순천에서는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짱뚱어를 잡기 위해 홀치기 낚시를 하는 모습도, 대갱이를 바닷바람에 말리는 모습도, 뻘배를 밀고 다니며 꼬막을 캐는 모습도 사라지지 않았을까.

덧셈과 곱셈으로 먼 앞날까지 내다보는 행정은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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