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순천만 갯벌을 비롯한 신안 갯벌, 서천 갯벌, 고창 갯벌이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라고 평가했다.

한국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30여 년 전부터 본격화된 갯벌과 습지 보전을 위한 풀뿌리운동의 귀중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음을 이야기하면서 대표적인 예로 순천과 서천의 보전과정을 세세하게 나열하고 지역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순천만을 지켜온 역사와 과정은 갯벌을 훼손하여 생기는 작은 이익보다 보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줬다. 그동안 갯벌이라는 어마어마한 자원을 곁에 두고도 귀한 줄 모르고 스스로 가치를 폄하하며, 성장과 개발을 핑계로 망가트렸다.

갯벌은 바닷물을 정화하고, 수많은 생명을 잉태하고 품어주는 어머니 품이다. 갯벌이 품은 생물다양성은 계절마다 찾아오는 수많은 철새를 먹여 살리고, 사람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연간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탁월한 ‘탄소저감’ 기능도 확인하였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편익을 ‘생태계 서비스’라고 한다. 생태계 서비스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편익을 분석한 개념인데, 비유해 말하자면 ‘자연’이라는 ‘생태자산’의 원금을 통해 ‘생태계서비스’라는 ‘이자’를 받는 것이다. 갯벌은 현세대의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기 위해 마구잡이로 이용해도 되는 자원이나 먹거리가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온전하게 전해줄 유산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갯벌이 주는 가치를 되돌아보는 인식 전환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관련 지방정부들은 치적홍보와 활용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갯벌세계유산통합관리센터 유치, 갯벌정원, 해양정원, 유산관광코스 개발, 갯벌식생조림 등 세계유산 활용과 갯벌생태계 복원사업 계획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자칫 지방정부 간 경쟁이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져 갯벌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순천시도 예외는 아니다. 순천만은 세계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순천만에 계획되고 펼쳐지는 사업들은 그 가치를 훼손하는데 앞장서는 일이다.

갯벌 한가운데 세워지는 1㎞가량의 해상데크길은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등재추진단’에서도 우려했던 사업이지만,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자연이라는 원금을 깎아 먹는 과도한 이용과 개발은 세계유산의 지위 박탈은 물론 갯벌을 파괴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갯벌은 지형학적·지질학적·생태학적 가치가 뛰어난 자연유산이지만, 어민들의 생계와 삶을 꾸려 나아가는 일터이다. 갯벌을 보전하고 이용하는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많다’라는 말이다. 갯벌을 보전하고 이용하는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며,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지역 공동체들과 협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이상적인 방향의 보존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세계유산에 보성군과 순천시의 갯벌이 포함되어 있지만, 생태적 관점에서 보면 순천만은 여수시와 고흥군의 갯벌 영역도 아우른다. 순천만 생태계권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유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생태적 관점에서 협력할 파트너를 찾고, 관리를 해야 하는 곳과 원형 보존이 필요한 곳, 교육 및 체험이 적합한 곳, 관광하기 좋은 곳 등을 구분하고, 유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해로준설, 과도한 수산양식, 해양폐기물, 관광개발 등을 협력하여 관리해야 한다. 순천만 생태계권역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이에 맞는 보존 방향이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와 운영, 시민참여방법 등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순천만 갯벌은 글로벌한 수준으로 우뚝 섰지만, 행정은 과거 30년 전으로 회귀한 듯하다. 그동안 쌓아온 습지 보전의 정책과 관리 경험은 축적되지 못하고 있다. 거버넌스 기능과 역할은 점점 축소되고, 장기적인 비전과 보존원칙은 알 수 없다. 세계 람사르협약 당사국들이 활용하는 ‘습지 생태계 서비스 평가도구’가 순천만을 모델로 개발되었지만, 정작 순천시의 순천만 관리와 보전정책에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사)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소장,전남대학교 생물학과 객원교수
(사)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소장,전남대학교 생물학과 객원교수

순천시가 순천만갯벌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웨비나(웹에서 열리는 세미나)와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30년 순천만 보전의 역사를 기억하고 앞으로의 길을 시민들에게 듣고자 준비했단다. 그런데 정작 과거 30년을 함께하고 헌신한 수많은 이들의 이름과 수고로움, 성찰은 찾기 어렵다. 우리는 지난 세월 동안 순천만의 가치를 두고 벌어졌던 격렬한 사회적 논쟁을 통해 순천시의 정책과 시민들의 인식이 크게 성숙했다는 점을 기억한다. 글로벌한 시각과 기준으로 순천만의 보전과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데 시민사회는 더욱 정진할 것이다. 미래세대들이 누릴 유산으로서 순천만을 가꿔나가는데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