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순천만 유일 자연해안선에 데크길 조성 철회 촉구

허석 시장 “좀 더 폭넓은 의견수렴 거치도록 자리 만들겠다”

 

순천과 전남지역 환경·시민단체는 12일 순천시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초 ‘람사르 습지도시’ 순천은 갯벌을 온전히 지키고자 했던 시민의 노력과 잘 보전된 순천만을 세계인이 인정한 결과”라고 하면서 어부십리길 조성사업에서 ▲해상데크 철회 ▲살기 좋은 어촌, 일하기 좋은 어항 만드는 계획으로 수정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과 전남지역 환경·시민단체는 12일 순천시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초 ‘람사르 습지도시’ 순천은 갯벌을 온전히 지키고자 했던 시민의 노력과 잘 보전된 순천만을 세계인이 인정한 결과”라고 하면서 어부십리길 조성사업에서 ▲해상데크 철회 ▲살기 좋은 어촌, 일하기 좋은 어항 만드는 계획으로 수정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만갯벌 어부십리길 조성사업(어부십리길)이 예산 절반 이상을 ‘해상데크 설치’에 투입하는 것으로 드러나 순천지역 시민단체와 환경단체가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어부십리길은 지난 2018년 12월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어촌뉴딜 300 사업’ 대상 70곳 가운데 1곳으로 선정됐다. 해수부는 지난해 12월 시행계획을 고시하고, 오는 12월까지 1년 동안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해양레저형, 국민휴양형, 수산특화형, 재생기반형, 복합형 등 사업유형 가운데 어부십리길은 복합형(국민휴양형+수산특화형)으로 선전돼, 별량면 우명·화포·거차항 등 4개 항을 연결하며 총사업비 121억 7,700만 원(국비 71억 2,300만 원, 도비 9억 1,500만 원, 시비 41억 3,900만 원)이 들어간다.

사업 추진 배경은, 해양관광자원(자연경관, 수산자원)을 보유해 잠재력이 풍부하지만,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핵심자원인 순천만 자연경관에다가 친수공간 데크길, 어부장터 등 보조자원을 활용해 관광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당초 4km로 계획했다가 습지보호지역 환경훼손 최소화, 단절구간 우선 적용 등으로 1km로 축소했고, 어부갯벌길(화포항~뚝방연안길 681m)과 어부해안길(화포항~우명항 321m)로 나뉘게 됐다.

순천만갯벌 어부십리길 조성사업 해상데크 설치 계획구간.
순천만갯벌 어부십리길 조성사업 해상데크 설치 계획구간.

하지만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전남환경운동연합(순천, 고흥·보성, 여수, 광양, 장흥, 목포) 등 환경·시민단체는 12일 순천시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초 ‘람사르 습지도시’ 순천은 갯벌을 온전히 지키고자 했던 시민의 노력과 잘 보전된 순천만을 세계인이 인정한 결과”라고 하면서 ▲해상데크 철회 ▲살기 좋은 어촌, 일하기 좋은 어항 만드는 계획으로 수정 등을 촉구했다.

이날 환경·시민단체는 “순천만 갯벌에서 유일하게 보전된 자연해안선 전체가 해양수산부 어촌뉴딜 300 사업으로, 갯벌을 가로지르는 해상데크 설치계획으로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놓여 있다”며 “해상데크 설치 예정인 연안은 인위적인 시설이 없는 순천만의 유일한 자연해안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해양생태환경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부십리길 추진과정에서는 해양보호생물과 멸종위기종에 대한 서식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며 아울러 “해상데크 문제점을 지적하는 어떠한 목소리도 듣지 않았다. 당연히, 해상데크 설치에 따른 주변 환경영향이나 보호대책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해상데크 설치가 유력한 연안에는 상조간대에 다양한 염생식물, 해수부 지정 해양보호생물인 흰발농게, 대추귀고동, 붉은발말똥게, 갯게 등이 살고, 해마다 봄과 가을에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 청다리도요사촌 등 철새 서식지로도 주목받는 곳이라는 것이다.

순천만갯벌에는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보호생물인 흰발농게, 붉은발말똥게, 대추귀고동가 서식하고 있다. 사진은 붉은발말똥게(왼쪽)와 대추귀고동.
순천만갯벌에는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보호생물인 흰발농게, 붉은발말똥게, 대추귀고동가 서식하고 있다. 사진은 붉은발말똥게(왼쪽)와 대추귀고동.

총사업비 122억여 원 가운데 해상데크길 조성에만 61억 원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 삼았다. “어촌뉴딜 300 사업은 진정한 어촌 소득증대를 위한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막대한 유지관리비가 소요되는 길에 예산을 소모한다. 터무니없는 계획에 해수부 자문단도 데크 설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계획의 전면수정을 요구했었다”고 주장했다.

올해 순천만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데, 해상데크가 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경·시민단체는 “갯벌에 설치될 인공시설물 해상데크는 (세계자연유산) 지정 자체가 취소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순천시민은 ‘람사르 습지도시’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동시에 등재되는 세계 최초의 도시라는 자부심을 버려야 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환경·시민단체는 앞으로 ‘순천만갯벌 파괴하는 해상데크 철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결성, 국제환경단체와 연대해 세계자연유산을 심사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람사르 사무국에 순천만 갯벌 현실을 알리는 시민운동 등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12일 환경·시민단체 대표단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허석 순천시장을 면담했다. 이날 면담에서 허 시장이 기자회견문을 읽어보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12일 환경·시민단체 대표단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허석 순천시장을 면담했다. 이날 면담에서 허 시장이 기자회견문을 읽어보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이날 기자회견 뒤 대표단은 허석 순천시장을 면담했다. 단체 대표들은 “리아스식 자연해안에 해상데크를 왜 설치하는지, 진행 과정이 왜 공개되지 않는지 등 절차나 과정 문제와 데크가 아니더라도 자연경관을 이용한 관광요소를 만들 수 있지 않은지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허 시장은 “절차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고 보고만 받았다.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했으며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는데, 공론화위원회를 만드는 등 좀 더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치도록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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