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춥지만 상쾌함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바뀔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게 내 몸인가 싶은 생각에 가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배시시 웃기도 한다. 단지 자동차 없이 산 1년 만에 영화에서나 봄 직한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내 몸을 보자니 없던 자신감이 뿜뿜 솟구친다.

내 몸은 그렇다 치고 이곳 순천은 어떤가. 1년 전과는 딴판이다. 공기부터가 다르다. 공기보다는 분위기라고 해야 정확하겠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말로는 생태수도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생태가 뭔지, 다른 도시와 뭐가 다른지 몰랐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올봄 불쑥 노관규 순천시장이 '대자보 도시 전면 시행'이라고 선언했을 때는 '또 뭐야? 불도저 성깔 어디 안 가는구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성깔이 한 일 해냈다. 과감하게 밀어붙여 성과를 내버렸다. 순천만정원박람회에 온 방문객들은 한편으로는 불평하고 짜증을 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러니 생태수도구나'라면서 엄지척을 시연하곤 했다.

대자보 도시는 3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었다. 순천에는 노관규가 있고, 파리에는 안 이달고가 있다. 이달고 파리 시장은 2020년 재선에 성공했다. 학교, 병원, 직장, 공원과 같은 주요 시설에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갈 수 있게 하겠다는 ‘15분 도시’ 정책으로 도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달고 시장은 ‘도시를 사람에게 다시 돌려주자’고 외쳤다. 파리 시민의 60% 가까이가 속도 줄이기에 찬성했다. 기후위기와 전염병 시대에 도시가 어떠해야 하는지 성찰한 결과였다. 2021년 8월 30일부터 파리 시내의 거의 모든 도로가 30km/h로 제한되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고 사고도 났지만, 점차 안정되었고 쾌적해졌다. 파리에서부터 점점 퍼져 프랑스 그르노블과 릴, 스페인 빌바오,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슷한 정책이 시행되었다.

자동차 주차장은 자전거 정류장으로 바뀌었고, 찻길은 좁아지고 자전거 전용 도로는 많아지고 넓어졌다. “안전한 자전거 도로를 만들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말이 맞았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자동차보다 빠르고 안전한 도시가 되었다. 자동차가 흐르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흐르고 이야기가 흐르는 도시로 변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15분 도시를 입으로 주창한 부산의 박형준 시장이나 제주의 오영훈 도지사와는 달랐다. 15분 도시를 만든다면서 토목과 건설을 중심으로 예산을 쏟아부으려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는 순천 내 도시와 도로의 ‘다이어트’를 우선하는 철학에 바탕을 두고, 환경 생태의 복원과 시민 근접성, 다양한 연대와 주체적 참여를 우선했다. 순천 모든 곳이 정원이 되었다. 도시가 아닌 정원, 그 꿈이 순천에서 드디어 올해 시작되었다.

이정우 편집위원
이정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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