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는 민선 8기 시정 목표로 ‘생태수도’를 표방하고 있다. 생태수도가 이번에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니다. 적어도 10년의 역사가 있다고 본다. 순천만 습지의 중요성이 알려지고 순천만 정원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시민들 의식 속에 생태나 환경이란 개념이 서서히 자리 잡으면서 현시점에서는 생태도시에 대한 시민 합의도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게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도 순천시민들 상당수는 순천이 생태도시라고 하는데 무엇이 생태도시인지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순천이 생태수도를 지향한다면 무슨 일을 해가야 하는가? 먼저 30만 평의 갈대숲을 가진 순천만 습지와 국가정원 1호인 순천만 국가정원 등 순천이 간직한 훌륭한 자연생태를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에 덧붙여 필자는 생태수도를 만드는 일을 곧 ‘생태발자국’을 줄이는 일이라 정의하고 그에 부합되는 일을 차근차근 추진해가야 한다. 생태발자국을 줄이는 일이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의식주를 제공하기 위한 자원의 생산과 쓰레기 폐기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물을 소중히 쓰고 쓰레기를 줄이거나 만들지 않으며 전기를 절약하는 일, 일회용품을 줄이고 나아가서 식습관을 개선하는 일까지도 포함하는 일이다.

도시계획 관점에서 볼 때 생태수도라면 자동차 중심도시에서 보행․자전거․대중교통이 중심이 되는 도시로 전환해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순천시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소위 ‘대·자·보 도시(대중교통, 자전거, 보행 중심의 도시)’가 그것이다. 대자보 도시는 자동차가 필수인 도시가 아니라 자동차 없이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도시가 되는 일이다. 우선 걷는 것이 안전하면서도 편안하고 즐거운 일이 되도록 보행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자가용 통행보다는 자전거와 대중교통이 우선되는 교통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순천 원도시는 대자보 도시를 구현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장소가 비교적 근접하여 걷기의 생활화가 가능한 공간 규모를 지니고 있다. 또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작은 도시조직들로 구성되어 있어 걷는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도시 형태이기도 하다. 또한 동천과 옥천이라는 생태공간이 간선 보행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해가기 용이하다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런 대자보 도시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존의 삶의 관행을 벗어나는 데 따른 고통도 감수해야 하고 어떤 점에서는 일부 주민저항도 슬기롭게 극복해가야 한다. 지금까지의 관행처럼 원활한 자동차 흐름을 위해 차선을 늘리고 충분한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 우선을 두는 것이 아니라,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자전거 도로(또는 자전거 차선) 확보나 편리한 대중교통체계를 위해 예산을 더 투입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일에 대한 적극적 주민합의도 요구된다.

이종화 목포대학교 교수, 순천도시기본계획 총괄계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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