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지는 기획시리즈 ‘순천 청년들이 사는 진솔한 이야기’(청사진)를 연재한다. 순천에 사는 청년, 순천을 떠난 청년, 순천으로 온 청년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싣는다. 아홉번째로 청년기업가 최성광(35) 씨를 지난 21일 인터뷰했다.

VR크루 대표 최성광 씨 ⓒ순천광장신문
VR크루 대표 최성광 씨 ⓒ순천광장신문

어쩌다 창업을 하게 됐나?

어느 날 어떤 영화에서 재밌는 게임을 보고 해보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전 세계를 다 뒤져도 없었다. 그래서 기술을 개발하고 게임을 만들었다. 그 기술로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제19회 모바일기술대상에 참가해 3위 과기부 장관상을 받았다. 개인이 수상한 것은 역대 최초였다. 같은 해 제1회 순천창업아이디어경진대회에도 수상하여 2020년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다.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떤가?

기업을 운영하면서 기업가의 관점을 새롭게 이해했다. 현대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유지되는지도 알겠다. 세상은 기회로 넘쳐나고, 기회를 붙잡는 사람들의 세상이라는 걸 느낀다. 사고의 범주가 확장이 된 것이다.

한때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급자족하는 마을 공동체를 시도했었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것인데 지금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자유롭다.

더불어 자아실현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내 정수를 담은 사업은, 나는 죽고 내 자식도 죽지만, 죽지 않는다. 사람은 결국 창조하려고 사는구나 느낀다.

공동체에서 나온 까닭은?

일부러 멀리한 것은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다른 생활이 바빠지면서 공동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한국에서 오프그리드(off-grid; 사전적으로는 전기, 상하수도 등 공공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주변 상황에서 벗어나 홀로 떨어진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는 자유를 좇아 시스템을 벗어나는 것보다 전통 혹은 과거로의 회귀를 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를테면 귀농인 중에는 전통 양식으로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온돌도 좋지만 제가 보기에는 보일러가 더 좋다. 불 지피는 일이 사실 일산화탄소 마시고 별로 좋을 게 없다. 시공을 잘못하면 일산화탄소가 방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과거에는 자연이 불가항력적 대상이어서 친자연적 생활 양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전통에 과도하게 가치를 부여하고 전통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을 지양한다. 당시 공동체는 모든 사람이 따라 할 수 있는, 진짜 지구를 바꿀 수 있는 삶의 양식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전통, 친환경에 맹목적이거나 누군가를 추종하는 문화의 기저에는 불안감이 있다. 많은 사람이 실제로는 음식이 맛없어도 사진이 맛있게 나오면 SNS에 올린다. 자신에게 이 음식이 무슨 가치가 있고 엄청 맛있고 이런 것이 아니라 남들 보기 좋은 나온 사진을 올린다. 이는 자신에게 부족한 확신을 스스로 내면에서 찾지 못하고 타인의 응원, 칭찬 등에 의존하는 행위다.

ⓒ순천광장신문

대학교를 자퇴한 이유는?

2013년에 서울 해방촌 ‘빈마을’의 게스트하우스 ‘빈집’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당시 하루 5천 원만 내면 먹고 잘 수 있었다). ‘빈집’에서 만난 사람들은 삶에 관해 전혀 다른 개념을 갖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런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가능성을 느껴 자퇴했다. 나에게 ‘빈마을’은 헤테로토피아(‘다른’이라는 의미의 ‘헤테로’와 장소를 뜻하는 ‘토피아’의 합성어,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1926~1984)가 처음 언급함)였다.

순천에서 기업하기는 어떤가? 문제가 있다면?

작년 초까지는 ‘순천에서 구글 같은 기업’이 되고 싶었다. 우리 회사를 중심으로 순천에 IT 스타트업 인프라가 생겨서 순천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생겨나길 기대했다. 서울이 아닌 순천에서 청년들을 데리고 멋지게 성공하는 걸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순천을 창업의 도시, 젊음이 넘치는 기회의 땅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작년에 실망을 많이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카르텔이 견고해서 신생 기업이 사업하기 쉽지 않다. 뭔가 해보려고 하면 막히고, 바꾸고 개선하려고 하면 부딪힌다. 또 순천에는 창업 전문가가 없다. 창업경진대회 수상자 1년 차 평가에서 매출 0원이라는 이유로 지원금이 끊길 뻔했다. 회사 차리면 매출이 바로 나오는 줄 알더라. 순천에서 창업이라고 하면 카페, 치킨집 등 요식업이 대부분이어서 그런 것 같다.

순천대학교에도 문제가 있다. 순천대에서 학생들 대상으로 강의를 250시간 했었다. 1학년 학생들은 대체로 열심히 하려는 태도와 마인드다. 그런데 4학년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패배주의에 찌들고 무기력해진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지방대라고 무시하는 게 있을 거고,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들 영향으로 하향평준화 되는 것 같다. 또한 많은 교수가 학생들에 기대가 없어 보인다. 진주 같은 학생을 찾아서 잘 가르치려고 한다면 위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고등학생 때부터 연구하고 싶었던 물리학 주제가 있다. 일단 사업을 확장하고 안정궤도에 올린 다음 물리 공부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죽기 전에 노벨상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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