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 여순사건 특별법이 지난 6월 29일 국회 본회를 통과하고, 이달 12일에 국무회의를 통과해 21일 공포됐다. 이에 편집국은 특별법 통과를 끌어냈던, 순천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소병철 국회의원을 인터뷰해서 특별법에 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었다.

인터뷰 중인 소병철 국회의원 ⓒ순천광장신문
인터뷰 중인 소병철 국회의원 ⓒ순천광장신문

1. 특별법 발의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사건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였다. 야당도 상대해야 하는데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면 안됐다. 그래서 본문을 2단 구조로 만들었다. 

전반부에 ‘정부 수립 초기 단계에 ~ 국가의 ‘제주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이라고 쓰여 있는데, ‘국가’라는 단어는 없애도 괜찮은 단어였다. 
그런데 넣은 건, 사실 ‘국가폭력에 의해서 불법적으로 희생당했다’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야당에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색투명하게 썼다.

뒷부분에는 혼란·진압·무력충돌 과정에서 민간인이 희생된 부분이 이 법의 중심이다. 민간인이 얼마나 희생당했는지 누구도 모른다. 통계가 나와 있는 것은, 1949년 전라남도 조사에서 1만 1,131명 희생됐다고 나와 있다. 2009년 1기 진화위에서 4년 동안 조사한 게 전남에서 한 숫자의 11%다. 반면 지난 2일 도올 선생은 한 방송에서 ‘2만여 명이 희생되었다’고 말했다.

법 통과를 위해 고심한 이유 하나는 어떤 선에서 법을 표현할 것인가였다. 이 법의 핵심은 진상규명, 명예회복인데 이를 위해 필요한 절차 규정을 어떻게 넣을까 하는 데도 신경썼다.

마지막으로 진상규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위령사업은 민간차원에서, 지방정부에서 어정쩡하게 했는데, 이 법에 명확하게 국가에서 하는 것으로 했다. 이런 부분에 제일 심혈을 기울였다.

또 하나, 만장일치에 집착했다. 일부 언론 칼럼처럼 만장일치로 통과시켜도 엉뚱한 주장을 하는데,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 누구도 이의를 달면 안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2. 가장 큰 소득은 무엇입니까?

여순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반란사건’이라는 ‘멍에’가 씌워졌다. 조금씩 드러난 내용은, ‘반란사건’보다는 민간인들이 많은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법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억울하게 희생당했는지 밝혀내고, 이 과정에 발발 경위 등 부수적인 것이 따라올 것이다. 또 하나, 명예회복을 어떻게 할 것인가인데, 논리적인 순서가 있다. 우선 희생자 규모를 밝혀내고, 이분들 명예를 회복해드리고, 아울러 위령사업을 통해 위로와 명예회복을 병행해서 추진하는 게 특별법의 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

 

3. 법안 발의 당시와 바뀐 부분도 여러 가지 있습니다.

이 법의 첫 번째 목적은 진상규명이었고, 의도했던 바 훼손된 건 없다. 후손에게 알리는 것이 있는데, 법의 목적에 ‘인권 존중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함’이라고 되어 있다. ‘합당한 권리행사’라는 걸 법에 집어넣었다. 명예회복에 아울러 국가가 배·보상을 해주는 부분이다. 그런데 야당과 협상 과정에서 없어졌다. 유족의 결단을 받은 게 이번에는 배·보상을 포함시키지 않고, 진상규명, 명예회복만 하는 걸로 동의했다.

또한 조사기구와 관련해 중앙위원회에 사무처, 상임위를 두는 안을 진화위 시스템에서 가져왔다. 야당에서 제주와 여순은 같은 맥락, 같은 사건인데 조사기구를 다르게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해서 사무처 대신 전남 실무위를 집어넣었다. 중앙에 사무처가 있으면 일관된 집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남 실무위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조사기간도 문제다. 제주는 일률적으로 3년이라고 되어 있다. 아쉽게도 여순은 국가에서 아무런 실체를 못 내놓았는데, 빨리 윤곽을 내놓는 게 필요하다. 조사기간을 5년, 10년 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제주4.3사건은 금년까지 희생자 수가 14,500명 선이다. 초기 14,000명이 나왔는데, 그 후 20년 동안 겨우 500명 늘어났다. 조사기간이 협상과정에서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들었고, 신고기간 1년, 보고서 작성기간 6개월, 준비기간 6개월 포함 총 4년이 주어졌다. 남아 있는 유가족도 80~90대다. 윤곽을 만들고 필요한 부분은 차후에 개정하면 된다. 제주4·3에 부족한 부분을 미리 채웠다.

 

4. 일각에서는 야당보다는 정부(행정안전부)에서 법안을 더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당론으로 채택하라는 말을 했지만, 당론으로 채택하면 야당도 당론으로 막으려 할 것이라 통과시키는 게 더 어렵다. 152명이 발의하면 이미 과반을 넘긴 것이라 당론보다 더 위력 있다.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은 건 전략이었다.

국회 행안위에서 검토하고 의견 교환할 때 2기 진화위가 발족했다. 진화위에서 해보고 부족하면 그때 가서 특별법 하자는 것이 행안부 입장이었다. 그런데 1기 진화위에서 성격을 ‘반란’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진화위 체제로 가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행안부 입장 때문에 어려웠다. 장관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은 하는데, 차관은 입장을 안 바꾸더라. 문재인 대통령 산하 행안부가 다른 의견을 가지니까 야당과 협상할 수 없었다. 당연히 보수정당 입장에서는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쪽에서 주장하는 걸 받아들이면 이 법안의 정체성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소멸시효를 삭제하고, 조사기구를 바꾸는 것은 법안 고유의 색채와 무관한 것이라서 할 수 있었다. 위원회 구성에서 ‘정치적 중립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단서가 하나 있다. 여야 협상과정에서 표결하자는 말에 순간적인 아이디어로 넣은 것이다.

 

5. 대통령령(시행령)이 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제주는 20년 동안 특별법이 6번 개정되고 시행령, 조례 변천 과정에 있었다. 여순은 제주보다 20년 뒤졌는데,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제주에서 시간을 소비했던 건 피해갈 수 있다. 6개월 동안 시행령과 조례를 만들 때 제주에서 좋은 점은 흡수하고 비효율적인 건 새로운 대안을 내놔야 한다. 대통령령이나 조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위원회와 실무위를 지역적으로 분배해야 한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6. 앞으로 지역사회에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 법이 공포되면, 즉시 해야 할 것은 진상규명, 특히 희생자 숫자를 밝혀내기 위한 계획을 촘촘히 세우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뿐 아니라 전남 민간인이 협조해야 한다. 벌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하면 힘이 분산되어버린다.

시청에서 설명회(10일) 할 때 법안을 그냥 읽어선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공무원도 와서 들으라고 했다. 이 일은 공무원이 주도해야 한다. 민간, 유족회, 공무원, 정치인들이 하나가 돼서 해야 한다. 마을 이장, 나이 드신 분 찾아가서 여순 관련 기억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걸 다 데이터로 수집해야 한다. 그래야 시행령이나 조례에 어떻게 초점을 맞춰야 할지 나온다. 최대한 많은 희생자를 밝혀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제주가 모델이지만, 제주를 뛰어넘는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7. 당선 이후 국회 의정활동을 통해 느끼신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나가실 건가요?

우선 순천에 4가지 큰 과제가 있다. 여순 특별법, 정원 박람회 성공적 개최, 의과대학 유치, 선거구 통합 문제가 있다.

여순 특별법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서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고, 정원박람회는 순천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2013년에 특별법 없이 자치단체 수준에서 했다. 특별법을 만들어야 국가에서 지원할 수 있다. 또 국가가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2023년에 성공적으로 치르는 게 중요하지만, 2033년이 더 중요하다. 이 행사를 10년 동안 준비하면 순천의 골격을 바꿀 수 있다.

의과대학 문제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 목소리를 높여 안타깝다. 동·서부가 경쟁하고 있는데, 싸우면 같이 망한다. 의대 정원을 100명 이상 확보하면 목포에 하나, 동부지역에 하나 그런 방식으로 의대 융합캠퍼스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선거구 통합 문제는 각 의원들 이해관계가 너무 치밀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혼자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치적인 합의점이 있어야 한다.

남은 3년 동안 결국 순천의 미래, 순천의 먹거리, 순천의 발전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 것인지 청사진을 만드는 게 중요한 역할이다.

또 하나, 시민들께서 새로운 정치를 요구한다. 대부분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데, 새로운 인물이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목표, 새로운 가치를 가지고 새로운 정치 행동을 하는 것도 새로운 정치다. 인위적으로 인물을 교체하려고 하면 만만치 않다. 도의원 선거를 치르며 절실하게 느꼈다. 순천의 새로운 정치 변화를 만드는 것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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