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지는 기획시리즈 ‘순천 청년들이 사는 진솔한 이야기’(청사진)를 연재한다. 순천에 사는 청년, 순천을 떠난 청년, 순천으로 온 청년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싣는다. 열다섯 번째로 공공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공공씨? 복희씨, 신농씨 같은 걸까? 틀렸다. 공유, 공생, 씨앗의 첫 글자들을 따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세대도, 직업도 다른 세 사람이 만나 다만 즐거움을, 돈이 아니라!, 모의한다니.

세 사람은 지난해 순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한 베리굿즈기획단에 참여하면서 처음 만났다. 그들은 ‘치킨’팀에서 ‘어디갈대있어’ ‘순천만가면되지’ 수건을 제작하면서 서로 죽이 맞는 것을 확인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여기서 끝내기 아쉽지 않냐”라며 의기투합했다.

기획단 활동이 끝나고 두 달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내뱉는 작업을 했다. “1년에 하나씩만 해보자”라는 소박한 계획을 세워놓고, 공공씨는 벌써 올해 6월 파랑새창고에서 장천동아카이빙전시회 ‘숨은장천찾기’를 진행, 플리마켓에도 2회 참여했다. 연말연시를 맞은 지금 ‘목욕재계’ 선물세트를 제작 중이다.

“1년에 하나씩만 해보자”라는 소박한 계획을 세워놓고, 공공씨는 벌써 올해 ‘숨은장천찾기’ 진행, 플리마켓 참여, 연말연시 ‘목욕재계’ 선물세트를 제작 중이다. (제공=공공씨)
“1년에 하나씩만 해보자”라는 소박한 계획을 세워놓고, 공공씨는 벌써 올해 ‘숨은장천찾기’ 진행, 플리마켓 참여, 연말연시 ‘목욕재계’ 선물세트를 제작 중이다. (제공=공공씨)

주희(28세, 중국어 강사)

고향 순천. 대학 시절 중국 유학을 다녀와 순천에서 지냈다. 5살, 7살 손위 언니들이 있어서인지 공공씨 언니들과 함께 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고 편하다. 지난해 광양 사는 친언니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대신 수업했는데 그때부터 광양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북적북적한 곳을 별로 안 좋아해 지역살이에 만족한다.

요즘 우울감에 빠진 청년들이 많다. 내 친구도 코로나19 이후 계속 집에만 있다고 한다. 그런 친구들이 자신만의 행복을 끄집어낼 수 있는 일을 기획하고 싶다. 언니들을 만난 게 진짜 다행이다.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는 계기를 마주치기를.

공공씨에서 서류 작성하는 일을 맡고 있다. 꼼꼼한 정리왕.

수미(38세, 주부)

고향 순천. 디자인 상품, 눈으로 보는 걸 좋아한다. 나만의 브랜드를 갖는 게 꿈이다. 시댁 농산물을 상품화하여 플리마켓에서 판매해 보고 자영업도 잠깐 했다.

수도권에 비해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는 지역살이에 설움이 있었지만, 알고 보니 순천에도 재밌는 활동을 하는 분들이 아주 많더라. 현재는 개인적이면서도 많은 이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재밌는 일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기획자.

은정(47세, 문화예술강사)

고향 순천. 여수, 구례, 곡성 등 여러 지역에서 문화예술 관련하여 강의한다. 공공씨 동생들이 “이것 하고 싶다”라고 하면 거기에 순천의 이야기를 담아준다.

요즘 유행하는 ‘한달살기’가 지역에 청년을 유입할 수 있을 거라는 데에 회의적이다. 어느 연령층에 중심을 두든 순천시만의 매력적인 일자리와 복지 정책이 있어야 현실적인 인구유입이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청춘창고’ ‘청춘웃장’도 청년들이 단지 ‘장사’하도록 지원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젊은 친구들이 저기서 뭔가 하고 있구나’ 인식할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한다. 현재의 청년지원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퍼주기만 하고 독이 깨진 것을 못 보는 상황 아닐까? 지역을 살리려는 마음,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지원해야 한다.

‘공공씨’ 작명의 주인공이자 공공씨 동생들의 인생 멘토.

왼쪽부터 은정, 수미, 주희. 나이도 직업도 서로 다른 세 사람이 만났으니 세상을 보는 눈,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넓다. 공공씨가 앞으로 지역을 어떤 색깔, 어떤 도구로 채색해 나갈지 기대된다. ⓒ순천광장신문
왼쪽부터 은정, 수미, 주희. 나이도 직업도 서로 다른 세 사람이 만났으니 세상을 보는 눈,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넓다. 공공씨가 앞으로 지역을 어떤 색깔, 어떤 도구로 채색해 나갈지 기대된다. ⓒ순천광장신문

다름은 곧 다양성이다.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세 사람이 만났으니 세상을 보는 눈,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넓다. 이런 강점을 잘 다듬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공공씨가 앞으로 지역을 어떤 색깔, 어떤 도구로 채색해 나갈지 기대된다.

“이제 막 시작하는 작은 씨앗이다. 아직 무엇을 공유하고 어떻게 공생할지 방향을 찾고 있다. 어떻게 자랄지는 모르지만 사람과 자연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씨앗을 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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