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지는  기획시리즈 ‘순천 청년들이 사는 진솔한 이야기’(청사진)를 연재한다. 순천에 사는  청년, 순천을 떠난 청년, 순천으로 온 청년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싣는다. 열네 번째로 이원호(25세)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나 '청년'인 시절을 통과한다. 그 시절을 통과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어떤 일에 몰두할 수도, 현실에 자족하며 나만의 속도로 인생을 즐기기도 한다. 여기 '청년'이라는 정체성을 자신에게만 투영하기보다 '우리'라는 프리즘을 통해 '청년'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이가 있다. ‘노(NO) 플라스틱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휴학생 이원호(24) 씨가 그 당사자다. 

■ 환경을 지키는 카페 

이원호 씨를 처음 만난 곳은 장천동 YMCA 건물 1층에 위치한 ‘노(NO)플라스틱 카페’이다. 

노플라스틱 카페는 쓰레기 배출을 0, 즉 제로에 가깝게 하자는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자)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카페로 개인 컵을 가지고 오면 모든 음료가 1,000원 할인되며 세제소분샵, 텀블러세척소, 공병수거, 제로웨이스트샵 등이 운영되고 있다. 

환경 운동은 항상 가까우면서도 먼 것으로 여겨져 왔다. 환경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정작 무언가를 실천하려 하니 부담이 되거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한 사람이 완전히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보다 다수가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하나라도 줄이는 것이 더 환경에 도움이 됩니다. 우리 카페를 매개로 사람들이 환경운동에 친근함을 가지면 좋겠어요. 저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환경에 대해 공부한 후로 제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노플라스틱 카페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이원호 씨가 카페에서 일하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올해 7월부터 5개월 정도, 계기는 대학교 YMCA 봉사동아리 지인의 소개였다. 노플라스틱 카페에서 일하기 전까지 환경문제에 큰 경각심을 가지진 못했다고 수줍게 털어놓는 이원호 씨는 이제 자칭타칭 제로 웨이스트 전파자다. 

“환경에 관한 문제는 혼자 생각하기보단 여럿이 함께 얘기할 때 의미가 있어요. 저희 카페로 인해 제로 웨이스트를 접하는 것. 저를 통해서 누군가 환경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는다면 그것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변화가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쓰레기와 관련한 환경 문제와 사람들의 문제 의식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러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매장을 찾아가는 손님들도 늘고 있다. 규제를 넘어서지 않을 만큼만 실천하는 것, 전혀 나쁘거나 잘못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회용품 규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나아가 자아실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제로 웨이스트, 더 이상 멀기만 한 단어가 아니다.

■ 휴학을 해도 지구는 멸망하지 않는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휴학을 할지 말지 고민한다. 누군가는 대학생활을 잠시 쉬고 싶어서, 누군가는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싶어서, 누군가는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휴학을 한다

이원호 씨는 순천전자고를 졸업하고 순천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 특성화고 출신인 그는 대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었다.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잠시 쉬며 생각을 정리하고자 대학교를 휴학했다. 

“휴학한다고 내 삶이 멈추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저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훌륭한 부분도 있으니까요” 

대학생들은 생각보다 세상을 많이 겪을 일이 없다. 아이스크림 베스킨라빈스31에 무슨 맛이 있는지 다 알지도 못하는 데 가장 좋아하는 맛을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안 먹어보거나 알지도 못하는 맛에 진짜 내 입맛에 딱 맞는 맛이 있을 수도 있다. 

대학이란 틀에서 벗어나니 배우고 싶은 것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나중에 쓰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온라인으로 자격증 웹 강의를 듣고 있고 얼마 전에는 YMCA에서 주관한 기자학교에도 참여했다. 다양한 경험의 폭을 늘릴 기회이기도 하다. “추측하고 상상만 하던 것들을 직접 겪어보며 ‘나의 정체성’을 찾겠다”는 자신의 철학대로 살고 있다. 

대단한 욕심은 없다. 누구보다 앞서가려 하지도, 멀리 가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 마음먹었다.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어요” 원호 씨는 쳇바퀴 같은 일상보다 내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단계를 밟아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 지구를 살리는 기술자를 꿈꾸며 

그는 “행복을 찾아 직업을 갖는 청년들은 드물 것으로 생각해요. 대학 전공과 진로가 일치되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라며 청년에게 꿈꿀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 사회를 더욱 안타깝게 바라봤다. 비싼 등록금과 귀한 시간을 남들이 정한 곳에 마냥 허비할 바에, 자신의 경우처럼 흘러가듯 사는 청년도 지금,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구를 구하는 히어로는 되지 못하더라도 세상에 조금은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양한 생활 방식에 도전하며 새로운 세계를 하나씩 알아가는 기분입니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발전도 많이 했고요.” 

자신의 부족함이 눈에 너무 잘 보여서, 스스로가 싫을 때가 분명 있다고 했다. 그래도 요즘 그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며, 변화하며 점점 나아지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원호 씨는 인터뷰 내내 '성장'을 말했다. 자신을 연마하며 나아가는 그를 보며 '향상심'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성장통을 겪는다 한들 모두가 성장하지는 않는다. 치열하게 노력하며 나아가는 사람만이 성장할 수 있다. 청춘의 순간에서 성장의 갈증을 느끼고 계속 도전에 몸을 던지는 그가 대단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의 목표를 ‘지구를 살리는 기술자’라고 밝혔다. 전자공학과인 전공을 살리며 환경운동을 지속하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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