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지는 기획시리즈 ‘순천 청년들이 사는 진솔한 이야기’(청사진)를 연재한다. 순천에 사는 청년, 순천을 떠난 청년, 순천으로 온 청년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싣는다. 열여섯 번째로 김현빈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따뜻한 사람이고 싶어요.”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사람의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이야기하는 청년이 있다. 순천대 학생회와 사회 활동을 해왔던 김현빈 씨는 사람들이 깊은 생각에 빠지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깊은 고민을 해야 삶에 여유가 생긴다는게 그의 철학이다. 현실에 치여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어려운 요즘 세상에 그의 이러한 가치관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김현빈 씨는 천천히마을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다
김현빈 씨는 천천히마을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다

현빈 씨는 올해 1월 초부터 순천YMCA 1층에 있는 천천히마을에서 소식지 월간청년개미편집장이다. 청년들이 속에만 담고 있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해보는 경험을 했으면 한단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은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대학교를 다닐 때 학교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여러 정보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고 그 정보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고민하는 활동은 저에게 큰 자산이 되었어요.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 나간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그는 월간 소식지와 함께 사람과 지역을 테마로 책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청년들이 자신과 지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제가 다녔던 학교는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느니 차라리 다른 걸 하라는 주의였어요. 저는 수학이나 과학 시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니 담당 교과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책을 읽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습니다.”

그의 꿈은 작가다. 책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가면 어땠을까?”라고 자주 상상했고, “내가 그런 이야기를 만들면 되지 않겠냐라는 물음이 문예창작학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막상 학과에 들어와보니 제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글짓는 방법들을 배우게 될 줄 알았는데 바로 실전으로 들어 온 느낌? 글을 써오면 수강생들끼리 비평하는 방식이었는데 서로의 작품을 비판하는데에만 집중하는 것 같았어요. 서운한 감정이 쌓이는 상황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문예창작학과에 온 덕분에 글을 많이 쓰게 되고 사색할 수 있어서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아직 책을 내지는 않았지만 단편들은 계속 써오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과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고 싶다고 한다.

현빈 씨의 생각을 듣다보면 진중한 사람처럼 느껴지지만 아이들을 좋아하는 활달한 사람이다. 가끔 사무실 건물에 아이들이 찾아오면 재밌게 놀아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의외다.

아이들과 있으면 제가 돌보고 있다기 보다는 아이들이 저를 데리고 놀아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아이들은 순수하니까요. 물론 제가 좀 유치해서 잘 맞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대학교를 다니며 ROTC 생활을 했던 김현빈 씨(제공=김현빈)
대학교를 다니며 ROTC 생활을 했던 김현빈 씨(제공=김현빈)

현빈 씨가 학교 다니면서 글쓰는 활동만 해왔던 것은 아니다. 2,3학년 때 각각 과에서 부회장과 회장을 맡았다. 학업에 지친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각종 행사들을 기획했단다.

3학년부터는 학생군사교육단(ROTC)에 입단하여 후보생 생활을 했다. 후보생 생활을 하며 자부심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임관 이후 병사들을 교육·지도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훈련을 받기만한건 아니었어요. 특히 화생방 훈련 때 정화통을 교체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행동한다는게 상당히 고역이더라고요. 동기들이 없었다면 끝까지 참여하지 못했을 거에요.”

하지만 ROTC 활동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2년차 때 아침 구보를 뛰다가 발이 아파 병원갔는데 평발 판정을 받았다. 이후 부모님과 상의 끝에 ROTC를 그만두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다.

평발 판정을 받았을 당시에 눈앞이 캄캄했어요. 1학기만 하면 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임관하는건데 갑자기 계획이 흐트러진 부분도 있고요. 2학년 마치고 군대를 가도 늦게 간거라는 사회 분위기가 있는데 4학년에 복무를 한다는게 부담스러웠어요.”

그만두게 되면서 오랫동안 상실감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2년 동안 해왔던 생활을 하루아침에 그만두게 되니까 삶이 굉장히 공허하게 느껴졌어요. 같이 지냈던 동기들은 장교로 임관하는데 저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생활하니까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고요.”

현빈 씨는 퇴단 이후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순천 지역 청년들을 만나 생각을 공유하는 활동들을 해나갔다. 청년단체 GI.ANT를 설립하여 현실에 부딪혀 꿈을 접는 청년들이 다시 꿈꿀 수 있게 지원하는 활동을 준비 중이다.

광양에 살면서 순천은 어린시절부터 그에게 친근한 곳이었다. 대학교를 순천으로 오게되면서는 오히려 자기가 살고 있는 광양이 남의 동네같이 느껴졌단다.

졸업한 이후에도 순천에 계속 있고 싶어요. 시골같은 여유가 있는 곳이면서도 할 수 있는게 많아 살기 좋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순천에 있으니까 그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순천에서 작가와 기자로 활동하고 싶다는 현빈 씨. 사회가 좀더 아름다워 졌으면 좋겠다는 그의 꿈에 걸맞게 앞으로 순천에서 현빈 씨가 퍼뜨려 나갈 선한 영향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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