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아 제발 사라지지마. 너가 사라져 버리면 우리의 휴식공간이 사라져 버려.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허리가 아프셨는데 너 때문에 더 건강해 지셨어. 우리와 항상 함께해줘.”

놀이터이자 휴식공간인 공원을 지키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이 소책자 한 쪽에 담겼다. 노관규 순천시장님께 편지를 쓴 다른 어린이 글도 실렸다.

『남정공원을 지켜주세요』. 남정공원과 함께하는사람들 지음.

남정공원 인근에 살고 있는 이 어린이들은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정책에 학교, 학원, 집에서 조차 친구들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코로나19는 갓난아기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힘들게 했고 여전히 고통은 끝나지 않고 있다.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어린이는 집 근처에 공원이 있어서 코로나 때도 친구들을 맘껏 만나 놀 수 있었다고 한다. 허리 통증으로 먼 거리 거동이 힘들었던 할아버지와도 공원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뛰어놀던 공원에 건물을 짓는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전용실내체육관이라는데 정작 어린이인 본인들은 출입할 수가 없다는 점이 더욱 이해할 수가 없다.

남제게이트볼장에 지으려는 어린이실내체육관은 관내 어린이집을 비롯한 영유아 기관에서 이용하게 될 전용공간이다. 예약제로 운영되며 자체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정작 체육관이 생겨도 바로 옆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시와의 갈등은 마을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간절한 마음이 응축된 홍보책자를 만들어 냈다. [남정공원을 지켜주세요]란 제목은 남정동 주민들이 매일같이 외치고 호소하는 말이다. 공원 정자에서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공원 그림을 그리고, 저녁에는 학원수업이 끝난 마을 아이들이 모여 책 편집 작업을 했다. 그야말로 남정동 주민의 책이 발간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너도 나도 주변에 책을 전달하며 남정공원 상황을 알리고 있다.

공원 정자에서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공원 그림을 그리고, 저녁에는 학원수업이 끝난 마을 아이들이 모여 책 편집 작업을 했다. 
공원 정자에서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공원 그림을 그리고, 저녁에는 학원수업이 끝난 마을 아이들이 모여 책 편집 작업을 했다. 

순천시가 추진 중인 미세먼지안심 어린이실내체육관은 2020년 도시재생인정사업으로 국비33억에 시비22억을 합하여 55억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사업 신청 당시만 해도 미세먼지는 국민 건강을 해치는 큰 요인이 되었을 때다. 하지만 3년째를 접어드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미세먼지 위험은 여전할지라도 코로나시대를 겪으며 실내활동보다는 실외활동이 무섭게 전파하는 바이러스로부터 안전지대인 시대가 되었다.

시대의 흐름과도 맞지 않고, 주민 동의도 받지 못한 본 사업을 순천시는 기어코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남정공원이 삶의 일부인 주민들은 6개월 남짓 부지이전을 요구하며 공원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순천시장에게 눈물의 편지도 써서 보내고, 항의방문도 했으며 여론을 확산하기 위해 매월 마을축제를 열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들이 남정공원의 존재를 모르고 있을뿐더러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오보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마을 어린이도 이용을 못하게 하는 체육관이다. 아이들의 놀이터를 빼앗고, 주민들의 휴식공간을 없애겠다는 이 사업이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모르겠다. 책 한 권을 만들었다고 공원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주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읽혔으면 좋겠다”는 주민의 호소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