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지는  기획시리즈 ‘순천 청년들이 사는 진솔한 이야기’(청사진)를 연재한다. 순천에 사는  청년, 순천을 떠난 청년, 순천으로 온 청년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싣는다. 열두 번째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대학생 샤흐조다(샤조, 24세)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샤조 씨를 처음 만난 것은 풍덕동의 한 치킨집이다. 주문을 받고 치킨을 내 주는 그가 궁금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한국을 좋아했고 한국에서 살고 싶었다.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 있는 집 근처 한국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2017년에 순천대학교 어학당에서 1년, 2018년에 순천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학부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그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영어영문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엄청 좋아한다. "한국에 유학 오려 노력할 때 ‘드림하이’라는 드라마가 제게 용기를 줬다”라고 고백했다. “드라마에서 본 70-80년대 한국 모습이 우즈베키스탄이랑 너무 비슷해서 한국 가서 어렵지 않게 잘 살겠다고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완전히 다르더라”라고도 말했다. 좋아하는 가수는 BTS보다 블랙핑크,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 영화 ‘기생충’, ‘부산행’을 좋아하고 배우 마동석을 좋아한다.

그는 집에서 막내딸로 한국에 오기 전까지 힘든 일은 안 해 보고 공부만 하고 살았었다. “한국 와서 엄청 여러 가지 일을 했다. 혼자 지내면서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고 자기 관리를 하는 법을 익혔다”라며 한국에 와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타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가 퍽 지난했겠다 싶으면서도 그의 목소리는 명랑하고 오히려 여유가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대학생 샤흐조다(샤조) 씨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대학생 샤흐조다(샤조) 씨

순천에 온 첫 1년은 기숙사에서 지냈다. 내성적인 성격에 여럿이 지내는 것이 불편하고 침대 매트리스가 딱딱해서 학교 밖에 집을 얻었다. 학비, 주거비, 생활비 등을 집에 손 벌리지 않으려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사람들과 친해지고 한국 여행도 다니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그 좋아하던 영화나 드라마도 볼 틈이 없다. 그럼에도 그는“한국 사람들을 보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사람들은 엄청 부지런하다. 일 처리도 빠르고 공부할 때도 집중해서 하고, 일을 끝까지 해보려고 하는 마음으로 한다” “한국 사람들은 진심으로 도움을 준다”라며 칭찬했다.

그가 한국 생활에서 어려운 점은 음식이다. “우리는 종교적으로 돼지고기를 못 먹는데 많은 한국 음식에 돼지고기가 들어 있다”라고 말하며 집에서 고향 음식을 직접 조리해 먹는다고 했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참치찌개, 된장찌개, 비빔밥 등이다. 바다 냄새 때문에 해물을, 해조류는 ‘말랑말랑하고 이상해’서 잘 못 먹는다. 종교생활은 예배당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기도하는 시간에 기도하면 된다고 했다.

순천은 살기에 어떤지 물었다. 그는“서울에서 일주일 동안 살아봤는데 너무 복잡하더라. 차도 엄청 많고. 계속 순천에 오고 싶었다. 순천은 벌써 고향 같은 느낌이다”라고 답했다.

그가 한국 생활이 좀 익숙해질 무렵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수업 들으며 집에만 있었을 때 너무 외롭고 힘들었단다. 고향에도 한 번 못갔다. 유학 중간에 고향에 갔다가 한국에 못 돌아온 친구들이 있어 차라리 졸업하고 가자고 마음먹었다. 곧 부모님과 가족을 만날 생각을 하면 몹시 기대된다. 

가족 없이 혼자 지내는 게 외롭기도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친구들이 많다. 순천대학교에 다니는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은 총 139명(2022년 9월 1일 기준)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약 30%를 차지한다. “같이 한국에 온 친구랑 가족처럼 가깝게 지낸다. 어렵고 외로울 때 서로 돕고 있다”라고 말하는 그가 참 단단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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