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매우 성공한 다섯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재력, 권력, 정보력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세상 누구도 그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니 대다수가 그들을 우러르고 숭배하였다. 그들의 뜻은 세상을 지배했고, 그들의 옷차림은 곧장 유행을 낳았고, 그들의 행동과 태도와 기호가 대중이 모방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들이 함께 똥통에 빠져버렸다. 똥통은 아주 깊고 지독했으며 쉽게 나올 수 없었다. 수 시간 죽을힘을 다해 겨우 기어 나올 수 있었다. 나와서 여러 번 목욕을 했다. 온갖 탈취제와 향수를 써서 반복해서 씻어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수 십번 아무리 씻어도 악취를 제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모든 방법을 다 해보았으나 소용없음을 확인하자 그들은 당황했고 거의 절망했다. 예전처럼 중요 모임이나 회의에 나가 사회를 보고 발언을 하고 언론대담을 하는 등 존재를 드러내야 할 일이 많은데 큰일이었다. 그들 몸에서 난 악취는 본인은 물론 주변에 그를 모시는 사람들에게도 큰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당한 기간이 흘렀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들 중 한 사람이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함께 모이게 한 후 그는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자, 어떻게 해도 우리 몸에서 나는 악취를 제거할 방법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패배자나 왕따 신세로 일선에서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정말 특단의 방법을 써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가 가진 모든 힘, 재력, 정보력을 동원하여 ‘사회마취작전’을 펼쳐야 한다. 우리 몸에선 난 이 냄새가 혐오할 악취가 아니라 기가 막힌 향기라고 대중을 세뇌시키면 된다. 그리하여 대중들 스스로가 이 악취를 좋아하고 따라하게 하면 된다. 그러면 누구도 우리를 혐오하거나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를 더욱 경배하고 팬덤현상, 빠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그 후 그들은 그들이 가진 무소불위의 힘으로 온갖 언론매체를 동원하여 홍보, 선전, 여론조작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였다. 처음에는 반응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반복적이고 끈질긴 거짓선전과 홍보는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였다. 온갖 시‧청각자료, 동영상, 강좌, 드라마, 영화, 노래와 미술 등 예술적 수단들도 동원되었다. 일정 기간이 지나자 사회의 대부분 사람들이 그들의 악취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본받고 따라 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그 악취는 천상의 향기로 받아들여졌고, 대다수가 이를 얻기 위해 열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마취작전’이 거의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

이상은 지구촌의 현실을 이야기로 꾸며본 것이다.

지금 지구인은 마취사회, 중독사회를 살고 있다.

이제 독자들도 눈치를 채었을 것이다. 남달리 성공하고 잘난 그들이 빠진 똥통은 바로 ‘돈통’이다. 인간사회의 여타 가치와 의미를 무시하고, 지구 문명 자체를 송두리째 나락으로 끌고 가는 것이 돈에 대한 과도한 욕망이다. 한번 돈의 집착에 빠지면 똥통에 빠진 것보다 훨씬 더 악취를 풍긴다. 왜 그런가? 영혼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조선조의 청백리처럼 살 수는 없고, 법정 스님처럼 맑고 향기롭게 살기도 어렵다. 가족을 지키고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성실히 일하며 적당한 수입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일반 시민들의 삶을 폄하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저들의 ‘마취작전’ 에 말려들어 일정한 선을 넘어서 돈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 빠진다면, 이는 매우 경계할 일임이 틀림없다 하겠다

박종택 논설위원
박종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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