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박종택 조합원

2009년 순천에서 교직을 떠나 2011년 월등면으로 귀촌하였다. 지난 8년간의 농촌 생활은 상당히 만족스러워 귀촌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귀촌에 선뜻 동의해준 아내가 고맙기 그지없다. 농촌 생활을 하면서 마을을 위해 뭔가 도움을 줄 요량으로 지난 5년 동안 이장, 정확히는 반장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워낙 작은 동네라서 이장 대신 반장이라는 행정의 최말단 세포라 할 것이다. 다음 이야기는 농촌 생활과 반장 역할을 하면서 느끼는 소회와 시장님께 드리는 말씀이다.


첫째, 처음 농촌에 들어와서 예민하게 느낀 것은 뜻밖에 쓰레기 문제였다. 농촌에는 농약병, 퇴비 포대, 멀칭비닐, 소주·맥주·막걸리병, 폐농기계 등 각종의 쓰레기가 생긴다. 그러나 많은 농민들은 쓰레기 분리수거나 처리 등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젖은 비닐이나 플라스틱 쓰레기를 태우는 매캐한 연기가 자주 피어올랐고 몹시 거슬렸다. 하천과 밭두둑에는 폐비닐과 포대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매우 놀라고 걱정스러웠다. 물론 면사무소에서는 반복적인 계도와 홍보를 통해서 적절한 처리를 강조하고 있으나 이것이 실제 농민들에게 미치는 힘은 매우 미약하다. 어떤 방법으로 쓰레기 처리에 대한 농민들의 의식을 깨울 것인가가 큰 숙제이다.

 

둘째, 월등면에는 여러 곳에 돈사(豚舍)가 있다. 물론 양돈은 중요한 국민의 먹을거리 사업이다. 그러나 동네 인근 돈사에서 풍기는 악취로 인해 농민들이 겪는 고통과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양돈 농가와 일반 농민들 사이에 좋지 않은 감정이 있다. 여기에 시의 엄정한 행정적 감독과 지도가 필요한 지점이 있다. 인근 주민에게 피해가 최소화되는 축산이 될 수 있는 어떤 규칙과 원칙이 있을 것이고, 시는 암행어사처럼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물론 간단하거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이 시(市) 당국의 책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농촌에서 재배하는 모든 작물에는 양질의 퇴비가 필요하다. 옛날에는 각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퇴비를 만들어 사용했으나 지금은 모두 퇴비회사가 공급하는 퇴비를 사서 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여러 퇴비회사가 공급하는 제품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좋은 품질인지 분별하는 일이다. 개별 농민이나 면 단위에서 퇴비의 질을 검증할 전문적 식견을 갖춘 자가 드물다. 따라서 퇴비의 품질을 검사하고 양질의 퇴비를 판별하는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갖춘 단위는 결국 시 당국이라 볼 수 있다. 1년에 순천시 10개 면에서 소비되는 퇴비는 줄잡아 수십만 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값의 절반은 국가에서 보조한다. 따라서 시 당국이야말로 좋은 품질의 퇴비를 생산하도록 또는 선택하도록 감독, 지시, 검사할 책무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넷째, 반장 5년을 하는 동안 월등면장은 네 번 바뀌었고 지금 다섯 번째 면장이 부임해 있다. 1년이 못 되어 다른 직책으로 옮겨간 면장도 두 명이나 있었다. 이렇게 면장 인사가 자주 바뀌는 것이 우리 면만의 경우인지, 아니면 순천시 관내 다른 동, 면, 기관도 비슷한지 모르겠다. 전자의 경우에도 문제이지만, 만일 후자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보통 사람이 어떤 직책을 맡아 업무를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최소한 이삼 년은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겨우 1년이 지나 바뀐다면 그 사람이 그 직책을 정말 잘 수행할 수 있을까? 도대체 그렇게 자주 인사이동을 해야 할 불가피한 저간 요인이나 필요가 무엇일까? 

 

이상으로 농촌 생활하면서 순천시 당국에 몇 가지를 개선을 촉구하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서두에서 말한 대로 나는 농촌 생활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고, 좋은 점과 이로운 점도 많다. 그리고 살기 좋은 농촌을 위해 순천시가 노력하고 기여한 점들에 대해서도 시 당국이나 공무원들께 감사하다. 


박종택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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