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상부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으로 망해가는 나라를 민중이 일으켜 세운 과정의 반복이다. 일제 침략으로 나라가 망하자 전국 방방곡곡에서 3.1 만세운동을 일으켜 일제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였고 이는 향후 민족 독립과 항쟁의 불씨가 되었다. 해방 후 이승만 독재와 부패로 나라가 흔들릴 때 젊은 청년학도들이 피 흘려 4.19 혁명으로 다시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늙은 노인을 멀리 추방하였다. 박정희 군부독재가 악독해지자 부마항쟁과 10.26을 통해 그를 제거하였다. 전두환 군부가 다시 시작되자 80년 5.18 광주항쟁과 87년 6월항쟁으로 군부를 퇴출했다. 이명박근혜의 무능과 부패가 극심해지자 광화문 촛불혁명으로 일거에 무너뜨리고, 두 사람을 감옥에 수감하였다.

특히 촛불혁명은 전 세계의 역사에 보기 드문 쾌거로서 한민족의 위상을 세계만방에 떨쳤다. 인류역사상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오직 뜨거운 함성과 열망으로 적폐 정권을 일소한 일이 과연 있었던가? 하여 우리 국민은 가슴으로 표현할 수 없는 긍지와 자부심을 느꼈다. 우리는 속으로 외쳤다. “세계여, 우리가 어떤 민족인지 이제 보았는가?” 마음에 남아 있던 서양 선진국과 민주 국가들에 대한 열등감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우리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었고, 유구한 역사 속에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무수한 호국 선열들의 영령 앞에서도 떳떳했다. 우리는 조용한 시간에 이렇게 읊조릴 수 있었다.

 “순국선열과 호국 영영들이시여, 보십시오, 저희가 해냈습니다. 결국 저희가 해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문재인 정권의 출범은 한민족의 역사에 획기적인 출발이고 기회였다. 이는 단순히 정권교체가 아니고 옛 역사에서 새로운 왕조의 창건과 같았다. 신라가 망하고 고려조가 창립되고, 고려조가 망하고 조선조가 시작되는 것에 맞먹는 엄청난 일이었다. 단순히 적폐 청산이 아니라 민족정기를 바로 잡고,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며,  새로운 사회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큰 일을 한번 해보라고 대통령을 새로 세웠고, 민주당 국회의원을 180석으로 만들어주었고, 사법부 수장도 바꾸어주었다. 입법, 사법, 행정 권력을 다 주었다. 지방선거를 통해서 지방 권력도 대부분 주었으며, 14개 시.도에 진보 교육감을 세워주었다. 한번 크고 멋지게 놀아보라고 완벽한 판을 깔아 준 것이다.

그런데 3월 9일 20대 대선에서 패배했다!

대선 패배 후 많은 국민들이 느낀 멘붕의 원인이 무엇일까? 본인은 ‘기회 상실’에서 온 배신감과 좌절감이라고 본다. 국민은 정부가 천재일우 촛불 혁명의 민족적 열망과 상승 에너지를 타고 거대한 봉황이 되어 구만리 높은 하늘로 날아올라 민족의 정기를 세우고 새 역사를 쓰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참새나 뱁새처럼 집안의 감나무 울타리 나무를 오가다 만 것이다. 커다란 호랑이를 잡으라고 도끼를 주었더니 쥐새끼 몇 마리 잡고 말았다. 재벌개혁, 언론쇄신, 경제정의 실현,  교육개혁, 부동산 해결, 검찰개혁, 국보법 폐지 등은 손도 못 대었다. 조국-윤석열의 지루한 싸움에 문재인의 우유부단은 아연실색할 일이었다. 박근혜와 이재용 사면에는 유구무언이었다. 하늘은 특별한 기회를 주었는데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자 큰 재앙으로 응징했다. 그것이 대선 패배다.

대선 패배 후 정부와 민주당이 보인 모습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사태의 심각성과 책임감을 느꼈다면 매우 달리 행동했어야 한다. 먼저 문재인과 청와대 고위직들,  16개 부처 장관들, 민주당 당직자들은 모두 촛불혁명의 현장 광화문 앞에 나와 민족과 역사 앞에 석고대죄했어야 한다. 적어도 수일간 단식하고 눈물 흘리며 참회했어야 한다. 국민들이 나가서 손잡아 주며 일어나라고 할 때까지 그리했어야 한다. 그런데 나 몰라라 했다. 그 결과가 6.1 지방선거 참패다.

정권은 패배했고,  촛불혁명의 민족적 에너지는 소진되어 버렸다. 국민들은 깊은 좌절감에 빠져있고, 대한민국호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아,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박종택 순천언론협동조합 조합원
박종택 순천언론협동조합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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