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시정지시 “정규직 전환, 새로운 국면 열렸다”

 

지난달 고용노동부에서 현대제철㈜ 순천냉연공장 근로감독 결과 비정규직 516명 전원에 관한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려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노동부)은 지난달 12일 자로 현대제철 순천공장에 내린 시정지시에는 지난 22일까지 ‘직접고용’을 지시하고 근로계약서 및 4대보험 가입확인서 등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노동부는 지난 2018년 11월 12일~2019년 1월 18일 현대제철에 실시한 사내하도급 불법파견 수시감독을 시행해 ‘시정지시’를 내렸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근로자파견법) 제6조의 2(고용의무) 제1항과 같은 법 제7조(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 제3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9일 이병용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을 만나 노동부 시정지시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병용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
이병용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

이 지회장은 노동부 시정지시에 관해 한마디로 “정규직 전환의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고 평가하며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시정지시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노동부 시정지시에 관해 현대제철이 곧바로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지회장은 “그동안 사업주들은 노동부가 시정지시를 내려도 행정소송으로 대응해왔다. 현대제철도 현재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지만, 행정소송을 제기해 차일피일 시간을 끌 것이다. 소송을 진행하면 또 몇 년이 지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노동부 시정지시가 내려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2005년 6월 현대하이스코 때 노동조합 결성 이후 해고, 블랙리스트 작성, 노조 파괴 등 부당노동행위로부터 시작됐다. 

노조 결성 이후 사측은 하청업체 통폐합으로 120여 명을 해고했고, 해고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다른 업체 취업까지 제한했다. 이런 내용은 이후 재판과정 등에서 당시 하청업체 대표 등에서 나온 자료룰 노조에서 입수하면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이 본궤도에 올랐다.

2018년 9월 노조는 금속노조와 함께 이 자료를 폭로하면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고, 노동부는 2개월 넘는 기간 수시감독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결과 시정지시가 나오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이 지회장 등에 따르면, 노동부 시정지시는 철강업계에서는 최초로 나온 것이다. 이번 시정지시는 순천공장 뿐만 아니라 당진공장에도 내려졌다. 

다만 순천공장에서는 전체 5개 공정 516명 전원을 대상으로 시정지시가 나왔지만, 당진공장에는 일부 공정만 70% 비율로 ‘불법파견 시정지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회장은 “이 시정지시가 나온 것은 최근까지 이어지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도 그렇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불법파견 시정지시가 계속 나오면서 노동부에서도 눈치를 보다가 결국 ‘불법파견’ 시정지시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는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MES 통합시스템으로 전 공정에 작업지시가 내려지는데, 이 MES 관련 최근 판결이 ‘불법파견’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현대제철 또한 이러한 추세에서 ‘불법파견’임을 노동부에서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소송이 예상되는데, 그 결과만 기다릴 수는 없다. 이번 시정지시로 사실상 정규직 전환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고 하면서 “내부적으로 조합원 토론을 계속 진행하고 있고,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준비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관해서는 “그동안 여러 사업장에 불법파견 시정지시가 떨어졌는데, 이 사업장들과 연대하고, 금속노조, 민주노총 차원에서 투쟁 사업장을 묶어서 연대투쟁으로 해나갈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파견을 사회의제로 제기하고 11월 투쟁을 힘차게 전개할 것을 요구하고, 결국 ‘불법파견’ 문제는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때문에 벌어지는데, 이 파견법을 없애는 투쟁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인터뷰 이전 노동부는 ‘불법파견 시정지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실무자 선에서 노조에도 사측 이행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는 것이 이 지회장 설명이다.

지난 22일 확인 결과 현대제철 사측은 노동부에 시정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순천공장과 당진공장 시정지시와 관련해 현대제철 측에서 협의할 내용이 있다며 시정기한 연장을 요청했다”며 “시정기한 연장을 받아들이게 되면 다음달 26일이 기한이 될 예정이며,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 지회장은 전화 통화에서 “사측은 시정지시 불이행 과태료가 나오면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노조에서는 23일부터 시정지시 불이행에 대한 규탄 선전전과 직접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노동부 시정지시 이행일이 지난 23일 노동부 시정지시 불이행 규탄 선전전과 함께 직접교섭 요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노동부 시정지시 이행일을 넘긴 지난 23일 노동부 시정지시 불이행 규탄 선전전과 함께 직접교섭 요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순천광장신문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노동부 시정지시 이행일을 넘긴 지난 23일 노동부 시정지시 불이행 규탄 선전전과 함께 직접교섭 요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순천광장신문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1년부터 3차례에 걸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160여 명이 진행한 1차 소송은 2019년 2심까지 전원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2·3차 소송은 병합해 2016년 263명이, 4차 소송은 지난해 12월 9일 71명이 참여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거나,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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