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만/들/어/가는/공/동/체-교사 학생 학부모가 리모델링한 사랑어린배움터

 
해룡에 있는 초중등 대안학교 사랑어린배움터는 학교를 통해 마을 공동체가 회복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것은 학교라는 틀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겨울, 학교에 도서관을 만들어 마을 사람 누구나 도서관을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만남이 시작되었다. 관옥나무도서관이라 이름 지었다. 마을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관옥나무도서관을 통해 ‘나를 찾고 나를 만나서 나에게로 돌아가는 집’ 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도서관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해 왔다.

오래된 학교라서 새는 빗물을 잡지 않으면 책이 다 젖는다. 물이 새는 곳을 잡고 페인트를 칠하기로 했다. 일이 진행되는 중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한글의 현대적 조형미를 세계에 널리 알린 디자이너 안상수(61세) 교수가 학교를 방문했다. 학교 벽 페인트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안 교수는 그 작업을 ‘파티’(PaTI - Paju Typography Institute,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학생들과 해보자고 제안했다.

 
실제 칠 작업은 ‘파티’ 학생들과 안상수 교수 그리고 이 학교의 교사, 학생, 휴가를 내서 온 학부모 100여명이 동참했다. 제안은 신선했지만 학생들이 칠 작업 선을 삐틀삐틀 그으면 망칠 것 같아 염려되었다. 안 교수는 “선이 맞지 않아도 괜찮다. 되는 대로 재미있게 하면 된다. 파티처럼 즐겁게 해보자. 아이들이 대학생 형들과 만나며 함께 하는 작업만으로 공부가 될 거다”라며 시작을 가볍게 했다.

4월 12일 아침 8시 운동장에서 체조를 마침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작업은 빨강, 파랑, 노랑 페인트가 섞여 다른 빛깔을 만들어 내는 빛깔수업이며, 페인트가 유리에 닿지 않도록 비닐로 씌워야 하는 세심한 작업이었다. 모든 과정을 유심히 바라본 학생들은 성큼 철제구조물 사이로 오른다. 처음 해보는 작업임에도 망설임 없다. 색깔별로 조를 나누어 페인트칠을 시작한다. 초등학생들은 망칠까 걱정 되는지 조심조심 붓을 들었다. 통을 하나씩 든 초등학생들은 낮은 곳을 칠하고 ‘파티’ 대학생과 부모들은 높은 곳을 칠했다. 위험한 작업인 만큼 모두 기도하는 심정으로 벽면을 조금씩 색칠해 나갔다. 오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학교의 색채가 분명해졌다. 마을의 중심인 학교 모습이 화려하고 선명해지자 마을 느낌도 달라졌다. 늦게까지 진행된 작업은 다음날까지 진행되고 마무리 되었다.

교사, 학생, 부모, 모두가 마음을 모아 하는 일은 과정을 경험하는 것으로 공부였고, 즐거운 놀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학부모들은 휴가를 내어 일을 하러왔고, 엄마들은 부엌에서 150명이 먹을 음식을 해서 날라야 했다. 고된 일이었지만 저마다 즐거움과 설렘으로 일하는 모습이었다. 자연스럽게 쭈삼 볶음과 회무침으로 저녁식사를 겸한 잔치가 이어졌다. 학교 건물 안쪽 벽과 식당 벽에는 안상수 교수가 창안한 '생명평화로고'가 그려졌다. 해와 달, 생물과 동물, 나무와 새, 너와 내가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관계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디자인한 그림이다. 상징으로 표현된 생명평화로고를 보는 것으로 나와 다른 타인이, 나무와 새가 모두 자신의 생명과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깨우치며 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 식당 벽에 해와 달, 물고기와 새, 나무와 네발 동물,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하는 생명평화 로고 작업을 하고 있는 안상수 교수(빨간 모자).

디자인대안학교 ‘파티’는 안상수 교수가 몇 년 동안의 구상 끝에 올해 초에 파주출판단지에 설립한 학교다. ‘파티’는 디자인이 사람, 평화, 삶 등 지구적 가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안 교수는 “사회전체가 건전하고 튼튼해지려면 교육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져야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메뉴가 다양하지 않다. 다른 생각, 다른 방법, 다른 시도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인┃터┃뷰-관옥나무도서관 임숙자

한 사회의 경제와 의식이 성숙해 가다보면 개인의 역사와 마을의 역사 기록에 관심을 가진다. 개인의 삶이 역사와 따로 존재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런 것에 눈을 뜨는 역사학자, 운동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마을 속에 있는 학교가 도서관을 통해 사람들의 생애, 마을의 역사, 문화를 보존하는 일을 담당할 수 있을까?

사랑어린배움터에서 만들고 있는 관옥나무 도서관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 학교 도서관에서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무얼 한다는 거죠?
현재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관옥나무도서관에서는 마을의 역사, 마을사람들의 역사, 도서관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역사 그 다양함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또 그 기록들을 함께 나누고 이어가는 일, 그것이 도서관이 할 일이라고 봐요.

▶ 이전에 맨발동무도서관 관장을 8년이나 하셨는데?
네. 부산에서 제가 몸담았던 공동육아협동조합 구성원 중에 어린이 책을 함께 읽고 얘기를 나누는 어린이책문화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마을사람들이 함께 만날 수 있고 쉴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보자고 했죠. 처음에는 아주 작은 규모로 시작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왕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어요. 도서관이 3층이었는데 계단을 걸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면 저 소리가 우리에게 오는 발걸음이길 하며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렸죠. 한 사람이 들어오는데 여러 사람이 반기면 부담스러워 할까봐 인사할 사람 말고는 좁은 사무실 안에 숨어 있기도 했어요. (하하하) 오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환대 했어요. 정말 반갑게 맞이하고 편하게 느끼도록 따뜻한 온정을 나눴죠.

▶ 어르신들께 찾아가서 책을 읽어드렸다면서요?
아파트 경로당을 찾아갔는데요. 처음엔 많이 어색했고 어르신들도 그다지 맘을 열어주시진 않았어요. 자리를 잡는데 6개월 이상 걸렸어요. 중심은 ‘만남’이었어요. 익숙해지고 편해질 때까지 섣불리 책을 읽어드리지는 않았고, 처음에는 그냥 어르신들 사이에 끼어 앉아 말씀도 듣고 화투도 구경하고, 아무튼 지속적으로 찾아뵙는 것을 꾸준히 했어요. 뭐든지 할 수 있는 만큼만 힘들지 않을 정도로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 관옥나무 도서관에서 그와 비슷한 사업이 진행되나요?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과 일하는 솜씨에 따라 달라지겠죠. 천천히 공을 들여서 시간이 흘러가야 가능한 일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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