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또 소비 중심의 사회로 바뀔수록 청소년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일하는 청소년이 매년 늘고 있고 그 나이 또한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마트, 편의점, 식당, 주유소, 카페, 배달서비스, 옷 가게를 비롯한 대부분의 일상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을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이들 청소년은 일명 '알바'라고 불리지만 임금을 목적으로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노동자'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청소년 노동자를 온전한 노동자로 바라보지 않거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대하곤 합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알바 노동 경험을 표현한 그림. 제목 "나도 같은 노동자인데···".
청소년들이 자신의 알바 노동 경험을 표현한 그림. 제목 "나도 같은 노동자인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며 열정과 고강도의 노동을 강요하면서 그 대가는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또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며 청소년의 노동을 공부 못하는 혹은 하기 싫은 학생들의 일탈로 간주하고 부당한 대우를 당연시하는 예도 있습니다. 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인격을 무시하고 성희롱을 비롯한 폭력과 폭언을 일삼기도 합니다. 어쩌다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기라도 하면 ‘공부는 못하면서 돈만 밝히는 노는 애’ 취급받습니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면 ‘무책임한 애’가 되지요. 나아가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며 학습권을 앞세워 청소년의 노동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청소년의 노동을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부정하기도 합니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지난 2021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지역 청소년 노동자 가운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학생은 약 30%에 불과했고 35%가량은 최저시급 이하의 저임금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이 보장하고 있는 주휴수당을 포함하여 시간외수당, 야간노동수당, 휴일노동수당을 지급한 사업주는 거의 없었습니다. 또 휴일 근무 강요부터 불법적 수습 기간 적용 및 임금 미지급, 식사 제공 후 임금에서 삭감, 지각할 경우 벌금 강요, 대기시간에 대한 임금 미지급, 업무 외 노동을 시키는 등 노동법을 위반한 온갖 종류의 불법적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알바 노동 경험을 표현한 그림. 제목은 "유구무언".
청소년들이 자신의 알바 노동 경험을 표현한 그림. 제목은 "유구무언".

청소년의 노동을 흔히 ‘밑바닥 노동’이라고 합니다. 청소년이 하는 노동의 본질이 밑바닥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나아가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등 분리된 노동시장의 맨 밑바닥으로 청소년 노동자들이 내몰고 있는 거지요.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가장 빠르게 비정규직화가 진행되고 있는 부문이 서비스·유통·판매직입니다. 여기에 청소년 노동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노동구조의 맨 밑바닥에서 청소년 노동자는 일상적인 해고의 위협과 ‘돈만 밝히는 문제 알바생’으로의 낙인, 일명 ‘알바생’이라는 보조적 노동자성, 견고한 갑을관계, 가부장적 나이 위계에 눌려 불법적 노동과 비인격적 대우를 묵묵히 견디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법ㆍ제도의 보호는 소홀하고 사회는 노동자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경시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알바 노동 경험을 표현한 그림. 제목 "악마를 보았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알바 노동 경험을 표현한 그림. 제목 "악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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