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지는 기획시리즈 ‘순천 청년들이 사는 진솔한 이야기’(청사진)을 연재한다. 순천에 사는 청년, 순천을 떠난 청년, 순천으로 온 청년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싣는다.  열  일곱번째로 스타벅스 직원 백종향 씨(30)를 인터뷰했다.

청년 하면 어떤 키워드가 떠오르는가? 불의를 못 참는 태도? 공정 추구? 불안과 빈곤?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존재, 청년은 어울리지 않는 개념들이 그 안에 섞여 있다. 이러한 청년의 특성과 딱 맞는 사람이 바로 백종향 씨다.

대학생 시절 종향 씨는 적극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와 학생사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냥 지나가지도 않았다.

종향 씨는 학교 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당사자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는, 소위 말해 불의를 못 참는 학생이자 개인 신분으로 각 입장을 들어보던 유일한 학생이었다.

백종향 씨
백종향 씨

“학교, 학생회, 일반 학생들 간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껴졌어요.”

종향 씨는 소통에 대한 문제에 비판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학교에서 발생한 문제가 학생들에게 공유되지 않고 학교 내부망에서만 논쟁이 오갔던 일,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학생 사회, 이런 상황에 종향 씨는 가장 먼저 나서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학생이었다. 비판자로는 학교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총학생회장에 출마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선거가 무산됐다고 한다.

졸업 후 종향 씨는 시민기자로 활동했다. 지난 총선에서 청년들이 이용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던 그는 정치적 성향, 출신과 상관없이 청년이라면 보호해주고 지지해주는 단체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자신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모아 ‘GI.ANT’라는 청년단체를 만들었다. GI.ANT는 종향 씨가 총학생회장 출마를 준비할 당시 학생회 이름이다. 현실에 부딪혀 꿈을 꾸지 못하는 청년들의 안식처를 만들고 싶었다고.

종향 씨는 GI.ANT 활동을 하면서 청년과 공간에 관심을 가졌다. 청년에 대한 지원이나 정책이 늘어가고 있지만 막상 청년이 편하게 공부하거나 쉬면서 놀 공간은 찾기 힘들다고 한다.

“청년을 위한 공간이 몇몇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의 청년 생활상을 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술과 직업이 다양해지면서 저녁이나 새벽에 생활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등 청년은 다양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GI.ANT에서 진행한 플로깅 사진
GI.ANT에서 진행한 플로깅 사진

그러나 기존의 청년을 위한 공간이라고 대표되는 곳들은 공간 사용 용도가 고정되어 있고 사용 시간도 공무원의 업무시간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청년들의 여가 활동 또한 정형화되어 청년들이 저렴하고 자극적인 공간인 술집과 PC방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한다.

종향 씨는 꿈만을 좇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친구들에 비해 졸업이 늦었고 취업에 대한 압박감이 컸다. 법학과를 나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취업이 확실히 보장된 길은 아니었다. 종향 씨는 공무원 시험을 접어두고 당장 일할 곳을 찾았고 현재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있다.

누구보다 소통을 중요시하고 청년들의 삶을 지지하는 단체를 만든 이 시대의 청년 백종향 씨, 이와 동시에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청년의 삶과 미래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