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파아란(破我亂), ‘나의 관성을 부수고 난장을 세워보자’는 외침을 들어본다. 희망은 부서짐에서 시작되므로, 앞날은 비 갠 하늘만큼 파아랗다. 100인의 파아란 외침을 공개 모집한다.

심선민(27) 자영업자

몇 해 전 일이다. 필자는 꽤 큰 청년고용지원사업에 참가했다. 국비와 시•도비가 합쳐 진행된 이 사업은 지역의 각 사회적 목적의 단체들에 청년들을 지원, 청년들의 고용 창출과 지역 사회적 목적 단체 인력 충원이라는 목적 아래 진행됐다. 비록 지금은 최저시급의 계약직 형태이지만 추후 정규직 전환도 ‘가능’하다고 안내됐었다. 각자의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은 청년들의 고용목적과 담당업무 등을 미리 제출해 심사를 마친 곳들이었다. 목적에 맞는 사업에만 청년을 투입하기로 협약도 끝난 상황이라고 전달받았다. 심지어 각 사업체 대표들과 청년들이 전부 모여 거창한 협약식을 진행해가며 형식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목적과 형식만 보면 참 좋은 사업이 아닌가.

그러나 삼십 명 가까운 청년들이 단체 사업장에 배치된 이후, 들리는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주민자치사업 서무보조로 투입된 사람은 업무는 한 달 동안 구경도 하지 못했고, 대표 일정을 달달 외우고 대표자 개인 차량을 운전하며 비서 노릇을 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단체 사업장에 갔더니 대표자 개인 영업장이어서 그곳 업무를 돕고 있는 사람까지 있었다. 단체에서 진행하겠다며 제출한 지원사업이 엎어져 할 일 없이 무의미한 출퇴근만 반복하고 있는 사람은 양반이었다. 필자와 같이 사업계획서 상 명시된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인원은 열 명도 되지 않았다.

당시 필자는 해당 사업의 청년위원이었다. 사회로 따지면 노조 비슷한 느낌이었으니 당연히 자료를 모아 사업을 위탁 진행하는 단체에 항의했다. 명백한 사업 규정 위반이며 최소한 사업계획서 상 명시된 내용으로는 진행해야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해당 단체 민원처리담당자가 배정되고 난 뒤, 필자는 더 이상의 항의를 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사업을 위탁 진행하는 단체에도 고용지원청년이 있었는데, 입사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사람을 민원처리담당자로 배정해 둔 것이다. 더 상위 기관에도 항의했으나 소용없었다. 몇 사람은 두 달째에 그만두었고 그들은 ‘참을성 없는 어린 놈들’이라고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바뀐 것 없이 사업은 종료되었다. 활동내역은 실적 좋은 몇 명의 것으로 부풀려진 채 보고되었다. 나중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초기 청년들 간에 트러블이 있었으나 잘 마무리되어 성공적으로 진행된 사업’이라고 어느 단체에서 선행사례 공부까지 해 갔단다.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 저런 정책사업에 아예 관심도 두지 않는다.

보수여서 어떻다, 진보여서 저렇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저 사업은 보수정권에서 시작하여 진보정권을 거쳐 끝났다. 정치적 포지션 따위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청년을 위한다는 말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수없이 떠들어댄다.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겠다, 청년을 위한 거주 공간을 만들겠다, 청년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정책을 만들겠다는 말들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다.

정치인, 경제인 등을 막론하고 몇 가지만 물어보자. ‘기성세대’에게 청년은 어떤 존재인가? 당신들이 만들어 둔 세상을 유지할 부속품인가? 얼른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경제생활을 지속해야만 의미 있는 존재인가? 눈 뜨면 일하고 눈 감아야 퇴근하는 악습을 당연하게 이어가며 일해야 하는 존재인가? 오늘이 살기 힘든 청년들에게 희망을 먹고 일어나라는 말, 무책임하기 그지없으니 더 이상 하지 마시라. 문제를 진실로 해결하고 싶다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이 정책이 ‘청년실적’을 위한 것인지, ‘청년’을 위한 것인지, ‘현재’의 문제가 무엇인지 경청하길 바란다. 우리는 기성세대의 동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순천시청 전경 (제공=순천시)
순천시청 전경 (제공=순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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