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산, 결국 주민이 지켜냈다

 

[편집자주] 순천시 망북지구 주민 23명이 순천시의 ‘망북지구 한양수자인아파트 건설사업’이 무효라는 광주고법 판결을 이끌어냈다. 재판부는 ‘봉화산공원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실시 계획 인가 처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현재 마무리 공사 중인 삼산지구 한양수자인아파트 또한 무효 소송을 청구해 다음 달 7일 동일한 재판부의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3월 감사원은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추진한 순천시가 공원녹지법을 위반하며 사업자를 부당하게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순천시는 공익사업으로 분류해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후속 조치를 취하라는 환경부의 통보도 무시했다.

지난 2016년 순천시 공원녹지과 이 모 팀장은 봉화산 일대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주도적으로 담당했다. 삼산지구에 이어 망북지구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 인가 직전인 2019년 말 퇴사, 이듬해 초 관련 업체의 부사장으로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검찰은 본 특례사업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위법에 따른 순천시장 고발장 접수를 위해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으로 향하는 삼산·망북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순천광장신문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위법에 따른 순천시장 고발장 접수를 위해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으로 향하는 삼산·망북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순천광장신문

봉화산에 아파트 건설을 반대해온 주민들이 2심에서도 승소했다. 지난 10월 9일에 광주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순천시와 건설사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순천시와 한양컨소시엄이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은 채 사업을 인가하는 중대한 법규를 위반했다”

재판부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자인 순천시와 한양컨소시엄이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은 채 사업을 인가하는 중대한 법규를 위반했다. 따라서 아파트 실시계획인가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2020년 6월에 미개발 민간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진행되었다. 정부는 건설사가 공원을 조성하면 공원 부지의 30%에 비 공원시설 즉 아파트 건설을 허가한다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시작했다.

지자체마다 녹지공간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건설사와 지자체가 아파트 건설에 공동 사업자로 뛰어든 셈이다.

순천시는 2016년 조충훈 시장 임기 중에 ‘한양과 헬시피플 컨소시움’을 민간특례 사업의 우선 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사업대상지는 현재 한양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삼산공원과 도로 맞은편의 봉화산 초입의 망북지구와 신월지구다. 현재 조례동 방향의 신월지구에 건설 예정인 한양아파트는 분양을 마친 상태다.

제는 하나의 사업지구였던 삼산과 망북지구가 2019년에 각각 별개의 사업구역으로 분리되면서 별도의 특수목적 법인이 사업자로 지정되었다. ‘한양과 헬시피플 컨소시움’이 삼산공원의 경우는 ‘순천공원개발’로 망북지구는 ‘이수산업개발’로 사업자가 변경되었다.

재판부는 아파트 실시계획인가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러한 사업자 지정에, 별개의 회사 다른 사업지구라는 순천시와 회사 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산공원과 망북공원으로 분리하면 규모상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순천공원개발이나 이수산업개발은 주식회사 한양 및 헬시피플이 출자한 법인회사이다. 따라서 삼산공원와 망북지구는 같은 사업자로 한양 컨소시움이 시행한 사업이다“라고 판단했다.

면적 규모가 10만㎡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를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업자를 분리하고 사업공간을 분리한 것은 규모를 줄여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재판부는 환경영향평가 미비로 항소를 기각했다.

봉화산 망북지구 ⓒ순천광장신문
봉화산 망북지구 ⓒ순천광장신문

망북 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재판부가 1심의 실시계획 인가의 ’취소’에 이어, 2심에서 ‘무효’를 판단함으로써 대법원판결을 남겨두었지만 사실상 망북 지구의 아파트 건설은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6월24일까지 상고기한으로 순천시는 상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순천시는 망북지구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나 주민 의견 청취 등 필요한 절차가 진행되었다며 상고의 뜻을 밝혔다.

소송에 앞서 대책위는 감사원에 우선 협상대상자 선정이나 사업자 지정, 망북·삼산공원 분리 과정에서 순천시의 도시관리 계획의 불법을 지적하면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었다.

“헐값에 땅이 수용되고, 고층 아파트를 지어 건설사만 배 불리는 뻔한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다”

2020년 6월, 감사원은 ”순천시가 국토부의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지침을 어기고 택지개발사업계획을 제안한 ㈜한양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여기에 공원시설에 대한 공유재산관리계획도 세우지 않고, 공유재산취득에 대한 의회의 의결도 생략하는 등 공유재산법을 위반한 점”을 지적했다.

“또 동일 사업자의 사업 면적이 10만㎡를 초과하면 환경영향평가 대상인데 망북과 삼산공원 등 2개 사업지로 나눠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사안은 주민들이 행정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감사 종결 처리했다.

주민들은 “위법한 행정행위에 대해 ‘주의’ 정도로 그치는 감사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70년대에 공원으로 지정된 후부터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2020년 6월까지 개발하지 않으면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라는 일몰제가 오히려 독이었다. 헐값에 땅이 수용되고, 고층 아파트를 지어 건설사만 배 불리는 뻔한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당시 심경을 떠올렸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있고 나서 그해 9월에 대책위는 행정소송을 했다. 그로부터 2년여 만에 주민들이 승소하면서 결국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제동이 걸렸다.

삼산공원지구에 건설 중인 한양수자인아파트 ⓒ순천광장신문
삼산공원지구에 건설 중인 한양수자인아파트 ⓒ순천광장신문

봉화산 망북 지구에 3종 주거지역이 허가되었다. 봉화산 자락에 25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용당동 일대에 봉화산 조망권이 사실상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민들의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다면 주민의 사유재산권 행사에 그치지 않고 봉화산 보호와 조망권을 보호하는 공익적 가치도 따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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