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멸치 하나 안 주는 회사

순천교통 노동조합이 지난 6일 보름간의 시내버스 파업을 중단했지만, 파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기성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순천교통지부 지부장이 지난 5일 노조가 선언한 것은 "파업 철회가 아니라 파업 유보"라며, 6.1 지방선거 이후 노사 협의 상황에 따라 다시 파업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순천교통 노조가 재차 파업을 예고한 바탕에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조합원의 아픔이 있다고 알렸다. 오랫동안 시내버스를 운행해 온 한 조합원은 “명절 때 멸치 대가리 하나 안 주는 회사가 조선 팔도에 어디 있습니까? 우리 가족들도 다 버스 타고 다니는데 파업 기간 동안 출퇴근하는 아내와 통학하는 아이들도 불편을 겪었죠. 누가 시민의 발을 묶고 싶겠어요? 오죽했으면 그랬겠냐 이 말이죠, 오죽하면...”이라며 시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순천교통 노측과 사측은 “현재 임금에 관해서만 합의를 했고 다음 협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박 지부장은 노조가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까닭으로 “사측이 촉탁직에 관한 협상 내용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 설명하며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근로조건 유지ㆍ개선을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라고 파업의 합목적성을 밝혔다. 이어 “사측이 정년 된 노동자를 촉탁직으로 계약할 때 노동자를 평가하여 선별 계약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하면서 “순천교통에서는 근태문제 등을 이유로 채용하지 않으면서 작은집 격인 동신교통에서 채용하도록 한다. 이는 노동자 사이 갈등과 불화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 지부장은 “사측은 승객이 없다고 임의로 특정 노선 배차 간격을 늘려 감차 운행을 지시한다. 이는 시민과 한 약속을 어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시내버스 운행과 노선에 관한 인·허가권을 가진 시의 관리감독이 부실함을 꼬집었다.

순천교통 차고지 ⓒ순천광장신문
순천교통 차고지 ⓒ순천광장신문

아래는 순천교통 사측과 노측의 지난 5년 동안 단체협약 및 임금협상 중 촉탁직('법 또는 사업장에서 정한 정년이 지난 이후에도 1년 단위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를 촉탁직이라고 부른다. 법률용어는 아님)에 관한 내용이다.

2015년 재고용임금피크제를 도입, 정년(만 61세) 후 촉탁직으로 2년 동안 1호봉 임금으로 계약함
2017년 정년 후 촉탁직으로 최초 2년은 2호봉, 이후 2년은 1호봉 임금으로 계약함
2020년 정년 후 촉탁직으로 4년 동안 임금 3호봉으로 계약함
2021년 정년 후 최초 2년 동안 1호봉 임금으로 계약, 이후 3년 동안 촉탁직으로 1호봉 임금으로 계약함

사측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경영난을 이유로 촉탁직 임금 3호봉으로 계약하기로 한 것을 1호봉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노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사측은 정년 된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았다. 동신교통 노조에서 먼저 사측 의견을 받아들였고 순천교통 노조도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촉탁직 3호봉 임금을 1호봉으로 합의했다. 동신교통 노조는 올해 전남노동위원회 중재안도 순천교통 노조보다 먼저 수락했다. 박기성 순천교통 노조 지부장은 “동신교통 노조 지부장은 계약직이다. 1년 단위로 회사와 계약하기 때문에 회사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문영식 순천교통 이사는 "명절 선물이나 상여금은 없다. 승객이 없어서 감차 운행 한 것도 맞으며 인·허가 권을 가진 시에 알리는 등의 절차를 밟았다"라고 답변했다. 촉탁직 선별 계약에 관해서는 "신체 능력, 민원 유발, 사고 다발 조건에 따라 평가하여 선별 계약한다"라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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