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주민, “아이들은 마을의 선물이에요!”

교사, “학생들의 다양한 장점이 교류돼요!”

학생, “사회 배우고 친구와 가까워졌어요!”

마을교사, “학생들 돕는다고 느낄 때 기뻐요!”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공유공간 디딤돌에 찾아왔다. 마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이 조용한 마을로 들어서자 주민들은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학생들이 재잘거리는 모습은 존재만으로 생기였다.

순천에서 마을학교가 시작된 것은 2017년 9월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라남도교육청 혁신학교를 담당한 허성균 과장이 무안에서 순천까지 와서 설명회를 하며 시민사회에 제안했다.

그는 “지금 시대는 무엇을 알고 있는 것보다, 무엇을 할 수 있나가 중요한 시대이다”라고 하면서 “문제 해결 역량이 있나? 자기 삶의 상황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와 순천에서 마을학교가 형성되도록 도와달라고 제안했다.

또한 “학교 안에서는 지금까지 교육패턴을 바꾸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관계 형성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며 문제 해결능력을 기르는 게 좋겠다”라며 “마을이 학교가 되어 더불어함께 놀며 배우고 성장하는 동네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순천에서 마을학교를 시작한 계기는 지난 2017년 9월 2일 당시 전라남도교육청 혁신학교를 담당한 허성균 과장이 시민사회에 설명회를 하며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순천광장신문
순천에서 마을학교를 시작한 계기는 지난 2017년 9월 2일 당시 전라남도교육청 혁신학교를 담당한 허성균 과장이 시민사회에 설명회를 하며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순천광장신문

이런 말들에 고무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처음에는 재미난마을학교(이하 재미난학교)와 순천 송산초등학교 마을학교 2군데에서 시작했는데, 지난 4년 동안 순천 곳곳에 다양한 마을학교가 생겨나 마을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재미난학교는 마을주민에게는 선물 같은 기쁨을 주었고, 학생에게는 친구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인솔한 교사에게는 학생들의 다양한 장점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마을 어르신에게 전통요리를 배워 만드는 과정 8차시와 학생들이 요리를 해서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는 8차시 교육으로, 모두 16차례 만났다.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학생들에게 마을학교는 어땠을까? 16차시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마친 날 한건희(매산중) 학생은 “추억이 너무 많아 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공유공간 디딤돌 여기저기를 오가며 잇따라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또한 한 군은 “사회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사람들이랑 어떤 교감을 해야 하는지를 배웠어요”라고 밝혔다. 마을 할머니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 노래에 맞춰 춤출 때, 타인을 위해 춤을 췄지만, 흥이 나서 더 즐거워졌고 어른들이 즐거워하니 더욱 신났다는 것이다.

요리가 배우고 싶어 참여했다는 김주연 학생은 “어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고 요리하는 방법도 몰랐어요”라고 밝히며 “요리 선생님들이랑 할머니들께 음식을 만들어 맛있게 드셔서 좋았어요. 할머니들을 즐겁게 하나 기뻤어요”라고 말했다.

김 양은 친구들 대하는 것이 어려워 조퇴하는 일이 잦았는데, 마을학교 참여하며 친구들과 가까워졌다고 한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현관 앞에 나와 마을 어른들을 안아드리고 배웅하면, 할머니들이 기뻐하시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마을교사로 참여한 장정미 씨는 “나도 함께 성장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무엇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라고 즐거워하면서 “마을학교 오는 아이들도 그렇고, 어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기운을 받아요. 학교에서 즐거움을 찾는 기회가 드물 텐데,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것을 내가 돕고 있다고 느낄 때 기뻐요”라고 마을학교에서 느낀 보람을 드러냈다.

또한 장 씨는 “내가 전문적으로 가르쳐본 기술이 부족함을 느낄 때, 계획을 세우고 갔는데 하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어요. 할 때마다 보완을 하게 돼요”라고 부족함과 아쉬움을 털어놓았고, “칭찬을 많이 하는 건, 아이들이 너무 적극적으로 열심히 참여해요. 어르신들 오시면 바로 달려나가서 인사하는 모습, 안아드리고 안마해 드리고, 그런 모습이 너무 이뻐요. 애들 수업하면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것보다 살짝 옆에 귓속말로 가서 칭찬해요. 그러면 신나서 더 열심히 참여하고 그런 아이들 모습이 보기 좋아요”라고 아이들을 칭찬하는 일이 얼마나 뿌듯한지 말했다.

아울러 “마을학교 있는 날은 잠자는 시간 빼고 20시간 일을 하게 되는데, 즐거우니까 피곤하거나 힘든 느낌은 들지 않아요”라고 밝히며 “단조로운 내 삶에 활력, 새로운 터닝포인트 같아요. ‘샛길로 갔는데 너무 재밌네? 샛길도 좋은 일이 많구나~ 즐겁네.’ 이런 길을 갈 수 있게 해준 주변 사람들이 너무 고마워요”라고 마을학교에서 찾은 삶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시를 마무리하는 날에는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기타와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노래 공연을 하기도 했다. 공연을 위해 오카리나를 새로 사서 주말 내내 쉬지 않고 연습하며 정성을 들였다는 말도 들렸다.

 

아이들 장점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인터뷰] 허영아 매산중학교 교사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기자 : 요리교실에서 학생들 만날 때 어땠는지 궁금해요. 학교와는 다르지 않았나요?

허영아(이하 허) 교사 : 학교와 요리교실은 다른 모습이 많았어요. 학교에서 기죽어 있던 아이들이 적극적이고, 표현 잘하고, 열심히 하더라고요. 학교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마을학교에서 인정을 받고, 칭찬을 들으며 기가 살아서 더 활발하게 되었어요.

 

기자 :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거의 개입하지 않고 꼭 필요할 때만 개입하시던데요? 가르치려 하기보다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필요할 때만 말하니까,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말하면 바로 행동으로 움직일 때 놀라웠어요.

: 저도 몰랐네요. 학생들 앞에서 말을 줄이려고 하고 스스로 해보라고 기회를 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기자 :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가지셨어요?

: 연수를 다녀보니, 앞에서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 스스로 말하면서 배우는 것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학생이 스스로 해보며 몸으로 배우니까 실수하더라도 해보면서 배우게 하려고 신경을 쓰거든요.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기자 : 올해 마을학교 참여하시면서 교사로서 어떤 의미에서 요즘 학생들에게 마을학교가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되나요?

: 학교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 좋아요. 마을교육은 교사로서 인솔만 하면 되니 편해요. 아이들이 마을에서 어른들과 새로운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는다는 것이 참 좋아요. 학교에서는 칭찬받기 힘들어요. 아이들이 흐뭇해하고 만족해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학교는 학생 수가 많다 보니, 교사들은 칭찬보다는 야단칠 일이 많죠. 마을 교사들은 아이들 작은 일에도 칭찬을 하시더라고요. 그것이 아이들 성장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기자 : 앞으로 마을학교에서 어떤 일이 시도되거나 진행되기를 바라나요?

: 마을이 학교로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공간혁신이라고 해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라는 것을 시도하며 학교 건물을 바꾸거든요. 교사들이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는 한계가 많아서, 마을전문가들이 학교 사업을 할 때 분야마다 소통하면 좋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또다른 면에서는 상담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아요. 그런 아이들 위주로 마을에서 도와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아이들 진로와 관련, 진로와 맞는 마을교사가 연결되어 꾸준한 활동이 되면 좋겠어요.

 

기자 : 학생들이 진로 관련, 지역 사람을 만나고, 자기 목표가 분명해지면 태도가 바뀌더라고요. 자기 목표가 생기면 안심이 되어, 그 길로 한발 한발 나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 아 그러네요. 진로 관련 경험이 중요해요.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6차례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열린 재미난마을학교에 참여해 동네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기자 : 선생님처럼 마을학교 프로그램에 학생들을 데리고 다니며 참여하신 분은 드물 것 같아요. 선생님의 적극성 덕분에 저희도 마을에서 어르신들이랑 학생들 기운을 받으며 기쁜 한 해였어요. 선생님에게는 어떤 보람과 기쁨이 있었나요?

: 저도 재미있었어요. 저는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다양한 만남이 즐거웠어요. 지역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아이들에게 이런 새로운 면이 있었구나. 교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기에 아이들의 장점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한 아이는 항상 조퇴하고 아이들과 못 어울리는데, 와서 보니 꿈이 의사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다친 아이들을 밴드 붙여주며 친구들을 사귀고 자신감을 얻게 되고부터 조퇴도 안 하더라고요. 또 한 아이는 다른 친구들을 함부로 대해서 아이들이 무서워했어요. 욕하고 무참(무안)을 줘서 기가 눌려있는데, 엄청 말을 잘하더라고요. 학교에서는 발표를 잘 안 하는데, 적극적으로 하고, 말을 시작하면 끊임없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이 기뻤어요.

 

기자 : 덕분에 행복한 한 해였어요. 감사드려요.

: 저도 그래요. 마을교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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