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신의 판단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의 결론일 뿐

순천언론협동조합은 창립 후 10개월간 신문을 만드는 일에 집중해왔다. 때문에 조합원들의 모임활동이 미흡했다. 격주로 발행해왔던 신문을 2014년 1월부터 매주 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며 만남의 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다. 만남은 서로를 잘 알게 하고, 각자가 가진 역량을 파악할 수 있게 하리라 기대한다.

최근 연찬문화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경환씨가 순천언론협동조합에 가입하며 연찬문화를 소개했다. ‘연찬(硏鑽)’이라는 단어는 생소했지만 그것이 협동조합을 일구어가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자리를 마련했다. 연찬은 ‘누가 옳은가?’를 따지는 지금의 토론문화로부터 ‘무엇이 옳은가?’를 함께 탐구하는 것이다. 공자님의 말씀 “텅 빈 데서 출발해서 끝까지 파헤쳐 본다”는 의미다. 지난 12월 21일~22일 1박 2일 동안, 그리고 24일에는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3일 동안 ‘맛에 대하여’ ‘관찰에 대하여’ ‘자유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행자인 오기만씨는 자신의 생각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모두가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기다렸으며,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을 뿐이다.

그의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정말 틀림없는 사실입니까?” “확신합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뭔가요?”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질문에 대해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깊이 들여다보았고, 그 결과 가르친 사람이 없는데도 엄청난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모두가 자신이 느끼는 맛, 자신의 판단이 경험에 근거한 것임을 깨달았다. 경험이 쌓여 형성된 가치관으로 순간순간 느끼고, 판단하고 선택하며 살아왔을 뿐이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아니고, 변치 못 할 사실도 아니다.

 
공동작업을 하다보면 서로 갈등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그런 갈등은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를 분명하게 인식한다면 서로를 평화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자유에 대한 연찬 과정에서는 도대체 연찬이 뭐냐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더 큰 화와 불행을 만드는 것은 국가다. 이런 현실에서 개인의 자각이 확산된다고 사회가 얼마나 변화될 수 있는가?” 현재 시국이 모두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참이라 그 내용으로도 이야기가 되었으면 싶었다. 그 질문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다보면 우리는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좀 늦어지더라도 계속하고 싶었으나, 시간은 이미 자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두의 관심사인 그 주제에 대한 연찬은 다음으로 미루어졌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