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고1 여학생입니다. 학기 초에 선배들이 주선한 미팅을 나갔는데 나온 남학생 중에 한 명이 저에게 “꽃돼지 왔다.” 그러는 거예요. 전 얼굴이 빨개지고 당황해서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서 나와버렸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렇게 살쪘다고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어른들이 귀엽다고 해서 늘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그다음부터 어떻게 하면 살을 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설사하는 약을 먹으면 살이 쪽 빠진다고요. 그래서 밥 먹고 설사약 먹고, 밥먹고 설사약 먹고를 반복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어요. 처음에는 한알 두알 먹다가 이제는 5알~10알 정도로 늘어났어요. 왜냐하면, 처음에 먹었던 효과가 점점 나지 않거든요.

처음에는 기진맥진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니깐요. 엄마는 속도 모르고 속병 낫다고 약을 사다 주시기까지 하셨어요. 전 요즘 약을 안 먹으면 답답하고 가스가 꽉 찬 것 같아서 온통 신경이 그곳에만 쓰이게 되어 공부도 잘 안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몸무게는 좀 빠졌는데 얼굴에 윤기가 없고 푸석푸석해 보여 걱정입니다. 생리도 없어지고요. 얼굴에 조그만 것들이 나기 시작하고요.

선생님, 어떻게 하면 건강한 피부를 가질 수 있을까요? 어떤 약을 먹으면 될까요?


이러면 어떨까요

미팅에 나갔다가 꽃돼지라는 말을 듣고 살 빼기로 결심을 한 거로군요. 그 말이 무척 충격적으로 다가오네요. 그래서 살 빼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약물이고요. 원하던 대로 살이 빠진 것 같은데 얼굴이 푸석푸석해지고 뭐가 나고 생리도 없어지고 걱정이 되어 어떤 약을 먹으면 건강한 피부를 간직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 거로군요. 이 사연을 접하면서 외모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충실한 학생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강제로 설사를 하게 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입니다. 멀쩡한 상태에서 강제로 약을 먹어서 변을 내보는 것은 위나 장에 부담을 주게 되어 장기적으로 사용했을 때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이 얼굴이 거칠어지고 뭐가 난다는 것과 생리가 없어진 것이 아닐까요?

약물을 잘 사용하면 치료가 되지만 의사나 약사의 처방이 없이 사용하고 마음대로 용량을 조절하는 것은 약물 오용입니다. 그래서 약물을 잘못 사용했을 경우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고요. 약물은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자꾸 사용하게 되고 양이 점차 늘어나게 되고 사용하지 않으면 금단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친구의 경우에도 가슴이 답답하고 가스가 꽉 찬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 것들이 금단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먼저 내가 왜 살을 빼려는 가에 대한 이유가 분명해야 합니다. 외부의 시선이나 다른 사람이 나를 뚱뚱하다고 해서 살을 감량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 주체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을 위한 동기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타당해야 합니다. 물론 예뻐 보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지금껏 아무런 문제 없이 살다가 한순간에 누가 뭐라 그래서 행동하는 행위는 아직 미성숙한 행동이라 생각됩니다.

둘째로 그동안 약물로 인한 체중감량이 효과를 보긴 했지만, 육체적으로 감당이 되질 않아서 금단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므로 지금 당장 그동안 지속해서 복용해오던 약물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 심한 부작용으로 고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피부에 나는 것이 심할 경우에는 전문치료기관에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셋째로 건강하고 탄력 있는 피부를 간직하고 싶다면 약물을 사용하는 방법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열심히 운동하여 자연적으로 땀을 흠뻑 흘리다 보면 몸에 있던 노폐물이 빠져나가면서 매끄러워 질 수 있고 지금의 몸무게도 유지할 수 있고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여 몸 안에 있는 면역성을 높이게 되면 탄력 있는 피부로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없이 단순히 약물을 이용하여 건강한 피부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대에는 많은 학생이 살 빼는 병으로 시들어져 가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려고 할 때 진정한 나의 미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친구도 자신의 내면에 있는 자기 자신에게 더욱 충실해 간다면 내면의 아름다움이 얼굴 표정으로 나타나게 되리라 봅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www.scyouth1388.or.kr / (061)745-1388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