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은 기초의회와 시장 출마자들의 예비후보자 등록일이었다. 봄과 함께 찾아온 본격적인 선거철이다. 때에 맞춰 출마예정자들은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가는 중이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난 3월5일에는 김종철 대통령 개헌자문특위 부위원장이 순천에 왔다. 그가 있는 서울에서 보면 땅 끝이나 다름없는 순천이다. 그 먼 곳을 달려온 것은 개헌과 관련한 간담회를 갖기 위해서였다. 지방선거일에 개헌도 함께 추진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2016년 겨울에 타오른 촛불의 민심이 바야흐로 그 결실을 얻으려는 참이다. 지난해 초 국민들은 주권을 위임받은 자들의 배신을 직접 거리에 나와 탄핵함으로써 응징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대표자와 법적 제도로 그 장정을 완성하려는 시점에 도달해 있다.

그해 겨울 생활에만 충실하던 소시민들을 세상을 바꾸는 성난 시민으로 만들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바로 그 무엇이 이번 선거와 개헌의 선택기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을 찾는 것은 또 다시 주권자인 우리 자신들의 몫이다.

간담회가 있었던 날 밤 안희정 충남지사가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증언이 전국을 강타했다. 인권을 내세웠던 정치인의 충격적 파멸이었다.

그에 대한 증언은 지난 한 달 동안 우리사회를 휩쓴 ‘Me too’ 물결의 한 흐름이었다. 이 물결은 순천에도 도달해 배병우 스튜디오가 떠내려 갔다. 그러나 안지사의 사례는 조금 달랐다. 다른 사례에서는 문화적 권위에 가려져 구분이 어려웠던 힘의 본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강자의 약자에 대한 착취다. 도지사와 수행비서라는 관계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관계와 겹치면서 강약의 차이가 뚜렷이 느껴진다. 성적 착취는 그 한 형태에 불과하다.

소시민들을 성난 시민으로 만들었던 그 무엇이 이곳에서도 어른거리고 있지 않은가?
1324차에 이르도록 위안부피해 여성들에 대한 항의 집회가 매주 이어지고 있다. 그 원동력도 위안부제도가 단지 여성에 대한 유린이어서가 아니라 그 본질이 착취라는 불의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말일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모호한 근로시간 규정이 정비됐다.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다 분명해졌다. 맹점이 있지만 일과 생활의 병행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상식에 벗어나는 행정해석이 사라지게 됐다.

촛불이 타오르게 한 그 ‘무엇’은 이렇게 우리주변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