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이다.
99년 전 3·1 운동의 물결이 한반도를 뒤덮었던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사람들이 나라를 잃은 지 10년 만에 한반도 전역에서 거리로 나섰다. 제국주의의 길로 나선 일본 군국주의자들로부터 당한 수모와 폭압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것이다. 순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했다. 그 후로도 26 년 동안 어둠은 계속됐다. 그리고 그 세월은 많은 암흑의 유산을 남겼다. 위안부라는 이름의 성노예, 징용을 합리화하는 산업전사라는 이름의 사실상 노예 등.

이 모든 것은 군국주의자들이 전쟁과 제국주의를 정당화하고 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낸 기제들이었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극단적인 국가주의로 자국민들을 제국주의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 어둠의 세상에서 인권을 짓밟는 악의 꽃들이 피어난 것이다.

그 악취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사과를 받지 못한 채 금전적 보상에 만족하라는 종용으로 제 2의 모욕을 당하기도 했고, 한반도는 해방공간에서 두 쪽으로 갈라진 채 여전히 대립중이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는 아직도 일제 강점의 영향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뒤집어 보면, 통일은 한반도가 비로소 원상으로 회복됐다고 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도 하겠다. 헌법에 3·1운동 정신의 계승과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이 명시된 것도 이 때문 아니겠는가?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은 우리의 소원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분단된 채 70년을 넘긴 남북의 내부변화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 남북 간의 교류가 핵문제와 함께 꼬이고 그 와중에 남북분단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인 일본이 끼어들어 이익을 챙기려 한다.

일본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기간 중에도 독도가 일본 땅이라 주장하는 행사에 차관급 관료를 보내겠다고 나섰다. 6년째 계속되는 고위급 영토도발이다. 남북한 화해무드로 치러지는 평창올림픽에 북한 규제 문제를 빌미삼아 총리가 참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은근한 위협도 했었다.

4차 산업시대에, 고속의 교통 뿐 아니라 무선화 된 전 세계적 고속통신망은 지구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인 것으로 느껴지게 할 정도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는 국가단위로 움직이고 있다. 신 보호무역주의가 언급되는 세상이다.

쇼비니스트적 민족주의나 군국주의는 배격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지만, 엄연한 국가단위의 세계적 경쟁체제를 직시해야 한다. 나라가 있을 때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 그것이 주권을 지키며 세계와 함께 하는 첫걸음 아니겠는가? 있을 때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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