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부모 말을 잘 듣는 순종적인 딸이었습니다. 중학교 때에는 공부도 곧잘 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더니 성적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저는 여자라도 공부를 많이 해야 앞으로 잘 살 수 있다는 생각했고, 그래서 저희 부부는 아이의 성적에 대해서 조금 민감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성적이 떨어졌다고 해서 많이 혼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우연히 딸이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것 때문에 성적도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저는 너무나 화가 나서 아이를 마구 혼을 내었습니다.

도대체 고등학생이 이성 교제를 하다니 그런 불량학생 같은 행동을 제 딸이 하다니 저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고 그래서 화를 참을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빠가 자식이 잘못한 일을 꾸짖었다고 해서 집을 나가버리다니 도저히 그 아이가 제 딸 같지가 않고 가출했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다 자기 잘되라고 혼내고 그러는 것인데 그런 것도 참지 못하다니 제가 딸을 잘 못 키웠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딸은 제가 그 일로 야단칠 때 제가 자기를 너무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울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제 딸을 사랑합니다. 다시 제 딸을 예전의 착한 아이로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요?.

이러면 어떨까요

모범적이고 부모 말에 순종하는 착한 아이였던 딸아이가 아버지가 생각하시기에 불량스러운 행동이라 생각되는 이성 교제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무척 화가 많이 나셨겠군요. 거기에 성적도 떨어지고, 야단을 맞았다는 이유로 가출까지 하였다니 아버지로서 딸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내와 딸이 아버지를 비난하고 이해해주지 않으니 너무나 속이 상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모든 것이 자식을 위하고 걱정하는 아버지 마음인데 그것도 알아주지 않는 가족들 때문에 많이 서운하셨겠고요. 그렇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딸을 빨리 집으로 돌아오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딸아이의 현재 상태와 심정을 이해하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다시는 회복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버지와 딸이 갈등하는 기간이 길수록 예전의 관계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아버지께서는 요즈음의 청소년들이 아버지 세대의 청소년들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셔야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부모님이 받아들이시기 어려운 것은 아마도 이성 교제에 관한 것이리라 생각이 됩니다. 현재의 청소년들에게 이성 교제란 더 이상 은밀히 해야 하는 나쁜 행동이 아니라 선생님, 부모님, 친구들이 인정하는 바람직한 행동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아버지께서는 딸이 이성교제로 인하여 성적이 떨어진 것이 더 화가 나시기도 하는 일일 것입니다.

만약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 걱정이시라면 딸과 협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남자친구를 만나는 횟수나 장소 등에 적정한 제한을 두고 성적의 하한선을 딸과 함께 정해보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딸이 다시 공부를 잘하게 되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딸이 되기를 바라신다면 현재 딸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과 생각들을 인정하고 수용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딸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도 자식 사랑의 일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먼저 딸의 마음을 읽어주시고 받아들여 주세요. 딸과의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대화만큼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계속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딸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버지의 생각을 딸에게 강요가 아닌 대화로 알려주시고, 딸의 생각도 대화를 통해서 이해하시고 받아들여 주신다면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는 딸이 될 것입니다. 먼저 딸이 있는 곳을 찾아가셔서 딸과 함께 지금 딸의 심정, 아버지의 심정 등에 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세요. 딸이 선뜻 손을 내밀기는 어렵지만 아버지께서 먼저 손을 내미실 수는 있으실 것입니다.

빨리 딸이 돌아오고 아버지와 딸이 서로 이해하면서 사랑하는 행복한 부녀의 기쁨을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이해하고 손을 내민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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