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희 애는 고등학교 2학년인데, 한 달 전에 다른 친구를 도와주려다 같은 학교 아이들로부터 맞은 일로 너무 힘들어해서 고민입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우리 아이가 맞아서 그런지 몰랐어요. 그냥 다치고 온 줄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로부터 애가 너무 거칠어지고 공격적이 되더라구요.

어제는 형과 다투다가 소리를 지르면서 그 때 일을 얘기하더라구요. 그 일로 참는 것만도 힘드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말이에요. 그 때는 그런 얘기를 전혀 안 해서 몰랐어요. 학교 밖에서 벌어진 일이라 담임 선생님도 모르신다고 하네요. 그런데 우리 애는 계속 그 일을 잊을 수 없다며, 분해하면서 한 번 복수를 해야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사고를 칠까봐 그러지 말라고 말렸지만 걱정이 됩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아이가 갑자기 거칠어지고 공격적이 되어 염려도 되고 또 대하기도 많이 어려우셨을 것 같네요. 또 아이가 당한 폭력 사건에 대하여 알게 되어 더욱 놀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그러한 상황에 대해 알게 되신 것이 매우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드님의 마음의 상처가 매우 깊었을 겁니다. 다른 친구를 도와주려 한 것인데,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행동을 한 것인데, 오히려 맞게 되었으니 얼마나 그 심정이 억울하고 분했겠습니까? 학교 폭력을 당했을 때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은 또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수치감, 그리고 가해학생에 대한 분노라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학교 폭력에 시달릴 경우 불안은 공포감으로 발전하고 가해 학생들에 대한 분노가 더 심화되어 표출되기도 합니다. 대개의 경우 가해 학생에 대한 분노를 직접 가해 학생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우회적으로 표현을 하게 되는데, 집에서는 짜증을 잘 내고 행동이 거칠어지고 공격적이지만, 학교에서는 온순해지는 양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가해학생이 같은 학교에 있을 경우 계속 학교 폭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 심한 불안감을 느낄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폭력을 당한데 대해 심한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수치심으로 인해 피해학생은 학교가기를 싫어하고 자신을 괴롭힌 학생이 바로 같은 학교안, 자신의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로 인해 학교를 위협적인 장소로 느끼기도 합니다.

아드님도 그러한 마음의 고통, 상처가 해결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원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특성상 자신이 성인으로서 독립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클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드님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당시에 그러한 분한 감정에 대해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 감정들을 쏟아놓을 수도 없었으니 당연히 거칠고 공격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아이가 복수를 할까봐 하지 말도록 강요하기보다는 그 억울함, 분함에 대해 공감해주고 받아주시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그런 얘기들을 꺼내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그것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묻어 두었던 부정적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까봐 불안해서이기도 할 것입니다.

따라서 어머니께서 그 상황에 대해 함께 분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면서 아이의 속마음을 털어 놓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 달 동안이나 그 힘든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공감해주시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그 가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계속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알아보시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학교에서 괴롭힘이 지속될 경우 아이가 학교를 가려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으므로 파악을 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해 학생들이 어떤 학생들인지에 따라 외부 전문기관의 협조를 얻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일회성 폭력이라면,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 억울함 등을 치유해주는 것으로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계속 폭력과 괴롭힘이 이어진다면, 이는 학교 교사나 상담기관의 도움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아드님이 혹시 복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대해서는 먼저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이 어느 정도 해소된 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그 대안을 함께 논의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 되지 않고, 억울한 마음만 가득한 상황에서는 보복을 하지 말라는 조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의 분하고 억울한 감정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것일 것입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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