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니어 합창단 나가볼까요?”

“첫 음은 좀 강하게 해 주셔야 합니다.”

평균 연령 70세의 호산나 찬양대는 지휘자의 요청에 따라 음정, 박자를 맞춰보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마음뿐이다. 부르고 나서야 눈치로 잘 못한지를 알아채는 사람들에게 찬양대 지휘자인 한재근 장로는 뭔가 한마디 말을 하려다가 이내 방법을 바꾼다.

“네. 참 잘하셨습니다.”

사람들은 흔쾌한 칭찬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틀려도 잘했다고 칭찬하며 진도를 나가는 그 상황이 재미있어 경쾌한 웃음으로 연습을 이어간다.

최하 연령 68세부터 80세까지 고령으로 이루어진 찬양대는 새벽 6시에 연습을 시작한다. 그 시간에 모이기 위해서는 집에서 5시에 일어나 챙겨야 한다. 여름에는 날이 밝아 괜찮지만,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쉽지 않다. 어둠을 뚫고 나와야 하기에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새벽 찬양대가 구성되기까지 발목을 잡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택시도 다니지 않아 한참을 걸어야 한다. 때로는 빙판길에 넘어져 무릎이 깨지기도 하고, 등이 아팠다가 허리가 아팠다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도 많다. 하지만 호산나 찬양대는 점점 더 의욕적이다.

▲ 뒤로 손뼊치며 운동하는 장면- "찬양을 시작하기 전 몸을 풀기위해 항상 손바닥치기를 하고 시작한다."


3년 전의 서툰 시작
호산나 찬양대가 만들어진 것은 3년 전이다. 오전 7시에 시작하는 1부 예배에 찬양대가 없었다. 이정환 담임목사가 “예배를 예배답게 하면 좋겠다”며 찬양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새벽부터 나와서 연습할 젊은이는 별로 없었다. 이 때 오초녀 장로(70세)가 나섰다. “나이 든 분들이 교회에 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찬양대다”는 논리로 강권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한재근 장로가 지휘를 맡기로 했다. 교회에서 오랫동안 진행해 온 노인대학이 있어서 친밀감이 깊은 상태라 실력을 고려하지 않고 의지 만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리하여 호산대 찬양대가 결성되었다. 모인 찬양대원들은 찬양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그냥 노래를 부르면 되겠지 하고 따라 부른다. 때로는 소프라노, 알토 개념도 없다.
 

오만 가지 어려움 이겨내
찬양대를 만들기는 했으나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이 들면 아픈 데가 한군데 이상씩은 있기 마련이라 겨울에는 많은 사람이 나오지 못할 거라는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새벽 5시가 되면 시작한다. 찬양이라는 것이 예배의 중요한 부분이라 저마다 책임감으로 참여한다. 빠짐없이 참여하는 이유를 하나 더 들라면 “참여하면 즐겁다”는 것이다. 정병윤(77세) 장로는 다른 봉사는 해봤어도 찬양대는 평생 처음이라고 한다.

“4절까지 부르는 노래는 한 번도 안 해 봤어. 찬송가로 자주 불렀던 거라 부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마음대로 불러도 은혜로 부르는 거지”

지휘자가 아무리 강조해도 마음 가는대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고음으로 ‘아~멘~’ 해야 할 부분에 저음의 ‘아멘’이 나온다. 음정, 박자가 안 맞아도 지휘자는 틀렸다고 강조하지 않는다. 도저히 안 될 때는 “이 정도는 60점입니다” 라고 독려한다. 찬양대원들은 약간 신경을 써 부르고 “이제는 몇 점인가요?” 묻는다. 예의 답변은 “참 잘했습니다”이다. 언제나 찬양대는 은혜가 가득하다. 이성자 권사(80세)는 “목이 잠겨서 소리가 안 나올라 그래서 그것이 비참하다. 나이는 먹었지만 우렁차고 예쁜 소리가 나오면 좋겠다”는 소망을 말한다. 80세의 고령에도 소녀 같은 웃음이 가득한 사람들이 함께 자리한다는 것이 또 서로에게 힘을 준다.

“우리가 박자, 음정 따질 나인가요? 그냥 열심히 부르지요.”

찬양대원들은 찬양대를 하다 보니 먼저 자신들에게 기쁨이 된다고 말한다. 노래는 못해도 가사를 읽는 것만으로 은혜가 되고, 찬양을 하는 것이 영혼을 맑게 한다는 것이다. 일요일 첫 예배라서 깨끗한 마음으로 성가대에 앉아 있는 사실만으로도 감사가 넘친다. 새벽에 나오기 싫어 참여하기 싫었다는 김도순 권사(70세)는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은혜라고 해서 나오지만, 찬양할 수 있는 목소리는 아니에요”란다. 그러나 참여하면 기쁨이 가득하다고 한다. 주국희 권사(70세)는 처음에는 찬양대 연령이 높아서 소리가 잘 안 나오니까 자신이라도 큰소리로 불러 지휘자 마음에 들도록 하려고 애를 썼는데, 지금은 자기 자신을 위해 다닌다고 한다. “제가 잘 모르는데, 이제 조금 알아가는 것 같아요” 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얼굴에는 잔잔한 고마움이 가득하다.
 

▲ 평균연령 70세가 넘는 호산나 찬양대
 

만나서 얼굴 보는 것도 좋지만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은 예배와 연습을 마치고, 함께 식사하는 것이다. 밥은 교회에서 준비하고, 반찬은 저마다 하나씩 가져온다. 누가 가져오기로 정한 것은 없지만 반찬이 부족했던 적도 한 번도 없다. 늘 누군가의 정성으로 만든 새로운 반찬을 준비하고, 함께 나눈다.

3년간의 노력이 실력으로 쌓이니, 또 다른 도전이 생겼다. 시니어 합창 경연대회가 열리니 호산나찬양대도 한번 참가해 보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시니어 합창경연대회에 나가 보자고 동의하고 있다. 첫 시작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었던 장족의 발전이다. 함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새벽부터 소리가 나오지 않아 한참을 고생을 하며 마음과 정성을 모아야 했지만, 그런 어려움을 넘어 음정, 박자를 몰라도 이제는 서로에게 섞여, 그 속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며 조화로운 음을 만들어 낸다.

순천동부교회는 1949년 8월 15일 김홍래 씨 집에서 23명이 모여 첫 예배를 하고, 1955년 순천동부교회로 이름을 바꿔 2017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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