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진
   똑소리닷컴 운영자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스마트폰 선거였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임을 실감한 최초의 선거였다. 모든 선거 운동을 사실상 스마트폰이 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을 완전국민경선제를 시행할 수 있었던 것도 스마트폰 덕분이다. 무려 214만 명이 경선 선거인단으로 등록하였고, 그중 77%인 164만 명이 투표에 참여하였다. 2012년은 108만 명이 등록해서 57%가 투표한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참여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스마트폰으로 등록하고, 시킨 대로 누르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어서이다.

언론에서는 이번 대선을 여론조사 선거라고 말한다.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에서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 차이가 있어서 불신을 받았다. 이에 언론중재위원회는 18대 대선 여론조사는 예측 정확성이 높다고 발표하였다. 매일 쏟아지는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총선과 달랐다. 대통령 선거는 단일 선거구이고, 유선과 무선 RDD 혼합 조사, 지지율 합산 방식 등으로 조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RDD 방식’은 유선과 무선을 일정한 비율로 지역번호와 국번이 제외된 상태에서의 전화면접조사를 말한다. 별도의 지역에 대한 질의 시간이 필요 없는 기존 조사에 비해 조사시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지금은 유선 전화가 없는 집이 많고, 전화를 받기 위해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무선 전화인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에 있든지 통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정확하게 민심을 반영하고 있다.

여느 선거와 다름없이 이번 대선도 ‘안보 팔이 북풍선거’를 시도하였다. 미국 대통령까지 끼어들어 한반도 불안을 부채질하였다. 일본과 미국 등 외국 언론은 연일 한반도 전쟁 위기를 조장하였다. 정작 우리나라 유권자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더는 ‘북풍’이 선거 의제가 될 수 없었다. 물론 종편을 비롯한 방송과 언론이 크게 이슈화하려고 시도하였으나 스마트폰 정보 교환을 뛰어넘지 못하였다.

스마트폰은 ‘1인 방송국’이 되어 실시간 생방송으로 선거운동을 내보냈다. 선거 유세는 과거 유권자 조직적 동원보다는 일정을 널리 알리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후보자가 나타나면 유권자들이 방송기자처럼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SNS에 올려 친구들에게 보내주었다. 이와 같은 신속성은 언론사들이 따라갈 수 없었다. 그것이 ‘가짜 뉴스’를 만들어냈지만, 역으로 동시에 ‘팩트 체크’라는 생소한 개념의 활동이 이어져 무력화시켰다.

모든 선거의 ‘악어의 눈물’이었던 ‘네가티브 선거’는 ‘자가티브 선거’, ‘내가티브 선거’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위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내 발등을 찍는 구태 선거가 되어 유권자의 외면을 받았다. 스마트폰은 새로운 이슈를 빠르게 만들어내서 유권자의 관심을 돌렸다. 스마트폰 전달력이 무서운 것은 내 글 못지않게 남의 글에 ‘좋아요’, ‘공유하기’를 누르면 동시에 새롭게 글을 쓴 것이 된다.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과 새누리당의 ‘십알단’에서 보듯이 누군가 의도적으로 집요하게 댓글을 달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아도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다수 유권자의 댓글 폭탄이다.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젊은 세대는 연예인 ‘광팬’처럼 후보자의 팬이 되어서 열광한다. 그들이 호감 또는 비호감하는 인물에 대해서 거침없이 ‘문자폭탄’을 터뜨려 마비를 시킨다. 정치인들이 최고로 두려워하는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스마트폰의 무료 문자 발송 기능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홈쇼핑하듯이 공약을 검색할 수 있고, 국민으로부터 공약을 수시로 제안받을 수 있다. 언제든지 후보의 과거 행동과 발언을 낱낱이 검색할 수 있다. 오죽하면 선거 벽보와 선거 공보, 공약집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전 투표를 전국에서 가능하게 한 것은 놀랍다. 간편하게 주민등록증을 스캔하고, 손가락 지문을 대면 모든 정보가 드러나고, 봉투 주소가 나온다. 앞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는 투표가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18대 대통령선거 개표 부정을 알리는 ‘더 플랜’ 영화는 스마트 선거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선거는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어서 조작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앞으로의 선거는 더 발전할 것이다. 문제점은 많지만 분명한 것은 지도자가 되려면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통해 시민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지역 정치도 발 빠르게 스마트한 선거 시대 스마트한 후보로 대응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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