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는 국가도 시장도 아닌 시민의 참여로 경제위기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협력과 연대, 평등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지구촌의 새로운 행진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협동조합 사례로 기록된 영국의 로치데일은 조합원 각자의 이익이 협동조합의 이익으로 귀결되었다.
순천광장신문은 순천 사회적경제의 희망을 여는 바탕은 연대와 협동이라는 생각으로 순천의 사회적경제 기업을 소개하는 지면을 시작한다. 좋은 시스템은 개인에게도 이익이 되고,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장애인 일자리 늘리기 위해 사업영역 확장
청소용역, 요양변호사 파견 돌봄사업 시작



“이 원단은 몇 번인가요?”
“네~ SG02-Blue 블르베리 입니다.”

자폐장애를 가진 직원은 원단마다 컬러, 원단명, 코드번호를 척척 외운다.  비장애인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김 씨는(가명) 장애가 있지만 해늘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해늘)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다른 직장에서는 적응하지 못해 계속 옮겨 다니며 곤란을 겪어야 했지만, 해늘에서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후로는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다.

해늘사회적협동조합은 2014년 ‘지역사회의 취약계층과 장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그리고 경제적 자립과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지위와 삶의 질 향상을 통한 사회통합’을 목표로 설립했다.

현재 3년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사업으로 진행한 블라인드사업은 몸으로 일하는 것이라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적었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장을 위해 시작했지만, 장애인을 두 명 이상 고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해늘은 사회적인 미션을 장애인들의 안정적 일자리 제공으로 삼았는데, 점점 블라인드 사업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업이 커져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았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여와 수익을 내는 것,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두 가지를 한 번에 만족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상태로는 사업의 규모가 커져도 장애인 고용은 점점 더 멀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올해부터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다.

▲ 블라인드 작업을 하고 있는 해늘협동조합 직원들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은 학교나 관공서를 청소하는 용역사업과 요양보호사 파견 돌봄사업이다. 요양보호사 파견 돌봄 사업은 요양보호사가 힘쓰는 일을 해야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1대 1로 파견해 돌봄 사업을 하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라 두려움이 앞서지만, 장애인들이 가진 재능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다양하게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다.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게 서툴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마다 가진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한다는 측면에서는 비장애인보다 잘 하는 일도 있다.
 

 

시작한 지 3년을 맞이하는 해늘은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취약계층 고용율이 100%이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도 전부 저소득층으로만 고용했다. 일반협동조합으로 시작하여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쳐, 지금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고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학교 정규과정을 밟듯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회적경제에 대한 내공도 쌓았다. 3년 동안 사업을 진행하며 어려웠던 점이 한둘이 아니다.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서 정부 지원정책에 눈을 돌렸으나, 담보로 내놓을 것이 없으면 그림의 떡이었다. 담보할 것이 없으면 5000만 원 대출도 어려웠다.

물품 구매를 요청하며 영업을 다니는 일도 서툴다. 규모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최근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기업에서 납품할 물건이 있는지 문의가 오기도 한다. 최평복 이사장은 “날개가 달린 기분”이라고 했다.

이들이 해늘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든 것은 진정한 사회복지를 해보자는 취지였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할 때 장애인들이 직업을 갖기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법인을 만들어 그런 시도를 해보자며 사회복지사 13명이 500만 원씩 출자해서 해늘을 만들었다. 한 명은 이사장으로, 한 명은 직원으로 일하고, 11명은 다른 기관에서 일하며 사회복지의 근본에 대해 함께 생각을 나눈다.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성과는 사회복지를 제대로 하는 모범을 만들자는 것이다.
 

▲ 지역사회의 취약계층과 장애인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및 경제적 자립도모를 위해 설립한 해늘사회적협동조합

사람들은 사회적기업 수익을 사회적 기여로 사용한다고 해도 눈여겨 듣지 않는다. 해늘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익금을 전부 재투자한다. 재투자 외의 사회적기여는 지역아동센터, 복지센터, 작은도서관, 요양시설 등에 블라인드 지원과 기금 형태로 후원한다.

한 번은 삼산동 장애인 가정에 블라인드를 설치해 주었는데, 장애를 가진 한 직원이 아주 들떠서 적극적으로 설치해 주고는 할머니와 사진을 찍으려고 해서 모두 뿌듯한 마음에 미소 지은 적이 있단다. 사회적 기업 제품을 이용하면 그 이익이 사회를 풍성하게 한다는 것을 공감하는 사람들은 아직 적다. 그래서 성남시나 서울시의 경우 사회적경제 영역의 제품을 의무 구매하도록 규정했다. 사회적기업의 이익이 사회전체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면 사회적경제가 좀 더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

인/터/뷰 - 최평복 이사장
"장애인도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어야"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영양사로 일하던 최평복 이사장은 장애인 일자리를 늘려 사회복지를 풍성하게 하고 싶어 협동조합을 시작했다. 그러나 장애인 일자리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의지가 있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다. 장애인이 일하러 와도 블라인드를 생산하기가 쉽지 않아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많았다. 고민이 깊어졌다.

장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만들고 싶었다. 최 이사장이 꿈꾸는 장애인 일자리를 늘리는 일은 이들이 의지를 갖고 추진한다고 가능한 일일까? 일단 요양 돌봄사업과 청소사업 등 영역을 확장했지만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것은 지방자치단체와 많은 시민이 협력할 때 가능한 일이다.

순천광장신문이 143호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가족이 연합해서 만든 빌바오 사회적기업을 소개한 바 있다.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장애인을 노동시장에 편입시키기 위해 30년 동안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산업을 다각화시켜온 빌바오 사회적기업은 30년의 과정을 거쳐 지금은 서비스 섹터까지 확장했다. 바스크 지역 200만 명 인구 중에 2만 7000명이 장애인인데, 이들 중 3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지방정부에서도 장애인들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주었고, 계약을 통해 지방정부에서 직업센터를 개설하여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시민의 이해와 협력, 그 이전에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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