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부터 봉화산 쓰레기 줍고, 화장실 청소 도맡아

순천시내 한가운데 있는 봉화산. 이 산을 오르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난다. 어떤 사람은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백번을 만나도 인사 한번 건네지 않고 지나치는 사람도 있다. 가끔은 스치는 분위기만으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은 사람도 있다.

최근 봉화산에서 만난 사람 중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다. 만날 때마다 20리터 크기의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가득 채워 들고 다닌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도 쓰레기봉투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다.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는 자신에 대한 관심을 불편해했다. 그는 내려가고, 필자는 올라가는 상황이라 만날 때마다 ‘저런 훌륭한 사람이 있다니...’ 생각하면서도 잊혀졌다.

▲ 담배꽁초는 매일 주워도 또 버려져 있다며 줍는 박상욱 씨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산길을 걷는 중에 그 사람을 또 만났다. 마침 비슷한 속도로 산길을 걸을 수 있어서 말을 건냈다.

그는 걷는 중에도 쓰레기를 발견하면 주어서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은 쓰레기를 그는 잘도 찾아냈다. 그는 걷는 중에도 쓰레기가 있을만한 곳을 일부러 찾아갔다. 등산로 곳곳에 사람이 앉아서 쉴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쓰레기가 있었다. 봉화산 정상을 향해서 한참을 걸어 올라가다가 과거 봉화산 정상 부근 식당이 있던 곳의 화장실에 멈추었다.

화장실에 가는가 싶던 그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파란색 수건을 꺼내고, 고무장갑을 끼더니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깜짝 놀라 묻자 “여기가 저의 마지막 코스예요” 라고 답한다. 언젠가 화장실에 들렀다가 화장실이 너무 지저분해서 그 뒤로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경험이 있던 필자로서는 그동안의 태도가 부끄러워지며, 그 사람에 대한 더 궁금함이 더 커졌다.
 

 

순천법원 근처에서 ‘솟대’라는 식당을 하는 박상욱(사진) 씨. 그는 점심시간에 손님들이 다 떠나면 몸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봉화산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도 봉화산 풍경에 취해 등산만 즐겼다. 곳곳에 피어있는 야생화에 감동하는 사이 어느 날 쓰레기가 눈에 보였다. 모른 척 할 수가 없어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닌 지 3년이 넘었다는 것이다. 화장실 청소도 3년 전부터 시작했다. 나무로 된 화장실 문이 너무 지저분해 봉화산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 같아서 순천시청에 전화를 걸었다.

순천시청에 전화해 “화장실을 고쳐주면 내가 관리하겠다”고 했더니, 3일 만에 화장실을 깔끔하게 고쳐주었다. 민원을 바로 해결해 준 공무원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약속을 지키려고 청소를 시작했다. 그의 청소는 화장실에 쌓여있는 쓰레기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변기를 닦고, 화장실마다 화장지를 두 개 정도 채워둔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다 있다니…
 

▲ 봉화산 정상 지점에 있는 공원화장실을 청소하는 박상욱 씨. 그는 화장실을 청소한 후 화장지까지 비치해 놓는다.

박상욱 씨에게는 소망이 하나 있다. 예전 조곡동 쪽에서 식당을 할 때는 조곡동에서 봉화산을 오르내렸는데, 지금은 조례동으로 식당을 옮겨 봉화산을 다니다 보니, 자신이 다니지 않는 곳은 쓰레기가 많지 않을까 걱정될 때가 많다. 그래서 조곡동과 용당동 방향 등산로에도 자신처럼 쓰레기를 청소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자연이 하느님이 사람에게 준 선물이기 때문에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박상욱 씨처럼 모든 것을 자신의 것과 같이 생각하며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의 환한 미소를 기억하며, 그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마음이 따뜻한 순천사람들 중에는 박상욱 씨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꼭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한사코 마다하는 그의 사진을 찍었다. 봉화산의 쓰레기를 함께 줍는 동무를 구해주겠다고.


>>>> 봉화산의 쓰레기를 함께 주울 동무를 구합니다. <<<<

순천시내 한가운데 자리하여 시민에게 좋은 공기와 따뜻한 쉼터를 제공하는 봉화산.
우리도 봉화산을 위해 봉화산 곳곳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함께 주워볼까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한번 모여요.

-모이는 날: 3월 26일(일) 오후 3시 (매달 네째주 일요일 오후 3시)
-모이는 장소:  시대아파트 쪽 봉화산 입구
-문         의:  010-2627-2629 (박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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