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논농사, 밭농사, 하우스 농사까지 체험
힘들게만 느껴지던 농사, 이제는 지어볼 엄두가 난다

“농사와 삶이 더 재미있어졌어요”
“농사짓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농사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대지의 기운을 받고 사는 삶이 만족스러워요”

순천도시농부협동조합(이사장 김성근) 조합원들이 지난 2년 동안의 도시농부 경험을 통해 얻은 것들이다. 2015년 순천언론협동조합과 순천아이쿱생협이 함께 진행한 도시농부학교에 참여한 사람들이 2년 전 도시농업을 함께 일구자며 만들었다. 

순천시의 지원으로 진행된 농부학교는 두 차례 진행하고 막을 내렸지만, 도시농부들의 협동조합으로 만남과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농사를 배우고 싶지만 농사지을 땅도 없고, 농사짓는 방법도 모르던 사람들이라 헤어지면 배운 것을 잊어버릴 것 같았다. 
 

▲ 많은 분의 관심으로 진행되었던 '생태도시농부학교'


도시농부학교가 끝난 이후 함께 농사를 배우고 지어보자며 협동조합을 만들자고 했을 때 도시농업도 협동조합을 만드나 의아했지만 모두 흔쾌히 해보자고 동의했다. 

농사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움이 있었지만 농부학교 강사들이 순천 인근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분들이라 언제든 도움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 농사만 짓던 농부들이 시민들에게 농사를 가르치며 농업에 대한 재정리도 되었다며 좋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해룡 쪽에 땅을 임대해 함께 텃밭을 일구었다. 텃밭 정도만 일굴 요량이었다. 그런데 논농사, 하우스 농사까지 확장됐다. 이들이 처음 생각한 것 보다 더 많은 일과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란 모이면 말을 하게 된다. 그 말에는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각자 하고 싶은 것을 말하다 보니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이들을 힘들게 했고, 때로는 말로 못할 즐거움을 누리게 했다.

▲ 순천 도시재생센타 주민공모사업으로 진행된 ‘700년 골목길 남새밭 조성’사업. 도시농부협동조합 회원들은 전통텃밭을 만들었다.
▲ 해룡에 땅을 임대해 시작한 텃밭농사.  돌을 골라내고, 구역을 나누고, 땅을 일구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콩 수확을 하고 있네요~

결론적으로 농사 실력을 엄청나게 키워주었다. 사실 농사 실력만 키워준 것은 아니다. 돌아보면 어찌 그 일을 했을까 싶은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모두에게 잊혀지지 않는 일이 벼농사였다. 전통 방식으로 논농사를 해보자고 했을 때는 마냥 좋았다. 못줄을 잡고, 모를 심으며 신명나게 노래를 부르고 하늘 아래 가장 신명난 사람이 되었다.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배달의 농사형제 울부짖던 날~

 

▲ 풀에게 점령당해 버린 논. '그래도 한 번 뽑아보자'며 낫으로 풀을 베어 내기도 하고 (손으로 풀을 뽑아 낼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나버렸다.  심지어 낫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발로 밟아 풀을 땅속에 묻기도 하고, 그나마도 여의치 않아 풀과 벼가 같이 자랐다.

신명나게 벼를 심던 날은 좋았다. 햇살과 바람이 알아서 자라게 해주리라 믿었다. 잊고 지내다가 시간이 흘러 논에 가 보았더니, 벼들은 자라지 않고 풀이 논을 점령해버렸다. 논인지 풀밭인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 풀들을 뽑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논농사는 무리였다며 포기하자는 사람이 나타나고, 공동 작업에 오지 않는 사람에 대한 원망도 늘어갔다. 약간의 힘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래도 한 번 뽑아보자’ 며 말을 꺼냈다. 대부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거절할 수도 없어 함께 풀을 뽑았다. 거의 포기했던 벼농사는 전통방식으로 홀태를 동원해 수확하는 과정까지 완벽하게 경험했다.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모두에게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되었다. 
 

▲ 풀과 씨름하는 사이 여름이 가고 수확철이 되어 벼가 여물기나 할까 했던 우려가 무색하리만치 이렇게 수확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해는 늬엿늬엿  저물어 가고 벼베기는 끝나가고...


지난 2년 동안 일이 너무 많아 진이 빠지기도 했지만 원도심에서 진행한 팔마문화제에서 도시농부들이 낫으로 벤 벼로 어린이들에게 홀태 탈곡 체험을 하도록 한 일도 잊을 수 없다. 사람들이 좋아 하니, 힘든지도 모르고 바빴던 날이었다. 협동조합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협동조합 조합원인 것이 자랑스럽고 즐거운 날들이었다.
 

▲  원도심에서 진행한 팔마문화제에서 도시농부들이 낫으로 벤 벼로 탈곡 체험을 하고 계시는 어르신들....

지난 2년을 돌아보며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물었다. 

김해선 씨는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 만감이 교차 한다”며 “농촌에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농사를 지으며 살 엄두를 못 냈는데, 귀농까지는 못해도 귀촌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급자족을 꿈꾸며 느리게 불편하게 살고 싶어 재봉질도 배우고 있단다. 사는 것이 신이 나니 얼굴도 예뻐졌다. 

이영국 씨는 부부가 함께 농사에 참여하고, 아들까지 농사를 도왔다. 덕분에 아들이 농사를 지어볼까 하는 생각도 가졌단다. “농사가 멀지않게 느껴지고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란다. 논농사가 제일 재미있었다는 그이는 “논농사가 가장 힘들었지만,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라 함께 하면서 더욱 다양한 즐거움을 맛보았다”고 한다. 

농사에 관심을 갖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것도 큰 수확이란다. 토종씨앗에 관심을 갖고 토종씨앗 나눔을 한 것도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엉성하게 하우스를 지어본 것도 잊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한 도시농부들이 하우스까지 지었다. 2017년 봄 어느날, 도시농부들은 이 곳에서 밭 농사 논의와 함께 삼겹살 파티를 할 예정이라는 소식~~

이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또 하나는 삶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다. 이들이 앞으로 지향하는 일은 무엇일까? 도시농부협동조합을 통해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얻는 일도 아니지만, 이들은 그보다 훨씬 소중한 무언가를 얻은 사람들처럼 조합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2017년에는 그동안 해오던 농사를 하며 또 누군가 무언가를 제안하면 있는 것을 나눌 것이다. 함께, 그렇게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가입문의: 순천도시농부협동조합  김성근 이사장. 010-6808-3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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