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진
똑소리닷컴 운영자

욕을 권하는 사회
요즈음 TV 뉴스를 보면 욕부터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이후 입이 거칠어졌다. 입에 “미쳤네!”를 달고 산다. 특검 사무실 환경미화원 아주머니의 “염병하네”에 공감이 간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똑같이 욕을 했을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냈고, 서울대 법대 수석 졸업을 했다는 김평우 변호사. 뒤늦게 헌법재판소 대통령 측 변호인으로 참여하면서 쏟아내는 막말, 막장 변론은 기가 막힌다. 그것도 모자라 친박집회에 나가 막말 선동을 하는 모습은 사법고시의 한계와 전문인 자격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한다.

인터넷에 김 변호사 사생활이 떠돌아다닌다. 자신의 돌출 행위로 아버지 김동리 소설가가 드러났다. 이미 알려진 친일행위와 유신독재 찬양, 심지어 결혼 이후 여러 차례 불륜을 한 것까지 들통이 났다. 집안 망신이다.

전라도 욕 가운데 부모와 관련된 욕이 있다. “느그 앰씨한테 가서나 그래라”, “느그 압씨 대꼬 와야”, “즈그 압씨 코 잡고 패대기칠 놈”, “저 놈 낳고도 미역국 묵었을 거여”, “이년아, 친정 니에미가 그라고 갈쳐주디-”, “호로 자식”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어릴 적 누가 부모를 욕하면 참을 수가 없었다. 상대가 누구이든지 한바탕 싸우지 않고는 못 배긴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김평우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서 아버지를 욕보이고 있다. 아니다, 아버지 김동리와 아들 김평우는 아버지 박정희와 딸 박근혜 2대에 걸쳐서 끈질긴 인연이 이어져 있다. 김동리가 박정희의 독재와 긴급 조치 유신 헌법에 적극 찬성한 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 받았다. 이후 김남주 시인을 빨갱이로 몰고, 구속을 주장하다가 중앙대교수직에서 쫓겨났다.

이것을 보면 누구나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말은 칭찬이 될 수 있지만 무서운 욕이다. 나 역시 살면서 가장 무서운 것이 우리 두 딸이 아버지 때문에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듣지 않도록 원칙을 지키고, 조금 더 정의롭게 살려고 노력한다.

전라도 욕을 들으면 구수함을 넘어서 은근한 게미가 있다. 별량면사무소 앞 짱뚱이탕 욕보 할머니는 반가움의 표시가 욕이다. 여수에도 돌아가셨지만 욕보 할머니 해장국집이 있었다. 아침부터 아무리 욕을 얻어먹어도 싫지 않았다. 지금 박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보여준 김평우 변호사와 서석구 변호사, 국회에서 몽니를 부리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을 보면 그런 전라도 욕이 아깝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같은 무서운 욕을 대놓고 해주고 싶다.

실컷 욕을 해주는 세상
욕은 정신질환 치료도 된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상대방을 향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껏 욕을 하면 나아진다고 한다. 촛불 시민들은 욕을 꾹 참고 촛불을 들었다. 19차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1500만 명이 광화문광장, 그리고 전국의 거리로 나선 것은 욕을 할지 몰라서가 아니다. 기득권 세력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격, 국가의 명예를 생각한 것이다. 세계는 박 대통령 국정 농단을 보고 국가 체계의 허약함에 놀랐지만, 촛불 시민들의 평화 집회를 보고 더 놀라고 있다.

조금만 참으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친박 세력이 태극기 가치를 훼손하고, 민족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치면서 성조기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들에게는 국가와 민족은 없다. 박근혜가 무너지는 것은 친일과 반공으로 100년 넘게 누려온 기득권이 무너진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껏 잘못 했어도 체면 생각해서 욕을 하지 못했다. 친일 앞잡이들이 해방 정부 고위 관료, 경찰, 군인, 공무원, 교사가 되어서 떵떵거리며 살았다. 그들은 욕을 얻어먹지 않았다. 오히려 떳떳하게 대를 이어 잘 살고 있다. 또, 박정희․박근혜를 내세워 친일을 미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독재에 맞서 싸운 민주인사를 반공으로 탄압했다.

정권 교체 후 최대 과제는 ‘적폐 청산’이다. 현대사에 한번은 확실히 정리한 후 연정과 협치를 주장해야 한다. 진짜 부역자를 찾아서 실컷 욕을 해 주는 세상이 기다려진다. 부모와 자식을 욕되게 하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상적인 행동을 하리라 본다. 앞으로 서로의 사정을 잘 아는 지역에서 진짜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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