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룡 구동마을 채창석 이장


|||  우리도 할 말 있어요  |||

교통 발달에 이어 이제는 인터넷이나 SNS가 활성화되면서 세계의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SNS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 대중의 관심 밖에 있는 사람들에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순천광장신문은 이런 사람들의 언로가 되고자 합니다. 주변에서는 잘 들어주지 않지만, 공동체가 함께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를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우리도 할 말 있어요’라는 지면을 구상했습니다. 순천광장신문을 통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전화: 061-721-0900, E-mail: 7210900@hanmail.net으로 연락바랍니다.


 
순천시 해룡면 농주마을에서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향해 걸어 들어가면 구동마을이 나온다.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은 동네라서 ‘안 터’라고도 부른다. 구동마을에는 수명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마을 채창석 이장은 뭔가 귀한 곳을 보여주 듯 커다란 돌과 돌 사이에 자리 잡은 오래된 팽나무로 안내했다.

“이런 나무 보지 못하셨지요?”

수폭이 어림잡아 20m나 될 정도로 가지와 잎이 펼쳐져 있고, 나무 줄기는 여러 사람이 손을 맞잡아야 감싸 안을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뿌리는 땅 밖으로 드러나 있고, 나무 곳곳에 이끼가 잔뜩 끼어있는 데다가 줄기는 이미 구멍이 많이 파여 있고, 한쪽 가지의 끝은 썩어서 속살을 드러냈다. 다른 쪽 나뭇가지는 잎이 무성해 하늘을 다 가릴 기세다. 바다를 향해 가슴을 활짝 펴고 서 있는 나무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돌았다. 한참을 서서 나무를 둘러보는데 감탄사가 멈추지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도 팽나무 아래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팽나무 아래를 둘러싸고 있는 바위는 지름이 5m 정도로 넓고 평평하다. 동네 사람들이 일을 하거나 밥을 먹고 나와서 쉬던 곳이다. 채창석 이장이 초등학생 시절 일요일마다 물청소를 해서 반들반들했다던 바위가 지금은 곳곳에 풀이 자리를 잡았다. 당시에는 바위의 반반한 곳에선 어른들이 눕고, 울퉁불퉁한 곳에선 아이들이 놀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지금도 일을 하다가 팽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간다. 나뭇잎이 만들어 내는 바람 사이로 순천만 바다가 아스라이 펼쳐져 있어 저절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듯하다.

객지에 나가 살 때 주말마다 농사를 지으러 오던 채창석 이장은 작년에 아예 고향으로 이사 왔다. 올해 이장이 되어 마을도 깨끗이 하고 싶고, 달라지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동네 안쪽까지 차를 몰고 순천만 풍경을 보러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마을 입구에 주차장을 만들고 앞산에는 전망대를 세워 관광지의 면모를 갖추고 싶었다. 이장으로서 마을을 위해 여러 제안을 했다. 그러나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매연을 풍기며 일방통행로를 오가는 차량이 하루에도 수십 대다. 구불구불한 길에서 양쪽 차가 마주치면 위험한 일이다. 많은 사람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답답한 심정이다. 채 이장이 여러 가지 마을 일 중에 가장 우선으로 여기는 일은 마을을 지켜온 팽나무를 잘 관리해서 오래도록 보고 싶은 것이다. 병들어가는 나무를 보는 마음이 심란하다.

 
 
 
어림잡아 7~800년은 돼 보이는 이 팽나무는 오래도록 마을의 수호신이었다. 이미 썩어서 가지의 끝이 떨어져 나가고 있는 이 나무가 언제까지 이 푸르름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 팽나무가 고사한다면 마을은 큰 자산을 잃은 듯 허망할 것이다. 산림법 제67조는 시․도지사 또는 지방산림관리청장은 보존할 가치가 있는 노목․거목․희귀목을 보호수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채창석 이장은 이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아직 아무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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