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진
똑소리닷컴 운영자
민심은 없고, 표심만 남아
1여 다야 구도에서 치러진 이번 총선은 야당 승리, 수도권의 야권 압승, 영남에서 야권 다수 당선으로 지역구도가 완화되었다. 호남은 어떠한가? 호남 바깥에서 호남의 고립이라는 평가와 함께 ‘민주화 성지’라는 상징적 의미 상실, 싹쓸이 재연 등 따가운 평가가 더 많다.

‘여수⋅순천⋅광양’의 평가는 헷갈린다. 굳어진 호남패권 심판인 것 같으면서도 당을 바꿔 탄 주승용 의원의 4선 당선, 무능한 정권 심판인 것 같은데 박 대통령의 복심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당선, 민주화 성지이면서도 민주화 경력이나 개혁성이 없는 후보 전원 당선, 오히려 검사출신 이용주 후보와 행정관료 출신 정인화 후보 당선, 지역 활동가 보다는 외지에서 출세한 인사 다수당선 등에서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20대 총선에서 민심은 없고, 표심만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역의 급격한 보수화 현상으로 본다. 애초 공천부터 차단되었다는 점에서 지역의 미래가 걱정이다. 이것은 과거 총선 결과를 보면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전보다는 바람이 큰 영향
‘여수⋅순천⋅광양’에서 같은 당 후보가 모두 당선된 것은 여덟 번이었다. 집권 여당 여섯 번, 호남 정서 야당 두 번이다. 집권 여당은 참여정부 때 17대 열린우리당, 국민의정부 때 16대 새천년민주당과 15대 새정치국민회의, 제3공화국 때 7대와 6대 민주공화당, 제2공화국 때 5대 민주당, 호남 정서를 반영한 것은 제5공화국 때 14대 민주당과 13대 평화민주당이다.

1988년 6월 항쟁 이후 치러진 13대 이후 계속된 ‘민주당’ 싹쓸이가 20대에서는 그들이 탈당해서 만든 ‘국민의당’으로 거의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1972년 10월 유신 이후 9대에서 12대까지 총선은 중선거구제이다. 집권 여당인 민주공화당과 민주정의당이 야당과 동반 당선되었다.

다당제로 치러진 1대, 2대, 3대 총선은 집권여당보다 무소속이 5명 중 1대 2명, 2대 3명, 3대 3명이었다. ‘여수·순천·광양’은 야당 절대 우세 지역이었다.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분당한 17대 총선은 전남에서 열린우리당 7명, 새천년민주당 5명, 무소속 1명으로 갈라졌는데, 우리 지역은 광주, 전북과 마찬가지로 열린우리당이 모두 당선되었다. 이후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으로 호남이 하나가 되었다. 그만큼 ‘여수⋅순천⋅광양’은 변화에 민감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3명, 새누리당 1명’, ‘보수 성향 인사 전원 당선’이라는 결과가 앞으로 우리 지역과 호남의 정서를 예고한다면 어떠할까? 아찔하다. 언제까지 당선을 위해서 호남 고립을 가져올 지역감정과 지역 이기주의에 기댈 것인지 걱정이다. 문제는 지역 차별이 존재한다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 당을 바꿔가며 당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승용 의원은 “호남에 깊숙이 자리한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반감은 대북송금 특검,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 KTX 갈등 등 호남 홀대론이 겹치면서 오랫동안 쌓여왔다”고 주장했다. 여수시장 재선에서 실패한 그는 민주당 분당 덕분에 국회의원이 되었다. 또, 탈당과 분열에 앞장 서왔고, KTX 갈등 때 그 당시 국회의원이었다. 혹시 도지사 2회 연속 출마 실패와 당 최고위원 선거에만 관심이 많아서 놓친 것이라는 분석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차기뿐만 아니라 차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 중에 호남 출신 인사가 한 명도  없는 것은 이처럼 우리 지역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선거’로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네 자신이 인물이 되려고 노력하라’는 말씀이 떠올려지는 선거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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