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제 딸 정민(가명)이는 중학교 2학년인데 체구가 작고 성격은 조용하며 다소 내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는 볼 수 없어요. 성적은 중하위권에 속합니다. 학교에서 말도 많이 하지 않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고 주로 혼자서 지낸다고 담임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정민이가 요즘 학교 가기를 싫어해서 담임선생님께 전화했더니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반 친구들이 정민이가 혼자 지내는 것 같아서 정민이에게 먼저 말을 붙이면 퉁명스럽게 대꾸를 한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다가오는 친구에게 불쾌하게 대하고 그러는 모양입니다. 집에 와서도 조그만 일에도 짜증을 잘 내고 신경질을 부립니다. 당연히 친구가 없으니 학교에 가도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집에서 너무 아이 편만 들어주어서 저렇게 이기적인 모습으로 자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기적인 성격 때문에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요?


이러면 어떨까요


정민이는 여러 사람과 어울려서 지내는 것보다 혼자서 지내는 것이 편한 것 같습니다. 혼자 지낸다고 해서 정민이가 어떤 문제를 가졌다고 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늘 혼자 있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때로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지내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쉽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 익숙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고 아직 혼자 지내는 것을 더 선호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다른 학생들과 어울려서 친구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강요를 한다면 반발심이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친구가 필요 없다, 혼자 지내는 것이 편하다’라고 말하면서 어머니의 말문을 닫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정민이는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학생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이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면 섣불리 주위에서 강요한다고 해서 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러니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하여 친구 사귀기를 권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민이와 대화를 하실 때 어머니께서 이렇게 물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민이는 친구의 필요함과 소중함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은데 엄마의 경험으로 중·고등학교 때 사귄 친구들과 추억이 엄마의 삶을 참 풍요롭게 한 것 같아서 너도 그런 좋은 경험과 추억이 있었으면 한단다. 너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내키지 않니?” 그러면 정민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 생각하는 것이 있겠지요. 친구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은 친구 사귀는 방법을 몰라서 그렇게 지낸다고 할 수 있고 혹은 친구와 사귀다가 마음이 안 맞아서 다투게 되면 사귀기 전보다 더 불편하지 않겠느냐 등 가진 생각들을 털어놓겠지요.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늘 친하게 지낸다고 우정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친구는 때로는 가족보다도 더 내 맘을 잘 알고 터놓는 사이지만, 때로는 싸우면서, 경쟁하면서, 질투하면서, 그렇게 부딪히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서로에게 더 가까워져서 우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 주세요.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그 갈등을 풀기 위해 고민을 하게 되고, 고민하는 가운데 사람들에 대해서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친구와 잘 사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꼭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얻게 될 것이니까 미리 염려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를 해준다면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 정민이가 친구 사귀는 방법을 모른다면 그 방법을 몇 가지 권유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친구를 사귈 때 친구가 다가오도록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호감이 가는 친구에게 가서 그 애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 좋다고 말해 주세요. 물론 거절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민이도 어떤 친구가 다가와서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거절할 수 있듯이 거절당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라고 말해 준다면 거절에 대한 부담감을 미리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친구 관계에서는 솔직하게 자기 생각과 느낌들을 표현할 것을 권합니다. 그렇게 할 때 서로가 존중받고 이해할 수 있는 친구 관계가 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머니께서 정민이가 짜증을 부리고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이라고 했는데 이기적일 경우에는 친구를 사귀기가 어렵지요. 왜냐하면, 친구 관계는 받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주고받는 관계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친구 관계는 그냥 사랑을 주는 것이지 내가 준 것만큼 돌려받겠다는 이해 타산적이거나 계산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여기서는 어머니께서 정민이의 이기적인 모습을 볼 때 어머니에게 그 모습이 어떻게 보인다는 것을 표현해 주세요. 어머니에게 비친 정민이의 어떤 행동이 이기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어떤 유익하지 못한 결과를 줄 것 같아서 어머니 마음이 안타깝다 라든가 걱정이 된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민이가 짜증을 부리고 신경질을 부리는 것은 사춘기 청소년의 발달적인 특징이지만 지나치게 그러한 행동을 보인다면 어머니께서 이 부분에 대한 것을 역시 피드백을 해준다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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