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고1 여학생 황유리(가명)입니다. 저는 저 자신이 싫고 너무 미워요. 저는 무엇 하나 잘난 것이 없습니다. 공부도 운동도 못 하고,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친구도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삶에 의욕이 없습니다. 제가 왜 이럴까 특별히 이유를 생각해 보려 해도 귀찮기만 할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고민을 할까요? 저만큼 한심하게 사는 아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공부도 하면 하나보다, 말면 마나 보다, 그런 식이죠. 가족들도 이런 무기력한 저의 모습에 지친 것 같습니다. 다들 저만 보면 외면합니다. 당연하겠죠. 저 자신도 저를 보면 힘이 빠지는 걸요. 하지만 이렇게 살기 싫습니다. 저도 뭔가 생기 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러면 어떨까요

유리양이 곁에 있다면 차분히 유리양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길래 그토록 힘들게 하는 것인지.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지요. 아무리 자신을 숨기려 해도 그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면 눈 속에 담긴 진심을 읽을 수 있답니다. 그러므로 힘들거나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도 싫어질 때, 그리고 지금처럼 삶에 의욕이 없어질 때 우선 다음과 같이 해보세요. 편한 자세로 누워서, 일단 온몸의 근육을 이완시켜보세요. 천천히,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보세요. 장소가 푸른 하늘을 보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야외라면 좋겠죠. 하지만 집에서라도 일단 조용한 곳에서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예요. 그리고서 온몸을 천천히 만져보세요. 아주 천천히. 두 팔과 두 다리, 가슴과 배, 얼굴, 머리, 눈, 코, 입. 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요? 자신의 신체와 만나는 시간이에요. 그동안 유리양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한번 생각해보세요.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신체 일부가 없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아주 많답니다. 이제, 거울 앞에 앉아 눈을 들여다보세요. 얼굴 전체를 보지 말고, 눈만을 응시해보세요. 눈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답니다. 지금 힘들어하는 가운데 마음속에서는 또 다른 자신이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을까요?

매사에 자신이 마음에 안 든다고요? 공부, 운동, 외모, 친구 관계, 가족관계. 어느 것 하나 유리양의 기대에 맞춰지는 것이 없나 보군요. 그러니 힘이 빠지지요. 사람이란 일반적으로 자신이 기대하는 것 혹은 목표하는 바에 어느 정도 근접해야 의욕을 얻는답니다. 하지만 그 ‘어느 정도’라는 수준은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다르며, 어떤 사람은 10% 달성하고도 만족스러워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99%를 달성하고도 불만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행복하다고 굳이 말할 수는 없겠지요. 유리양, 자신의 기대와 목표가 어느 정도인지 먼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현실적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기대나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혹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현실적이라고 여겨지나 사실은 이상을 너무 높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이 세상에는 유리양이 가진 것들을 무척이나 부러워할 사람들이 많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자원이 무엇이 있는가를 자세히 살펴보고 또한 이것들에 감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유리양이 ‘난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절망적인 마음이 조금씩 사라짐을 느낄 것입니다.

우선 유리양 자신의 힘을 믿어보세요.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확인했던 내면의 힘을. 그러고 나서 유리양이 바라는 상태로 가기 위해 먼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보세요. ‘이 상태’가 싫다면 ‘내가 원하는 상태’는 과연 무엇인가? 즉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계획을 짜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것이고, 좋은 친구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서서 나의 마음을 열고 친구들의 마음을 받아주어야 할 것입니다. 유리양이 해야 할 일이 꽤 많지요? 이렇게 유리양이 ‘아무것도 하기 싫다’라는 감정에서 풀려나려면 무엇보다 유리양의 노력과 실천이 꼭 필요합니다. 유리양의 삶의 주인공은 유리양이므로, 누구도 유리양을 대신 살아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수많은 생명과 비교해 볼 때, 이 세상에 태어난 유리양은 ‘태어났다’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며, 또한 유리양의 삶을 보람되게 일구어 나가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답니다.

유리양, 제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힘이 나셨나요?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리양 자신입니다. 유리양이 하려고만 한다면 세상 누구보다도 가치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또 그런 능력을 이미 유리양 안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지금 유리양의 눈을 들여다본다면 무엇인가 희망의 불씨가 반짝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유리양, 그럼 힘을 내세요. 그리고 자신을 한번 믿어보세요.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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