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지금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여학생 정화연(가명)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부터는 전혀 자신감이 없어서 남들과 얘기를 할 때 불안해서 말을 못하거나 더듬게 되고 속으로는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막상 부딪히게 될까 봐 겁이 나서 그 상황에서 벗어나곤 합니다. 지금 저희 반은 남녀 합반인데, 특히 남학생과 얘기하는 경우는 이런 게 더 심하게 나타나 남자애들에게 바보처럼 보일까 봐 엄청 걱정됩니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왜 이러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인지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고 만사가 다 귀찮고 항상 우울합니다. 선생님 저는 어떻게 하면 좋죠. 좀 변화될 방법은 없나요?


이러면 어떨까요

화연양이 당한 상황을 보니 남들과 대화할 때 너무 힘들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긴장하고, 심지어 더듬기까지 하는 것 같네요. 이런 문제 이외에도 그런 상황을 아예 도망가거나 회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런 증상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 더 정밀한 진단이 요구되지만 회피장애라고 진단 내려지곤 합니다. 화연양은 아직 이런 증상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화연양의 말로는 친구들과의 대화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간절하다고 한 것으로 보아서는 행동으로는 회피증상을 보이지만 마음과 생각으로는 그런 대화를 회피하고자 하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화연양은 절대 낙담하지 말고 다시 한 번 변화의 화살을 당기셨으면 하네요.

먼저 이런 상황을 회피하려는 행동은 악순환처럼 돌고 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상황이 단순히 힘들어서 피했던 것이 점점 발전해 도리어 그 피했던 행동이 습관처럼 되어서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반응 때문에, 즉 더듬는 행동을 하면 아이들이 이상하게 보고 놀릴 것 같은 나쁜 반응 때문에 하지 않게 되던 것이 나중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반응과 합쳐져서 결국에는 그런 상황 자체를 회피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지금 화연양의 경우는 그런 상황을 그래도 잘 통찰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런 자신이 어딘가 문제가 있고 그런 모습 자체가 또한 불편한 것은 그만큼 변화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이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바라보면서 다음의 치료법을 잘 숙지한다면 충분히 지금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보입니다.

먼저 이러한 회피장애는 행동요법의 치료와 거의 훈련에 가까운 끊임없는 연습이 요구됩니다. 일단은 체계적으로 상황을 세분해서 나누고 어려운 상황에서부터 쉬운 상황까지 천천히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주변에 가장 편한 친구부터 어려운 남자 친구들까지 점차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화연양 주변에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인가요? 혹시 그럴만한 친구가 없다면 그래도 화연양이 접근하기 가장 쉬운 친구부터 처음에 말로 전하기가 어려우면 지금처럼 글을 이용해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말로 전하는 것보다 오히려 글로 전하는 것이 종종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더 잘 전해주곤 합니다. 그렇게 글로 편안하게 의사소통을 하다가 점차 얼굴의 미소로 그리고 나아가 말로 전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말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이런 방식이 화연양에게도 편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이렇게 몇몇 친구와 친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런 연습과 훈련도 모두 자신감을 증진하기 위한 어떤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연양에게 의사소통에 대한 자신감만이 회복된다면 그다음부터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힘들겠지만 조금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감이라는 것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연구에 의하면 결국 성공경험이거든요. 그러므로 처음부터 무리하게 성공을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조그마한 일에서부터 짧은 기간 동안 이런 성공적인 경험들을 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결국에는 화연양에게 자신감을 가져다줄 것이며, 그때는 더는 피하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화연양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언제라도 어려우면 상담전문기관에 연락하라는 당부입니다. 때때로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고 힘든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경우 지금과 같이 언제든지 주저하지 말고 연락을 하세요.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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