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앙동 최정옥 헤어&칼라


 

원도심 공동화로 한숨이 끊이지 않는 중앙동 상가에서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발길 이어지는 바쁜 미용실이 있다. 골목길로 접어들어야 입구가 보이는 한마디로 장사되기 힘든 위치에 있는데도 최정옥 헤어&칼라는 쉴 새 없이 손님들로 북적였다. 그 이유는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곳은 미용실 특유의 화학제품 냄새가 나지 않았다. 먼저 본인들 건강을 위해 아무 제품이나 사용할 수가 없어 좋은 제품만 사용한다. 내부 공간은 책을 읽고 차를 마시는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 좁은 곳을 싫어하는 주인장의 성미 덕이다. 장사의 기본은 손님에 대한 양념을 곁들인 칭찬인데, 그런 걸 못한다. 오히려 솔직한 말이 손님에겐 매력이다.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바탕위에 하는 말이라 칭찬보다 힘이 세다. 

▲ 중앙동 최정옥 헤어&칼라의 최 원장은 긴 머리를 가지고 와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만들 때, 자유분방한 머리가 정돈이 잘돼 멋있어질 때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단다.

두피상태로 심신 건강진단

“최근에 열난 적 있지요? 몸도 마음도 많이 고단한 상태네요.”

아니 점쟁이도 아니고, 어떻게 건강상태랑 심리상태를 다 알 수가 있지? 깜짝 놀라서 어떻게 알았는지 여쭈었다. 얼굴은 거짓말해도 머리카락이랑 두피는 스트레스와 몸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주인장 최 원장은 미용계통 30여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용계통의 일을 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일이 즐거워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손에 익은 감각으로 배우다가 그 한계에 갈등을 느끼면 여름휴가 때는 번역본을 사기 위해 교보문고에 갔다. 외국에서 강사가 오면 만사 제쳐두고 찾아 배웠다.

미용분야가 학문화 된지 20년 정도 됐는데 30대에 공부에 대한 갈등으로 대학에서 미용을 공부했다. 그러고도 더 배우고 싶어 세계적으로 미용분야에 알아주는 미용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보통 30년 정도 되면 그동안 익힌 기술로 사는데도 그이의 연구는 멈추지 않는다. 그 덕에 미용실 안은 각종 증서가 많았다. 중앙회 기술 강사로, 세계 미용대회 국내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받은 증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서 그런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 그이는 일을 하면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때가 많다고 한다. 파마하고 염색하고 머리 자르는 일이 별로 재미없는 귀찮은 일일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떤 순간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걸까?

“긴 머리를 가지고 와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만들 때요. 자유분방한 머리가 정돈이 잘돼 멋있어질 때요. 그럴 때 스릴이 있어요.”

아. 이 또한 심취해서 하면 예술의 경지임을.
 

솔직한 대화에 마음까지 정돈

처음 머리 손질을 시작 할 때 최 원장은 두피 상태에 대해 말해준다. 듣는 이 입장에서는 머리카락을 통해 심신의 상태를 듣게 되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사는 이야기가 저절로 나온다. 자연스럽게 시작된 이야기는 겉도는 듯 속 깊은 이야기로 이어진다. 살아온 만큼의 연륜으로 나오는 언어들은 때로 위로를 주고 혼란스런 마음을 치유하기도 한다.

인생의 맥을 짚는 이야기도 이어진다.

“머리카락이 지조가 있네요. 이런 사람은 하고 싶은대로 살아야지 안 그러면 병나요.”

누구라도 하고 싶은 대로 못하고 살면 병이 나겠지만 몸 상태를 보며 하는 말이라서 그런지 더욱 명쾌하다. 미용실이 사람 사는 정이 흐르는 것 같다고 말하자 최 원장은 자신들이 ‘손님 복이 많아서’라고 답했다. 손님들이 대부분 좋은 사람들만 온단다. 두 사람 성향 상 너무 솔직해서 남편자랑 자식자랑 하는 손님이 많았으면 호응하기 힘들었을 텐데, 기본 소양을 갖춘 사람들만 찾아와서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다. 설마 좋은 사람만 찾아갔을까? 모든 손님을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기술은 어디서 나올까?


손님 복이 많은 집

동업한지 16년이 됐다는 고영주 씨는 사람의 감정을 책으로 배웠는데, 현실에서 여러 가지 상황이 일어나니까 사람을 이해하는 깊이가 달라진다고 한다. 심리학 책을 읽으며 공부도 하지만 미용실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더 깊은 공부가 된다. 사람을 관찰하고 화내기 전에 저 사람이 왜 그랬을까? 지켜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대부분 가족단위 손님이 많다. 그 이유는 한번 이곳을 경험한 사람은 특히 가족에게 꼭 이용하도록 권하기 때문이다.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은 가족들 사이의 갈등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상황을 알게 되니 자연스럽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꺼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만한 꺼리를 던지기도 한다. 어린아이는 어린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청소년은 청소년대로 마음이 통하는 대화가 쉴 새 없이 흐른다.
 

정원이 있는 미용실이 꿈!

최정옥 원장의 꿈은 정원이 있는 미용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손님이 오면 밥도 한 끼 먹고 쉼터처럼 쉬어갈 수 있는 정원이 있는 미용실이라니. 순천에 딱 맞는 트렌드다. 손님들의 머리 스타일을 새롭게 만들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일이 즐거워 스스로 천직이라고 말하는 그이의 소망이 머지않아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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