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인 김가영(가명)이라고 합니다. 우리 집은 네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별문제가 없고 특별히 다른 걱정거리도 없지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저희 아버지의 술버릇입니다. 아버지는 엔지니어로서 오랜 경륜을 쌓으신 분인데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실 때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약주를 하십니다.

만약에 밖에서 안 드시고 들어 오시면 집에서라도 소주를 드시곤 하시지요. 아버지가 술을 드시는 모습은 너무나 어릴 적 부터 봐서 익숙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엄마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저러다 무슨 사고라도 나시면 어떡하나, 회사에서 혹시 실수하시진 않는지 등등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실 때까지 주무시지도 못하고 걱정의 한숨만 쉬시며 기다리십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아버지는 술을 많이 드시고 취하시면 저희를 꿇어 앉혀 놓고 훈계를 하시고 소리를 지르셨어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술만 드시고 들어오시는 날에는 집안의 물건들을 마구 던지고 부수고 저와 동생을 때리기도 하십니다. 저희에게 이 정도니 엄마에게는 오죽하겠어요. 엄마를 마치 죄인 다루듯이 하시면서 마구 소릴 질러 대십니다.

물론 엄마에게도 손찌검을 하시고요. 아버지께서 이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신 날에는 밤에 잠도 오질 않고 아버지께서 늦게 들어 오시는 날에는 불안하고 긴장이 되어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습니다. 학교에 가서도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공부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저는 엄마가 너무 불쌍해요. 이렇게 사시느니 두 분이 이혼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버지가 너무나 밉고 싫고 정말이지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아버지의 음주에 온 가족이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마음 편히 생활을 못 한다고 하니 걱정이 되는군요. 가족들도 지쳐서 서로를 위로해 줄 힘도 남아 있지 않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존경하고 사랑하고 싶은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밉고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시달릴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아버지가 술 안 드시는 아버지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겠죠.

아버지께서 거의 매일 약주를 드신다고 하니 위험 수위에 있으신 것 같습니다. 본인의 건강은 물론 가족들의 불안은 가정에 큰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아버지께서 이처럼 술을 매일 드시고, 갈수록 난폭해지신다면 술 문제와 관련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셔야 한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무슨 이유로 술을 드시는지 아버지를 이해해 드리려고 시도해볼 것을 권합니다.

이 문제는 아버지께서 술을 안 드신 상태일 때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아버지를 비난하는 자세가 아니라 정말 가영 양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사랑의 마음으로 가족들이 아버지의 음주로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딸로서 아버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음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버지 개인의 노력 못지않게 가족 전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 가족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고 가족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가족 상담에서는 개인보다 가족이 상담의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가족상담의 목표는 가족 간의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여 가족 전체가 더 나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나아가 가족 구성원 각자가 가정 내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도와주는 데 있습니다. 

 가족상담에서는 흔히들 가족 간의 의사소통과 문제 해결 방식에 초점을 맞추어 상담하게 되는데, 상담자는 가족들이 서로를 비난하기보다는 자신의 부정적인 의사소통유형과 갈등 해결 방법을 깨닫고 보다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하며 바람직한 방식으로 문제에 대처하도록 도와줍니다. 아무쪼록 가영 양의 노력으로 평화로운 가정의 모습이 회복되길 바랍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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