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딸아이 그리고 재혼한 남편의 아들과 살고 있는 주부입니다. 5년 전에 남편이 암으로 1년을 고생하다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요. 그리고 주위 친척의 권유로 몇 번을 망설이다가 선을 보게 되고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잘 적응하고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남동생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안심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말도 잘하고 씩씩하던 아이가 갑자기 말도 없어지고, 한 번씩 던지는 말에 불만이 섞여 있었습니다.

특히 아버지나 남동생과 마주치거나 함께 있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속상한 마음에 남편의 눈치도 보이고 해서 딸아이에게 마구 화를 냈지요. 그런 날은 친구 집에 가서 집에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점점 다투는 날이 많아지고 제가 말을 하려고 하면, 딸아이는 전혀 들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안녕하세요,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일들을 이렇게 상담을 통해 풀어보고자 용기를 내서 다행입니다.

남편이 암으로 돌아가시고 아이들을 키우며 힘들게 살아오신 그 동안 삶이 무척 힘드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재혼을 선택하시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오신 점도 정말 훌륭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가족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가족들과 마찰이 생기면서 그 속에서 죄책감도 느끼고 괴로워하시는 어머님의 마음이 느껴져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자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살아오신 어머님의 마음을 아이들이 알아주지도 않고 반항만 하는 것 같아 무척 속상하실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그럼 어떻게 하면 이 문제들을 잘 극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저와 함께 그 방법을 찾아보기로 해요.

처음에 딸아이가 ‘재혼’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그때 당시는 자녀가 어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특히 사춘기가 되면서, 자신의 특수한 상황을 알아차리기 시작합니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쯤은 부모에게 반항하고 무리한 요구를 한다든지, 다른 집안과 비교하여 자신의 처지를 감추거나 부정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사춘기의 보편적인 특징입니다.

그런데 지금 딸아이는 재혼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가족이 주위의 친구들과 비교해서 특수한 환경이고, 어쩜 학교의 친구들이 ‘너희 아버지는 새아버지’라고 놀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심리적인 갈등과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을 어머니나 새아버지에게 반항하면서 풀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께서 가족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다는 생각만으로 새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아이를 꾸짖거나 나무라는 것은 딸아이 자신에게는 더 큰 혼란과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어머님이 딸아이와 새아버지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미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먼저, 가족들 사이의 애정과 배려를 얻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녀에게 무조건 재혼가족의 틀에 복종하는 것을 강요하지 말고, 자녀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고, 어머님뿐 아니라 새아버지도 자녀와 충분한 대화를 하고, 자녀와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새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만족스러운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먼저, 어머님께서 아이들에게 적극적인 부모 역할을 하고 새아버지는 이런 행동을 지원하면서 서서히 부모로서 해야 할 역할에 점진적으로 관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재혼하여 함께 살기 전까지는 서로 다른 생활 방식들로 살아왔기에 서로의 방식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고 융통성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공통의 생활방식을 가꾸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재혼가족을 위한 교육에 참석하거나 재혼가족을 위한 부모모임 등에 참여하여 서로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서로 지지해 주고, 고민할 기회를 갖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머님, 자녀만을 나무라고 속상해하시지 말고, 변화를 위해 시도해 보시고, 자녀를 위해 지금보다도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베푸시기 바랍니다. 분명 행복한 가정을 가꿀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