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 3학년 남학생 자녀를 둔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에 남편은 교통사고로 죽고, 그 후로 아들 하나만을 키우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제 아들은 어려서부터 예쁘장하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중학교는 남학교인데, 제가 지켜본 바로는 보통의 남자 친구들 간의 관계하고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서로 친하기는 한데, 친구가 제 아들을 보호해 주는 편이고, 만약 친구가 다른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면 아들은 무척 속상해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동성애의 시작이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동성애자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혼자서 아이를 키우시느라 많이 힘드셨을 텐데, 아이가 보통 남자아이들과는 다른 것 같아 많이 불안하시겠어요. 혹시 아빠 없이 키워서 그런가 하는 마음에 죄책감도 드셨겠네요. 어머니가 많이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아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발달 과정상에서 보면, 어린아이일 때에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으므로 자신을 돌보아 주는 사람들을 제외한 타인은 별로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사회적인 기술들을 익히게 됩니다. 보통은 아이들이 동성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인데, 아드님 같은 경우에 이때 이성과 주로 어울려 놀았군요. 그런 데다 중학교에서는 동성 친구와의 관계가 왠지 좀 남다른 것 같으니 어머니 입장에서는 걱정하시는 게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사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내용만 봐서는 아드님이 꼭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드님이 여성적인 경향성이 강한 데다가 내성적이어서 나타나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대로 동성애의 경향성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요. 남자아이의 여성스러운 행동 또는 내성적인 성격이 반드시 동성애적 경향과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먼저 한 가지 알아두셔야 할 것은 청소년기의 특징입니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인 성장과 함께 심리적인 성숙도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내가 누구이며 어느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가를 탐색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정체성의 발달입니다. 그리고 정체성의 발달 중 하나가 바로 성적 정체성의 발달이지요. 성적 정체성이란 성적인 관심의 대상을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만약 동성애적인 경향이 있다면, 첫째는 성적 환상이나 욕망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타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 차이가 동성에게 매력을 느끼기 때문일지 의심을 하는 단계라고 합니다. 둘째는 이러한 의심을 동성애적 접촉으로 확인해 보는 단계이고 셋째는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인정하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개인 내적인 것으로 타인이 관찰해서 확실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아드님도 사춘기로서 이런 성적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 중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님께서 아드님에 대해 걱정하시는 이유는 동성애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이 곱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이성애를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고, 동성애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에 와서는 이러한 생각들이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동성애도 하나의 성적 지향으로 인정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습니다.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며 따라서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발견된 반면, 이성애자에 비해 인지적,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부족하다는 편견은 근거가 없음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동성애는 잘못된 것이 아니며, 동성애자라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동성애자의 행복은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에 대한 수용과 가까운 사람들의 지지, 지금 여기에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에 달려 있지요.

우선 아드님이 학교생활 하는 데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만약 아드님이 학교생활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그것이 현재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부분에 관한 것 때문이라면, 상담기관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아이가 겪는 어려움의 원인을 동성애적 성향으로 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보다는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으로 나타난 현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속단하거나 걱정하지 마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행복해지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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