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는 고 양우권 이지테크 분회장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측의 불법ㆍ부당행위에 대해 전면파업과 상경투쟁 끝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소속된 회사는 고 양우권 씨 장례식 중에 불법 파업이라는 이유로 징계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휴대폰으로 보냈다. 노조탄압에 맞서 싸우다 사망에 이른 동료와 함께하려다 해고의 징계을 받은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소속 조합원들. 그들을 지난 6월 21일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 엊그제까지 상경투쟁하고 내려와서 쉴 틈도 없이 해고 처분을 받아 경황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 지금은 실감이 안 난다. 성광지회는 6월 24일 징계면직 처분을 내렸다. 오늘(6월 21일) 일근 출근을 했는데, 현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12시 10분 각 팀 대기실에서 23일까지 자택 대기, 24일부터 징계면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덕산 지회는 내일 징계위원회가 열린다.

▲ 지난 21일(일) 순천광장신문과의 인터뷰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

▶ 지금의 심경은 어떤가?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사회적ㆍ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존재한다. 이번 파업도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이 악랄한 탄압으로 죽음에 이른 상황에서, 사측의 불법 부당 행위에 대한 대항으로 36일 동안 합법적인 파업을 진행하였다. 결국 고 양우권 분회장의 장례식까지 마무리 했다. 그러나 합의 후 파업을 끝내자마자 성광, 덕산 두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면직, 해고를 통보했다. 이는 포스코에서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 지회를 몰아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 조합원들은 파업이 정당하다고 판단해서 동참했다. 내 옆의 동료가 모진 탄압으로 죽음에 이르렀는데 가만히 있을 조합원이 어디 있겠는가? 성광, 덕산 노동조합은 쟁의 기간 중에 조합 지침에 따라 정당하게 파업에 참여한 것이다. 비인간적이고 몰지각한 ‘해고’라는 처사에 대해 조합원들은 다시 한 번 힘든 싸움을 담담하게 해 나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제일 우려스러운 것은 이전에 보면 금속 사업장의 열사가 한 명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명이 두 명, 나중에 열 명이  되기도 했다. 그런 수순이 지금 진행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와 제2의 열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 방금 합법 파업이라고 했다. 이번 파업이 임금 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한 것도 아닌데 왜 정당한 파업인지 이유를 설명해 달라.

성광, 덕산 두 회사 모두 쟁의기간이었다. 성광은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기간이었고, 덕산은 2007년 임금이 아직도 타결이 안 되어 교섭, 쟁의기간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이지테크의  양우권 조합원이 죽음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쟁의 기간 중 또 다른 분쟁 사안이 발생하면 새롭게 발생한 분규사안에 대해서는 파업 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본사의 근로조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이번 파업이 불법 파업이라는 사측의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 우리 조합원이 회사의 부당한 노동행위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일이 발생했다면 그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회사에 대해 분명하게 규탄하고 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번 파업은 정당하고 인간적인 파업이었다. 고 양우권 분회장은 우리와 같은 포스코 사내하청 지회의 조합원이다. 따라서 두 개의 분회에서 진행한 쟁의 기간 중 고 양우권 분회장의 죽음이 한 건 추가된 것이다. 그 죽음의 원인을 규탄하고 책임을 묻는 파업은 정당한 파업이다.
 

▶ 고 양우권 분회장의 자결과 관련된 이번 투쟁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상경 투쟁, 삭발, 단식에 대해서는 어떤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가?

평가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해고라는 또 다른 사안이 발생했다. 조합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평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성과라면 조합원들이 누구 하나 흐트러짐 없이 똘똘 뭉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이 투쟁은 대단한 싸움이었다. 고 양우권 분회장이 유서에서 얘기했듯이 포스코 사내하청 지회는 소수 정예 조합원이다. 적은 숫자로 어느 투쟁 못지않은 위대한 싸움을 했다. 이번 투쟁은 조합원 간 동지애를 확인한 좋은 기회였다. 다가오는 해고 투쟁도 그 어느 때보다도 당당하게 잘 단결해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절실히 느낀 것이 있는데, 지역 시민들이 너무 큰 힘을 실어주셨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지테크 조합원 한 분이 돌아가신 것인데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이 나섰다는 것, 금속 노조 조합원 한 분이 돌아가신 것인데 순천, 광양 시민들이 나섰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런 관계를 지속해 가면 좋겠다. 연대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 상경투쟁 중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한다면?

36일간 진행된 노숙투쟁은 정말 힘들었다. 기존의 파업 투쟁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텐트를 치는 것은 불법이라 인도에 은박지를 깔고 잤다. 춥고, 바람도 세고, 공기도 탁하고 모든 상황이 열악했다. 기관지염, 감기로 고생한 조합원도 많았고 간수치가 올라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조합원도 있었다.

포스코 센터에서 다섯 명이 영정 사진을 들고 피켓팅을 했다. 포스코 회장이 차량을 바꾸고 또 출입하는 주차장도 바꾸어 가며 우리를 피했다. 포스코 센터 앞 인도의 절반이 포스코 땅이라는 지적도를 들이밀며 빨간 테이프로 땅바닥에 표시를 하고 나가라고도 했다. 건물 내 보행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 문도 잠궈 버리고, ‘사죄하라’, ‘책임져라’ 같은 구호를 사용하지 말라며,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방해하기도 했다. 치졸하고 비열했다. 하지만 격려해주시는 시민도 많았다. 오고 가는 시민들이 주신 음료수 등등 먹을 것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많아서 부러움을 받았다.
 

▶ 삼화산업에서 성광산업으로 전환될 때의 서정복 사장은 광양시의회 의장이었다고 알고 있다. 노조에 대해 유화적이지 않았나?

협력사 사장, 전무는 대부분이 포스코 오비 출신들이다. 낙하산인 것이다. 구조적으로 독립적인 회사가 될 수 없다. 포스코 정책이 오비 출신을 협력업체에 두고 통제를 한다. 이번 해고 통보 결과를 보더라도 사장이 징계를 안 할 수도 있었다. 해고 결정을 했다는 것은 그 계열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면 ‘해고’ 라는 사실이 점점 현실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곁에 광장신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작은 부분의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취재 요청을 해달라. 성심성의껏 취재하고 제대로 알리도록 하겠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들의 앞날을 생각하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산 넘어 산’이라고, 한 고비를 넘으니 더 큰 고비가 이들 앞에 드러났다. 지난 과정에서 그들이 확인한 동지애와 그들이 느낀 지역 시민들의 힘이 앞으로도 꾸준히 유지되고 더욱 강건해지기를 빌어본다. 사람 사이의 끈끈한 연대가 결국에는 그들을 좌절의 구렁텅이에서 구할 튼튼한 동아줄이 될 것이라 믿으면서 광양ㆍ순천 간 도로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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