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토) 순천아이쿱생협 초등생태기행팀이 외서면에 있는 달나무농장으로 1박2일 농촌체험을 다녀왔다. 달나무농장은 ‘나는 달걀 배달하는 농부’ 라는 책을 쓴 김계수 님이 일구는 농장이다. 이번 생태기행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순천지역에 사는 좋은 어른을 만날 기회를 갖고, 또 농사일도 체험하는 기회였다. 

도착하자마자 호미를 들고 풀을 뽑기 위해 의기양양 배추밭으로 갔다. 달나무농장의 농부 김계수 님이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을 시킬까?” 허허 웃으며 천천히 설명하신다.

“이것은 고랑이고...  이것은, ...”
한마디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재잘재잘 떠들어 댄다.

“이것은 두덕이여~”
또 한마디 하지만 듣는 아이들이 없으니 다시 설명하신다.

“야~~좀 조용히 하고 말 좀 들어봐~~”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이 떠들어 대는 아이들.

“이것은 고랑이고, 이것은 두덕이여. 두덕에 흙을 파면 안 되고 풀을 뽑고 나서는 두덕으로 흙을 다시 올려줘야 해” 라는 말을 하는 데 무려 5분이 넘게 걸렸다.

초등학생 1,2학년 아이들이 대거 참여한 생태기행은 순조롭지 않았다.

한 고랑씩 맡아 배추밭 풀을 제거한 지 10여분이 지났을까 “힘들어요. 그만 할래요~”라는 하소연이 들려왔다. 예측한 일이지만 겨우 10분 만에?(...) 지친 아이들.

 
‘아~어떻게 초등학생 아이들이 농사일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진행하는 손채영 조합원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투덜대는 아이들을 어찌 달래볼 수가 없어서 바로 2차 작업장소로 향했다. 2차 작업 장소는 감자밭이다.

‘배추밭 풀 제거팀’과 ‘감자꽃 따기팀’으로 나뉘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했다. 감자꽃을 제거해야 양분이 감자로 가서 튼튼해진다는 농부의 설명을 듣고 조심스레 꽃을 땄다. 예쁜 감자꽃을 땅에 그냥 버릴 수 없어 푸르른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려 뿌려본다. 하늘 높이 감자꽃을 뿌리자 눈이 내리는 듯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 저마다 감자꽃을 따는 손이 부지런해진다. 너도나도 꽃을 뿌려보기 위해 부지런히 감자꽃을 따기 시작한다. 음~ 작전 성공~~ 그 와중에도 감자꽃 따는 일보다 멧돼지가 파헤친 작은 감자들을 줍는 일에 신이 난 아이들도 있다.

 
풀 제거에도 지치고 감자꽃 따는 일도 거의 마칠 무렵, 족히 100년은 넘었음직한 우람한 마을 정자,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았다. 봄바람 솔솔 불어오고 곳곳에 하얀 꽃들 만발이다. 새들 노래하는 초록 벌판에서 아이들은 신이 나 놀기 시작한다. 함께 모이면 온갖 놀이를 만들어내는 아이들. 나만의 솔방울 팔찌 만들기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놀다가 서로 부딪치고 피가 나기도 한다. 노는 일에 신명이 나 있어 그 정도 상처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가 저물도록 놀다가 달나무농장에서 정성을 다해 만들어주신 닭장으로 떡국을 끓여 저녁을 먹었다. 건강한 닭으로 끓인 것이라 그런지 아니면 노동(?)후의 식사라 그런지 몰라도 혜성이는 세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다른 아이들 대부분은 두 그릇을 먹었다.

밥을 먹고 어둠이 내리자 ‘로렉스’ 라는 영화를 봤다. 팝콘까지 튀겨 먹으며 제법 영화관 분위기를 만들어 영화에 몰입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용감한 소년 테드의 환상적인 모험을 보며 하나 둘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아침 이른 시간에 일어나 짧은 산책을 하고 초등학교 4학년인 은재가 쌀을 씻어주었다. 아침밥은 순천여고 앞에서 파는 엄청 유명하다는 주먹밥이다. 집으로 돌아올 차를 기다리며 지난 밤 본 영화를 몸으로 표현하며 영화제목 맞추기를 했다. 그 놀이에 지칠 즈음 전래, 명작동화 몸으로 표현하기, 속담 몸으로 표현하기, 얼음땡 놀이를 하며 신나게 논다.

생태기행을 마치고 돌아와 초등학생들과 농활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한 고랑 매고 성취감이 느껴졌다는 아이들

배추밭 풀을 매고 나서 양시우 군은 “재미있었다. 농사 일 하는데 한줄 다 끝냈을 때 보람이 있었다. 일하고 나서 떡국 먹으니 너무 맛있고 좋았다.”고 했다. 4학년 박교현 군은 “농촌은 도시와 달리 공기가 상쾌하다. 농부들 농사 일 복잡하고 얼마나 힘든지 알았다. 한고랑 다 매고 뿌듯하고 성취감이 느껴졌다.” 고 했다. 단아 양은 꼼꼼하게 묵묵히 풀을 뽑았고, 정성스럽게 감자꽃을 따던 민규 군은 진지하게 “자연에서 놀아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3학년 양하운 군은 “소똥냄새가 싫었다. 토종 진돗개인 뱅이랑 놀아서 좋았다.”고 했다. 뱅은 호피 무늬를 한 달나무농장의 진돗개다. 뱅은 처음에 조그만 아이들을 향해 마구 짖어 대더니 금방 친해져서 아이들마다에게 추억을 선물했다. 일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 사이에 꽤 진지하게 풀을 제거하며 농사의 소중함을 느낀 친구들도 있어 다행이었다.

이번 1박2일 초등생태기행은 다른 때보다 조금 힘들었다고 한다.
3년 째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생태기행을 다니는 손채영 씨(47세)는 시댁과 친정이 시골이라 대부분 먹을거리를 가져다 먹지만 친환경으로 땅을 살린다는 측면에서 아이쿱생협에 가입했다고 한다. 누구도 쉽게 할 마음을 내지 않는 힘든 일을 “힘들지만 즐겁다”며 3년째 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워서 이 일을 한단다. 생협에서든 어디에서든 하고 싶은 일은 다하고 살고 있어서 특별히 바라는 것은 없지만 “초등생태기행을 할 때 자신을 도와 줄 사람이 나타나면 좋겠다”고 한다.

초등학생을 데리고 농활이라니. 참 얼토당토 않는 계획이었지만. 그 아이들과 함께 농사일을 잠시 경험해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음 가을에는 초등학생 아이들과 고구마 수확을 계획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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