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도시를 고민하는 청년 주영택
살기 좋은 도시를 고민하는 청년 주영택

두드림 영화관에 가면 머리칼을 휘날리며 바쁘게 뛰어다니는 한 청년을 볼 수 있다. 영화 선정부터 상영일 현장 상황을 살피는 일까지 미디어센터 곳곳에 그의 눈길과 손길이 닿는다.

주영택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사업팀 주임(28세)은 지난해 1월 미디어센터에 입사하면서 순천에 돌아 왔다. 경기도에서 다닌 대학에서 영화음향을 전공하면서 영화 ‘영웅’, 디즈니 애니메이션 ‘꼬마 로켓티어’, ‘블루 이’ 등 작품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는 미디어센터에서 콘텐츠 제작보다 순천시민에게 의미 있을 작품을 선정하고, 연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 등 전공과는 조금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마음 한편에 언젠가 조그마한 음향 작업실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다.

그가 미디어센터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은 영화 산업에 대한 시민 관심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서 다양한 작품을 상영하고 영화 전반에 관한 이해 범위를 넓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두드림 영화관을 좀 더 활성화하여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독립 예술 영화에 대한 시민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영화의 매력에 대해 “누군가의 생각과 가치관을 바꾸고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한두시간 짧은 시간에 누군가의 생각, 가치관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책이나 무대 공연은 내용 전달에 있어서 언어적, 공간적 한계가 있지만 영화는 그런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가 흥미롭게 본 영화는 셀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윤희에게’를 좋아한다. 한국과 일본의 두 나라의 공간적 특성과 아름다움이 잘 나타나면서 한부모가정의 가장이자 성소수자인 식당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세운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이 참여한 영화 음악도 그를 사로잡았다.

영상·영화 관련 일은 수도권이 순천보다 수요가 많을 것 같은데 내려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영화 후반 작업을 하는 영화음향 쪽은 수도권이라도 취업문 자체가 많지 않다” 라고 하며 “그 분야에 대한 동경보다는 현실의 벽을 느꼈다”라고 털어 놨다. 직무가 전공과 완전히 들어맞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직장이라면 그 지역에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은 부모님과 살면서 전공을 조금이나마 살릴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순천시가 청년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도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립해 생계를 꾸려나갈 만큼의 급여가 주어지는 일자리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다. “임금이 매년 오르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한다. 좋은 일자리를 찾고자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을 많이 봤다.” 그는 청년뿐만 아니라 시민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정당한 처우를 받도록 시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한다는 그 질문. 머리는 왜 기르는지? 그는 “20대가 가기 전에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기르기 시작했다”라며 “나중에 잘라서 기부할 계획”이라고 유쾌하게 선언했다.

주영택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사업팀 주임 (28세)은 순천시민에게 의미 있을 작품을 선 정하고, 연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주영택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사업팀 주임 (28세)은 순천시민에게 의미 있을 작품을 선 정하고, 연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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