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관규시장의 공(功)은 과(過)를 덮을 수 있을까? 지난번 지역의 모 방송국 여론조사에서 노 시장의 호응도가 70%를 넘은 것으로 봐서는 그럴 개연성이 높다. 때마침 시민정신마저 희미해진지 오래여서 공(功)과 다수의 이기심은 막강한 연대를 과시한다.

선출직 시장은 재임 시 강렬한 정책을 펼쳐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싶어 한다. 노 시장의 정책행보가 내실보다는 외형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생기는 파열음이 그대로 묻히거나 일부 피해로 남겨지는 것은 순천시민들이 직시해야 할 부분이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노 시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박람회의 성공은 노 시장 임기 동안 절반의 성공을 안겨다 줄만큼 임팩트가 강하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아이템도 솔깃하다. 생태도시란 비전은 그 제시 어만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노 시장은 박람회 주변사업으로 그린아일랜드를 조성했다. 오천교차로에서 남문교차로까지 1km 구간을 전면 폐쇄하고 잔디를 깔았다.

도사동 46개 마을 주민들의 항의는 노 시장의 강력한 추진력에 맥을 못추었다. 박람회기간 동안만 운영될 것이라는 시의 설득에 이들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일상이 뒤틀려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시는 이번 2회 추경안에 그린아일랜드 철거비를 계상하지 않았다. 신길호 도시디자인국장은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그린아일랜드 향방을 결정하겠다”고 당초의 복구계획이 희석된 듯한 발언을 했다. 다시 주민들 의견을 듣는 절차를 뛰어넘을 기세다. 여기에는 그린아일랜드에 환호하는 다수의 시민들 반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원박람회 성공을 위한 도사동 주민들의 희생은 그 치적에 덮일 위기에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순천만국가정원 노동자들의 집단 해고도 국제정원박람회가 낳은 생채기다. 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용역업체를 지도, 감독했더라면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순천만국가정원 용역업체가 박람회 조직위원회에 고용승계 및 고용유지에 대한 ‘근로조건 이행확약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순천시가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단면이었다. 경악스러운 점은 그동안 국가정원노동자들의 시위와 농성을 놓고 유언비어와 이를 백안시하는 분위기다. 황제노동자, 노조 독점의도 등의 전파와 사실 여부에 대한 무관심은 다수가 조심해야 할 횡포에 가깝다.

노 시장은 폐기 물처리시설 부지 선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폐기물처리시설은 노 시장 의 지지도를 올려줄 또 하나의 블루칩이다. 이미 하남 유니온 파크를 모델로 삼고 시민들의 견학이 지난달 21일까지 이뤄졌다. 6월 22일 연향들 하단 일원이 최적 후보지로 발표된 이후 마산마을 주민들은 반대 시위에 나서고 있다.

현재 이 부분에 대한 여론은 지난 월등면 사태 때와는 사뭇 다르다. 2030년에 쓰레기 매립이 금지됨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은 불가피한 선택인 데다 마산마을 주민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 이들 1백50여 명 주민들만 외로운 섬에 갇힐 상황이다.

노 시장의 관심 밖에 있는 부문은 이슈화되기도 전에 사그라진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노 시장 취임 후부터 꾸준히 면담을 요청했으나 실현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지급되는 생활임금 조례 역시 폐지될 처지에 있다. 모두 각자도생해야 할 지경이다. 노 시장이 주창하는 양질의 일자리 내용이 궁금한 대목이다.

 

그린아일랜드 조성 당시 순천시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반발하는 현수막 아래에 이 길을 활기차게 걸어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그린아일랜드 조성 당시 순천시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반발하는 현수막 아래에 이 길을 활기차게 걸어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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