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시들어지는 국내 정서에 신선함 던져

사물놀이에 빠진 결혼이주여성들이 있다. 일본에서 온 히사에 씨, 마유미 씨, 카오루 씨, 하루미 씨, 필리핀에서 온 마이림 씨 5명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 2015년 ‘희망다문화풍물단’을 결성해 현재까지 매주 2회 연습을 9년째 이어오고 있다.

풍물단에 사물놀이를 가르치는 배양순 소리골남도 대표는 이들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희망다문화풍물단은 지난 2015년부터 매주 2회 연습을 9년째 이어오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림 씨, 히사에 씨, 카오루 씨, 하루미 씨, 마유미 씨. ⓒ순천광장신문
희망다문화풍물단은 지난 2015년부터 매주 2회 연습을 9년째 이어오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림 씨, 히사에 씨, 카오루 씨, 하루미 씨, 마유미 씨. ⓒ순천광장신문

이들은 10여 년 전 다문화가정을 위한 문화교육프로그램에서 북춤을 배우면서 사물놀이를 접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끊기면서 북춤 수업은 마침표를 찍고 대부분 수강생은 악기를 놓고 각자 삶터로 돌아갔다. 하지만 히사에 씨를 비롯한 현 단원들은 사물놀이를 계속하기로 했다. 하루미 씨는 “나이가 들어도 음악을 배우고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라며 뿌듯함을 전했다.

하루미 씨는 풍물단에서 징, 장구, 꽹과리까지 두루 다룬다. 그는 “장단을 맛있게 표현해내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해냈을 때 더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북을 치는 마이림 씨는 “처음에는 하기 싫었는데 언니들이 밀고 당긴 덕에 여기까지 왔다”라고 웃으며 털어놨다. 마이림 씨는 “초반 2년 동안은 악기들 소리가 시끄럽게만 느껴졌다. 이제는 마음에 음악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연습에 참여하지 못하는 날에는 집에서 냄비로 연습하기도 한다고 밝혀 사물놀이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히사에 씨는 북, 장구를 거쳐 지금은 꽹과리를 치고 있다. 히사에 씨는 꽹과리의 매력으로 “어떻게 때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소리가 나는 악기다. 다른 악기들이 연주하는 장단 위에서 리듬과 성량을 독자적으로 조절하며 가락적 표현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구를 맡은 카오루 씨는 “어렵지만, 열심히 할 뿐”이라고 말했다. 수줍어하는 카오루 씨의 눈빛과 손놀림에서 진지함이 엿보였다.

이처럼 풍물단이 음악의 완성도를 향해 가는 끈기에 대해 배 대표는 ‘사명감’이라 일컫는다. “취미라기보다는 정말 잘하고 싶은 거예요. 좋아하기만 해서는 이렇게 못해.”

마유미 씨는 “우리가 공연하고 있어도 멈춰 서서 듣는 사람들이 없다”라며 사물놀이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많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연주자도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마유미 씨는 낙안면 농악단에서도 장구재비로 활동하고 있다.

희망다문화풍물단은 크고 작은 지역 행사에서 연주하며 활약하고 있다. (제공=희망다문화풍물단)

풍물단은 크고 작은 지역 행사에서 연주하며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순천문화재단 아고라 무대에도 섰지만 올해는 아쉽게도 심사에서 탈락했다. 내년에 다시 아고라 무대에 서는 것을 목표로 연습을 이어갈 것이라 말하는 이들에게서 욕심내지 않으면서 목표를 향해 가는 담담한 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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